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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인 4색 커피와 사랑, 만남, 인연, 인생 이야기

4인 4색 커피와 사랑, 만남, 인연, 인생 이야기 



사랑은 아메리카노 어쩌면 민트초코 
사토 시마코, 가와구치 요코, 아오메 우미, 유즈키 케이
Coffe cup yon Haibun no Chiisana Monogatari, 커피 네 잔의 작은 이야기
Shimako Sato, Yoko Kawaguchi, Umi Aome, Kep Yuzuki

사랑은 아메리카노 어쩌면 민트초코

사랑은 아메리카노 어쩌면 민트초코 


‘커피’와 짝을 이루는 단어를 몇 개 모아보면 ‘감성’, ‘사랑’. ‘음악’, ‘여유’ 등이 있다. 커피는 따뜻하고 여유롭고 인간적인 분위기를 풍긴다. 일본의 대표적 여류 작가 4명이 커피를 소재로 5편의 이야기를 썼다. 작품 모두 가볍게 읽을 수 있는데, 갑자기 훅 들어오는 감정의 먹먹함이 있다. 커피와 잘 어울린다.

stranger in paradise / 사토 시마코
제비꽃 커피와 연꽃 젤리 / 가와구치 요코
내 사랑 모이즈. 모카 마타리의 유혹 / 아오메 우미
비 오는 날에는 킬리만자로를 / 유즈키 케이
커피 마시기 좋은 날 / 유즈키 케이

1. stranger in paradise 

화가를 지망하는 형과 형을 뒷바라지하는 동생이 어려운 환경 속에서 살아가는 이야기다. 마치 화가 고흐와 동생 테오를 떠올리게 한다. 동생도 그림을 그린다. 하지만 형의 실력에 미치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어느 날 동생은 사랑하는 사람의 초상화를 그린 것을 계기로 의도치 않게 주목을 받게 되고, 화가가 되고 싶은 욕망에 사로잡힌 형에게 상처를 주게 된다. 형의 의욕을 불러일으키고자 신의 기운이 깃들어 있다는 커피 꽃을 찾아 먼 길을 떠난 동생은 마침내 새하얀 커피 꽃으로 다시 태어난다. 사랑하는 사람과 형 사이에서 기쁨과 상실을 온몸으로 겪으며 새하얀 커피 꽃이 된다는 이야기는 순수하면서도 신비로운 사랑처럼 애잔하다. 

나는 형에게 내 그림을 보여주기가 부끄러워서 늘 형의 눈을 피해 그림을 그렸는데, 가끔은 마을에서 멀리 떨어진 숲속에 가서 그리기도 했다. 나는 연필로 바다를 그리고, 베갯머리에 놓인 들꽃을 그리고, 또 어떤 날에는 한 여인을 그렸다. 내가 훔쳐보던 아름다운 여인의 옆모습을. - 11p. 


2. 커피와 연꽃 젤리 

‘바토’라는 카페를 배경으로 나이 지긋한 두 자매의 추억과 사랑 이야기다. 별로 눈에 띄지 않는 곳에서 30년이나 자리를 지켜온 바토 커피집. 이곳에서 언니는 커피를, 동생은 젤리를 만든다. 카페는 별다른 변화 없이 늘 주인 자매가 정한 규칙대로 돌아간다. 바토 커피집의 일상과 정경은 편안한 안식처다. 그 속에서 오가는 이야기는 인생에 대한 많은 생각을 불러일으킨다. 카페 ‘바토’라는 이름의 유래가 밝혀지는 순간, 오랜 세월 가슴에 담아온 인연의 자락이 고개를 든다.


3. 내 사랑 모이즈…… 모카 마타리의 유혹 

파리 뒷골목의 허름한 카페에서 만난 남자 모이즈는 모카 마타리를 즐겨 마시던 남자다. 여인은 ‘진짜 커피’를 마시게 해주겠다는 모이즈의 유혹에 이끌리고 이내 모이즈와 사랑에 빠진다. 하지만 어느 날 모이즈는 농후한 모카 마타리 향만 남긴 채 자취를 감추고 만다. 여인은 모이즈와 모카 마타리에 대한 추억을 더듬어간다. 마지막 반전이 오랜 여운을 남긴다.


