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들의 등산일기 - 산은 많은 것을 내어준다. 등산하는 여자들의 이야기(山女日記). 등산예찬.

여자들의 등산일기 - 산은 많은 것을 내어준다. 등산하는 여자들의 이야기(山女日記). 등산예찬.


여자들의 등산일기 (山女日記) / 미나토 가나에 / 심정명 / 비채
山女日記 / Kanae Minato

여자들의 등산일기 (山女日記) / 미나토 가나에 / 심정명 / 비채



인자요산(仁者樂山) : 어진 사람은 산을 좋아한다

산을 좋아하는 사람들, 산에 오르는 사람들에게는 그들의 자부심을 드러내는 말이 하나 있다. 바로 '인자요산'이다. 어진 사람은 산을 좋아한다, 공자님 말씀이다. 산을 좋아하는 사람 중에 악인이 없다는 말도 그것에서 파생된 말일 것이다. 산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모두 마음이 넉넉하고 친절하다. 여유롭고 배려심도 많다. 순서는 바뀌었지만, 산을 좋아하면 어진 사람이 된다. 그래서 마음이 심란하고 조급할 때, 마음을 정화하고 싶을 때 산을 찾기도 한다. 산은 진중함과 넉넉함으로 사람을 선하게 만든다.

미나토 가나에가 산에 오르는 사람을 소재로 이야기를 썼다. 작가의 작품들은 범죄, 스릴러가 대부분인데, 이 작품은 피 한 방울 흘리지 않는 작품이다. 작가의 말을 가져오면, 아무도 다치지 않는 소설을 쓴 것이다.

산을 좋아하는 여성, 통칭 ‘마운틴 걸’이 모이는 ‘여자들의 등산 일기’라는 사이트가 있다. 등산을 좋아하는 여성, 등산에 입문하려는 여성, 기타 등산에 필요한 정보를 얻으려고 이 사이트에 들어오는 사람들이 많다. 주인공도 이 사이트에서 등산 정보를 얻는다. 일본의 100대 명산을 차례로 오르려는 원대한 목표도 세운다.

혼자 산에 오르는 것을 즐기는 주인공. 때로는 동료, 가족, 애인과 산에 오르고, 산에서 새로운 동행을 만나기도 한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목적지까지 오르는 동안, 가족과의 문제, 동료와의 문제, 애인과의 관계 등 생활하면서 안고 있던 문제들의 해결책을 찾기도 하고, 상대방을 이해하는 실마리를 얻기도 한다.

산에 오르는 과정을 인생에 비유하는 것은 진부하지만 적절하다.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이 있고, 발 디딘 만큼 올라갈 수 있고, 고난을 하나하나 이겨내면 정상에 도달한다. 이 책은 이런 진부함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자기 주변의 상황과 등산 과정 중에 맞닥뜨리는 상황을 연결하고, 그 부분에서 자신의 이해심을 넓게 한다. 많은 고민과 슬픔, 아쉬움, 화를 안고 산에 오르지만, 등산하는 과정에서 만나는 사람들과 산의 풍경 등 다양한 모습으로 감정을 해소한다. 그래서 집에 있는 아버지, 어머니에 대한 생각도 새로이 하게 되고, 답답하게만 느껴졌던 동료의 입장도 이해하게 된다. 결혼을 앞둔 애인에 대해서도 현명한 관계를 만들려고 한다.

산은 생각을 하기에 딱 좋다. 동행이 있어도 말없이 한 줄로 걷고 있으면 자기 세계 속으로 들어가게 된다. 그때 마음속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문제가 자연스럽게 머릿속에 떠오른다. 자기 발로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고 있으면 인생도 자기 발로 나아가야만 한다고, 일상생활에서는 외면하던 문제와 똑바로 마주 봐야 할 듯한 느낌이 든다. 이 발로 정상에 도착하면 가슴속에도 빛이 비쳐드는 것 아닐까 하는 기대가 가는 길을 격려해준다. 그렇게 해서 자기 자신과 마주 보면서 걷는 것이 등산이라 생각했다. 산에 오르는 사람은 모두 크든 작든 고민을 갖고 있는 게 아닐까 하고. - 361p.

산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대리등산의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산을 마주하면 옹졸했던 마음도 넉넉해지고, 의기소침했던 마음도 활력을 찾는다. 내 주변의 심각했던 문제들도 산행 후에 사소한 문제로 받아들일 수 있는 여유가 생긴다. 삶은 충분한 활력과 넉넉함으로 충만해진다. 등산은 그런 것을 얻게 해준다. 이 책은 등산예찬이다.

“좋지 않나요, 산? 빨리 올라가려 할 필요는 없어요.
한 걸음씩 천천히 발을 내딛다 보면 목적지에 확실히 도착하거든요”

앞서 ‘인자요산’을 이야기했다. 일단 산에 오르는 사람은 부지런한 사람이다. 힘들여 정상에 오른다. 오르는 과정에서 힘이 들고 땀을 흘린다. 과정을 착실히 밟고 올라가는 일. 최근에 사회 분위기가 과정을 무시하고, 일확천금을 노리는 한탕주의가 횡행하고 있다. 땀 흘려 일하는 것을 하찮게 여긴다. 이 사회는 땀 흘리는 사람, 과정에 충실한 사람들이 만들어가는 것이다. 이 책이 ‘등산예찬’이라 말 한 것은 등산 자체의 매력도 있지만, 등산하는 과정을 경건하게 바라보는 것이기도 하다. 이 책을 예전에 읽고 다시 읽는데, 그런 생각이 들었다. 삶이 무미건조해지고 자존감이 낮아질 때, 자신의 가치를 다시 찾고 싶을 때, 산에 오를 일이다. 산은 많은 것을 내어준다.



참고 : 인자요산(仁者樂山) 지자요수(知者樂水)

子曰 “知者樂水, 仁者樂山, 知者動, 仁者靜, 知者樂, 仁者壽.”
자왈 “지자요수, 인자요산, 지자동, 인자정, 지자락, 인자수.”
子曰 “知者樂水, 仁者樂山, 知者動, 仁者靜, 知者樂, 仁者壽.”
자왈 “지자요수, 인자요산, 지자동, 인자정, 지자락, 인자수.”

지혜로운 사람은 물을 좋아하고 어진 사람은 산을 좋아하며, 지혜로운 사람은 활동적이고 어진 사람은 평정하며, 지혜로운 사람은 인생을 즐길 줄 알고 어진 사람은 오래 산다. - 옹야(雍也). 공자

맹자는 옳고 그름을 판별해 낼 줄 아는 ‘시비지심(是非之心)’이 지혜의 출발이고, 남을 긍휼히 여길 줄 아는 ‘측은지심(惻隱之心)’이 인의 출발이라고 했다. 공자는 옳고 그름을 가릴 줄 아는 지혜로운 자는 물을 좋아하고 남을 불쌍히 여기는 어진 사람은 산을 좋아한다고 했다. - 백과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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