[설렘이 번지는 파리 감성 여행 ] 작가 따라서 파리 여행, 책 읽으며 파리 여행.
[설렘이 번지는 파리 감성 여행 / 백승선 / 쉼 (In The Blue 9 )]
도서출판 가치창조의 여행브랜드 ‘쉼’은 독특한 콘셉트를 확보한 출판사다. 다른 여행 서적과 다르게 일단 사진이 풍부하다. 전문사진작가가 찍은 것처럼 멋들어진 사진도 많지만, 실제 여행객이 찍었을 법한 편안한 사진도 많다. 글보다 사진이 많아서 편안하게 읽을 수 있고, 그러다 보면 마치 여행 후에 사진첩을 들여다보는 것 같기도 하다. 책을 휙휙 넘기다 보면 짧은 영상을 보는 착각에 빠지기도 한다. ‘쉼’의 시리즈 도서를 여러 권 읽었는데, 언제나 일정 수준 이상의 만족도를 제공한다.
파리는 전 세계 사람들이 가고 싶어하는 1순위 도시다. 파리의 첫 이미지는 ‘옛 프랑스의 영광’이다. 옛 영광에 묻혀 있으면 오래되고 정적인 느낌이 강할 수 있지만 파리는 매우 역동적이면서 신문명의 모습도 잘 갖추고 있다. 파리 어느 곳을 가더라도 옛 모습을 간직한 풍경과 문화유적을 볼 수 있다. 또 예술가들의 도시답게 젊은 예술가들의 그림, 공연, 문화를 볼 수 있고 또 그것을 즐길 줄 아는 사람들도 많이 만날 수 있다. 현대문명을 도심 속에 잘 물들여놓아 최첨단의 편리도 누릴 수 있다.
책에는 다양한 파리 명소가 소개되어 있다. 파리의 모든 길이 모이고 다시 시작되는 에뜨왈 광장, 콩코르드 광장, 튈르리 공원, 루브르 박물관, 에펠탑 등 유명한 장소는 물론이고, 역사적 의미, 장소에 얽힌 이야기 또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여행은 어느 ‘장소’에 국한하지 않고, 장소와 역사, 사건, 사람들의 이야기가 어우러져야 한다. 여행 정보를 담은 책들은 ‘정보’에 많이 치중하기 때문에 ‘이야기’의 맛이 없다. 반면 ‘쉼’ 시리즈의 책은 이야기가 풍부해서 좋다. 사진만큼 풍부하다. 파리의 곳곳을 느낄 수 있는 책이다.
눈길을 끄는 사진 중 하나는 거리에서, 공원에서 의자에 앉아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의 모습이었다. 한국 사람들은 여행 가면 짧은 시간 안에 많은 것을 보러 다닌다. 하지만 파리 시민들은 일상의 여유를 즐긴다. 공원 의자에 앉아 햇볕을 쬐거나, 차를 마시거나 하며 쉰다. 진정한 여행이란 이렇듯 여유가 있어야 한다. 몸과 마음이 편안해야 한다.
당신이 있는 곳이 어디든.
파리에서 가장 구미 당기는 일은.
지금 있는 그곳에서 하루를 보내는 것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시간을 보내는 것,
그런 하루가 모두가 꿈꾸는 '가장 완벽한 휴가'가 아닐까.
파리의 인기가 높지만, 늘 만족하는 것은 아니다. 파리 여행을 다녀오면 이런저런 불만, 아쉬운 점을 토로하는 사람들도 있다. 치안이 안 좋고, 의외로 위생문제가 눈에 걸리는 경우도 있다. 물가 높은 것은 말할 것도 없다. 파리의 명성에 너무 큰 기대를 한 것은 아닌지. 그럼에도 파리는 여전히 여행객으로 넘쳐난다. 한 번 가본 사람은 두 번째 방문을 기대하고, 다음 방문도 계획한다. 프랑스, 파리, 유럽은 그들만의 매력으로 사람을 불러 모은다.
책 속 글과 사진을 따라가다 보면 여행자의 기분을 맛보게 될 것이다. 부록으로 프랑스와 파리에 관한 상식, 파리의 지도와 지하철노선도, 버스 노선도 등이 수록되어있다. 감성적인 책은 정보가 부족할 수 있으니, 최신 정보를 담은 프랑스, 파리 여행책을 같이 읽으면 좋을 듯싶다.
세상에서 가장 신비한 미소를 담은 그림을 만날 수 있는 곳, 루브르 박물관. 자연스러운 생머리에 평범한 옷차림을 하고 몸을 살짝 돌린 채 양손을 앞으로 다소곳이 모으고 있는 모나리자는 소박한 모습이지만 그녀의 몸값은 3억 불 이상으로 추정된다. 그녀 앞에는 항상 수많은 팬들이 운집해 사진을 찍느라 분주하다. 이 세기의 여인은 카메라에 담으려고 저마다의 카메라를 들어 올린 모습을 보는 것 역시 퍽 재미난 경험이다.
여행 가면 사진 찍기 바쁘다. 하지만 가끔은 눈감고 사색을 하며, 음악을 듣고, 편지를 써 볼 일이다. 여행에서 편지쓰기, 얼마나 감성적인가. 편지 쓸 대상이 있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다. 여행지에서 누군가 편지를 보내온다면 받는 기쁨 또한 클 것이다. 여행의 감성은 편지를 통해 고스란히 전해진다. 여행지의 감성뿐만 아니라 사랑의 마음까지도. 여행은 그렇게 많은 것을 채워나간다.
공원 앞 작은 카페에 앉아 오랜만에 당신에게 편지를 쓴다.
이름을 써 놓고 한참 하얀 종이만 빤히 바라보았다.
사랑받는 것이 나에게 과분하다는 것을 조금만 더 일찍 알았으면 좋았을 것을...
지금의 이 사랑이 당연한 것이 아닌, 당신의 아픔과 인내로 인해 받은 축복이었음을
조금 일찍 알았더라도 상처주고 상처받는 일은 훨씬 줄어들었을 텐데...
펜을 움직여 못난 글씨 하나하나 써 내려간다.
이곳 사랑의 도시 파리에서
사랑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을 보며
당신도, 나도 치유되었으면
아픔도 상처도 나았으면
그랬으면 좋겠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