4. 비 오는 날에는 킬리만자로를 

유리 공예가인 마키와 블로그에서 만난 의문의 남자 ‘아키라’와의 사이에 커피잔을 매개로 벌어지는 이야기다. 블로그에서 마키와 아키라는 커피와 음악, 일상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서로 공감대를 형성한다. 무미건조한 일상에 찾아온 향긋하고 달콤한 커피 같은 만남. 


5. 커피 마시기 좋은 날 

주인공이 사랑하는 ‘N’과의 일들을 회상하면서 상대에 대한 사랑과 현재 자신의 외로움 등을 일기 형식으로 써내려 간 이야기다. 미묘한 감정의 변화를 겪게 되는 사랑의 과정을 섬세하고 감각적으로 그려냈다. 주인공이 즐겨 찾던 ‘브람스’와 ‘사강의 집’이라는 카페 주인들에 얽힌 엇갈린 인연도 매력적인 이야기다. 커피, 사랑, 이별, 그리고 회상. 천천히 음미할만한 사랑 이야기다. 


커피 한 잔에 많은 인연이 담겨있다. 인연의 수만큼 애잔한 이야기가 있다. 커피에 얽힌 사랑과 인생 이야기. 이 책은 커피라는 일상적인 소재를 통해 사랑, 갈등, 인생의 단면을 섬세하게 그려내고 있다. 각 단편이 작가의 개성을 잘 담고 있다. 커피에 사랑을 담아, 아련한 옛일을 이야기한다. 


스페인 바로셀로나의 매력을 책 한 권으로 – 열정이 번지는 곳 스페인

건축가 가우디, 소설가 세르반테스, 화가 피카소. 그 외에도 스페인을 대표하는 인물이 많다. 역사와 전통, 문화 등 다양한 매력을 지닌 나라 스페인. 세계적인 관광지로 인기 있는 스페인의 모습을 많은 사진으로 보여준다. 

스페인 바로셀로나의 매력을 책 한 권으로 – 열정이 번지는 곳 스페인  


열정이 번지는 곳 스페인 / 백승선 / 쉼 (In the Blue - 10) 

열정이 번지는 곳 스페인 / 백승선 / 쉼


‘쉼’ 출판사의 In the Blue 시리즈를 좋아한다. 그전까지 대부분의 여행 서적이 정보 위주로 마치 전화번호부처럼 빽빽이 관광지의 정보를 적었다면, 이 시리즈의 책은 많은 사진과 짧은 감상 위주로 구성을 해서 편안히 읽을 수 있었다. 사진 자료와 유럽은 특히 잘 어울리는 것 같다. 책을 보면 대리 여행의 느낌이다. 여행 가고픈 마음이 든다.

스페인, 하면 떠오르는 인물이 있다. 건축가 가우디, 소설가 세르반테스, 화가 피카소가 그렇다. 스페인 여행을 다녀온 사람들의 여정을 들여다보면 이들과 관계된 장소가 많다. 말로만 듣던 장소, 건축물을 사진으로 보며 훗날의 여행을 기약한다.

스페인의 여러 도시 중에서 저자는 ‘바르셀로나’부터 시작한다. 바르셀로나는 가우디의 ‘열정’과 ‘꿈’이 가득한 도시다. ‘바르셀로나 = 가우디’의 등식이 전혀 무리가 아니다. 천재 건축가 한 명이 도시를 바꾼다. 

거대한 도시 바르셀로나를 조망하기에 좋은 장소가 몇 군데 있다. 몬주익 언덕, 구엘 공원, 그리고 성 가족 교회(사그라다 파밀리아)다. 특히 구엘 공원은 지중해의 풍광, 가우디의 건축물과 도시를 한눈에 바라볼 수 있다. 도시와 건축물과 거리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 

     공사는 아직도 진행 중이다. 하나의 도시를 재창조한 건축가 가우디의 열정이 백 년이 지난 오늘도 이어지고 있다. 건물을 짓기 시작한 건축가는 이제 이 세상에 없지만, 그의 건물은 아직 살아 움직이고 있다. 백이십여 년 전 한 건축가가 지어 올리기 시작한 건물은, 도시 바르셀로나 한가운데 우뚝 서서 도시를 상징하고 도시의 가장 큰 의미를 세상에 알리고 있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으며, 누구도 기대하지 않았고, 누구도 상상할 수 없었던 건물은 아직도 만들어지고 있다.

“언제 이 성당의 완성된 모습을 볼 수 있습니까?”
“이 성당 건축의 의뢰인은 하나님이신데 그분은 무척 가난하십니다. 하지만 그분은 영생하는 분이시니 바쁜 분이 아닙니다. 쉬엄쉬엄 지어도 큰 문제는 없지요.”

성당의 외벽들은 예수의 탄생과 죽음, 그리고 부활이라는 세 가지 주제로 나뉘어 조각되어 있다. 동쪽에 ‘탄생의 파사드(Nativity facade)’, 남쪽에 ‘영광의 파사드(Glory facade)’, 그리고 서쪽엔 ‘수난의 파사드(Passion facade)’가 있다. 각 파사드(집의 정면)마다 믿음, 소망, 사랑을 의미하는 세 개의 문이 있고, 그 위에는 두 개씩 짝을 이룬 네 개의 탑을 세웠다. 모두 12개의 탑이 세워지는데 이것은 예수의 12명의 제자를 상징한다. 이중 ‘탄생의 파사드’는 가우디가 생전에 유일하게 대부분을 완성시킨 것이다. 아기 예수의 탄생부터 유년시절까지 조각되어 있다. 

모든 것의 근원인 자연으로 돌아가는 것이 가장 독창적인 것. - 가우디

바르셀로나 시가지 한쪽에는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의 웅장한 모습이, 다른 쪽에는 독특한 형태의 ‘총알 빌딩’이 서 있다. 책 표지에 그림으로 담은 정경이다. 말이 필요 없다. 그 너머로 푸른 지중해가 보인다. 아름답고 평화롭다. 


열정이 번지는 곳 스페인

열정이 번지는 곳 스페인



특이한 건물에서 벌어지는 범죄, 본격 미스터리의 정수 - 기울어진 저택의 범죄

기울어진 저택 ‘유빙관’에 모인 사람들. 그리고 두 건의 살인사건. 범인은 저택에 머무는 사람 중에 있다. 경찰은 수사에 전혀 감을 잡지 못한다. 점성술사 겸 탐정인 미타라이 기요시 등장. 오랜 복수를 실행하려는 자의 치밀한 범죄 구성. 광기에 맞서는 탐정의 활약.

특이한 건물에서 벌어지는 범죄, 본격 미스터리의 정수 - 기울어진 저택의 범죄  


기울어진 저택의 범죄 / 시마다 소지 / 한희선 / 시공사 
斜め屋敷の犯罪 / Souji Shimada,しまだ そうじ, 島田 蔣司

기울어진 저택의 범죄 / 시마다 소지 / 한희선 / 시공사

기울어진 저택의 범죄 / 시마다 소지 / 한희선 / 시공사 


1. 대부호, 기묘한 저택을 짓다.


대부호 하마모토 고자부로는 홋카이도 북단 외진 곳에 '유빙관'이라는 대저택을 지었다. 저택은 건물과 탑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그 고장 사람들은 이 저택을 ‘기울어진 저택’이라 부른다. 하마모토는 유빙관을 지을 때 일부러 약간 기울여 지었다. 밖에서 보면 거의 알 수 없을 정도의 경사각이지만, 안에서는 묘한 느낌에 당황한다. 저택은 남북 방향으로 기울어져 있다. 동쪽, 서쪽의 벽은 일반 집과 다름없지만, 남쪽, 북쪽의 벽이 문제다. 경사로 인해 물건을 놓으면 천천히 굴러가고 몸이 기우뚱해진다. 며칠 머물면 몸이 약간 이상해진다. 저택의 주인 하마모토는 어떤 이유로 저택을 지었을까. 저택에 초대된 사람들이 저택 안에서 당황하는 것을 지켜보며 즐기는 장난기 있는 기인인가.

이 서양식 저택은 ‘유빙관’이라는 멋을 부린 이름이 붙어 있는데, 지하 1층, 지상 3층의 서양식 저택과 그 동쪽에 인접한 피사의 사탑을 본뜬 탑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이 탑이 피사의 사탑과 다른 점은 제일 위층에 하마모토 고자부로의 방이 있는 것 외에 아래에는 일체 방도 없고 계단도 없습니다. 즉, 아래층에 입구가 없습니다. 지상에서 직접 이 탑에 들어가 올라가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그러면 어떻게 하마모토가 자기 방에 돌아가는가 하면, 안채, 즉 저택에서 쇠사슬을 당겨 도개교식 계단을 걸쳐서 답의 방으로 돌아갑니다. 그리고 탑 쪽에서 다시 쇠사슬로 다리를 올려둔다는 겁니다. 참 별난 짓이지요! - 109p. 


기울어진 저택. 유빙관 구조
기울어진 저택. 유빙관 구조



2. 크리스마스 파티에 대저택으로 초대받은 사람들, 그리고 일어난 연쇄살인


1983년 겨울, 하마모토는 크리스마스 파티에 거래처 관계자들을 초대한다. 저택에는 딸과 입주직원이 있었고, 거래처 관계자 다섯 명과 지인 두 명이 초대되었다. 사람들 사이에서 묘한 신경전이 보였다. 하마모토의 막내딸 에이코의 결혼 상대가 될 수 있다는 구사카 슌(26)과 도가이 마사키(24). 에이코(23)와 기쿠오카 에이키치의 비서 겸 애인 아이쿠라 구미(22). 

간단히 파티를 마치고 각자 정해진 방으로 돌아간다. 그날 밤, 아이쿠라 구미는 이상한 일을 경험한다. 

희미하게 이상한 소리가 났다. 놀랄 정도로 가깝게 느껴졌다. 천장 뒤쪽인 것 같았다. 까칠까칠한 판자를 손톱으로 긁는 듯한 듣기 싫은 소리였다. 구미는 침대 안에서 일순 몸이 딱딱하게 굳어 귀를 기울였다. 그러나 그뿐이었다. 소리는 끊어졌다. ~ 다시 또 소리가 났다! 마치 거대한 게가 외벽에 붙어서 한 걸음 한 걸음 3층 창문까지 올라오는 듯하다고 생각하니, 비명을 참는 것이 고작이었다. 다시 소리가 났다. 딱딱한 물건끼리 부딪치는 듯한, 소리는 몇 번쯤 연속해서 났다. 돌연 금속이 맞부딪히는 소리가 났다. - 63p. 

“누군가가, 어떤 남자가 저 창에서 들여다봤어요!”
“들여다봤다고? 여기 3층이야!”
“어떤 사람이었어? 얼굴 봤어?”
“그래요. 남자였어. 아주 기분 나쁜 얼굴. 보통 얼굴이 아니었어. 눈이 미쳤어. 피부가 까맣고, 볼에 멍 같은, 화상 같은 자국이 있어요. 수염 났고.” - 66p. 

다음 날 아침 식사시간, 기쿠오카 에이키치의 운전수 우에다 가즈야가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사람들은 그를 찾으러 가는 길에 건물 밖에서 하마모토의 골동품 인형이 눈 위에 흩어져 있는 것을 발견한다. 머리는 없고 손발이 흩어져 있었다. 뭔가 불길한 예감이 든다. 

우에다의 방에서 문을 두드리고 소리쳐도 우에다는 반응이 없다. 문을 부수고 들어간 방안에서 우에다는 죽은 채 발견되었다. 손님들이 본 것은 무서운 광경이었다. 

쓰러진 우에다 가즈야의 심장 바로 위로 등산용 칼의 손잡이만 보이고, 그 주위의 잠옷에는 이미 거무스름해진 피가 말라가고 있었다. 우에다는 침대 위에 있지 않고 침대 발치의 리놀륨 바닥에 반듯이 누워 있었다. 그의 오른쪽 손목에는 하얀 끈이 묶여 있고 그 끝은 어쩐 일인지 금속제 침대에 이어져 있었다. 따라서 오른손은 허공에 떠 있었다. 침대의 위치는 그대로였고 움직인 흔적은 없었다. 더 기묘한 것은 발이었다. 마치 춤추는 듯이 허리를 비틀고 양다리를 거의 직각으로 오른쪽을 향해 치켜 올리고 있었다. 허리 주변의 바닥에 손가락으로 피를 찍어 그린 것 같은 지름 5센티미터 크기의 검붉고 둥근 점이 있었다. 가슴에 꽃힌 등산용 칼의 손잡이에 1미터 정도의 하얀 실이 달려 있었다. - 77p. 

이것은 밀실 살인이다.


3. 경찰이 풀지 못한 사건, 탐정이 해결하다.


살인사건으로 경찰이 출동하자 유빙관은 금세 요란스러운 분위기가 되었다. 손님들은 어제 저녁 식사를 하고, 겨우 이틀째다. 경찰 수사가 마무리 되기까지 유빙관을 떠나지 못한다. 경찰은 저택에 있는 사람들을 개별적으로 수사한다. 정황과 알리바이를 조사해도 누가, 어떤 방법을 범행을 저질렀는지 도무지 감을 잡을 수 없다. 

또 하나의 살인사건이 발생했다. 거래처 사장 기쿠오카 에이키치가 오전 11시가 되어도 보이지 않자 그를 깨우러 갔다. 불러도 대답이 없자, 전날과 똑같은 장면이 떠올라 이상함을 느끼고 문을 부쉈다. 문이 열리고 안을 들여다보니, 소파와 테이블이 쓰러져 있었고 그 건너편에 기쿠오카 에이키치의 거대한 몸이 파자마 차림으로 누워 있었다. 등의 오른쪽에 칼이 꽂혀 있었다. 칼은 우에다 살해 때와 같은 종류의 등산칼이었고, 하얀 실에 묶여 있었다. 

수사에 어려움이 있자, 도쿄에 도움을 청한다. 그리고 도쿄에서는 탐정 미타라이 기요시를 보낸다. 미타라이가 점술가 겸 탐정이라는 말에 홋카이도 경찰은 말문이 막힌다. 탐정이 합류했는데도 또 하나의 사건이 일어난다.

“이 집에 뭔가 얼토당토않은 마물이라도 살고 있나? 아니, 이 집 자체가 마물이야, 마치 집이 의지를 가지고 살인을 하고 있다고밖에 볼 수 없잖아! 이번에는 구사카를 죽였어. 절대로 인간의 짓이 아니야. 할 수 있는 녀석이 있다면 이 집뿐이다.”
“그렇지 않으면 뭔가 엄청난 장치가 있는 게 아닐까. 예를 들어 기계장치로 방이 들려 올라간다든지, 칼이 튀어나온다든지, 빙글 회전한다든지.”
“만일 그렇다면 범인은 손님이 아니라, 초대한 쪽이라는 말인데.”
- 309p.

복수를 위해 오랜 기간 준비를 해온 범인. 괴짜 탐정은 수사를 통해 오래전 사건, 원한, 복수의 시나리오를 밝혀낸다. 저택의 구조와 의미가 사건의 핵심이다. 사건의 전모를 밝힌 탐정의 활약이 범상치 않다. 

기울어진 저택, 뒷면

기울어진 저택, 뒷면


4. 특이한 저택이 추리소설에 등장


작가 시마다 소지는 1948년 히로시마 출생이다. 1980년 [점성술의 매직]으로 26회 에도가와 란포 상 최종심까지 올랐으나 낙선한다. 다음 해 [점성술 살인사건]으로 제목을 바꾼 후 출간하고 인기를 얻는다. 점성술사 탐정 미타라이 기요시 시리즈, 열혈 형사 요시키 다케시 시리즈가 유명하다. 

작가는 100여 권이 넘는 단행본을 출간하고, 다양한 스타일을 선보여 일본 미스터리의 거장으로 인정받는다. 그의 영향을 받은 후배 작가들이 많다. 그의 작품 스타일과 아이디어는 여러 작품에 영향을 주었다. 특이한 저택과 고립 상황은 본격 미스터리의 단골 설정이 되었고, 팬들은 그런 설정의 미스터리에 폭발적인 성원을 보낸다. 


특이한 저택 : 기울어진 저택, 좌우대칭의 건물, 특이한 구조의 집, 방 배치 등
고립 상황 : 무인도, 고립된 산장, 자연재해로 고립된 상황, 사고로 출구 및 동선 제한. 

스포 : 
“사람 하나 죽이려고 일부러 집을 지었다고는 생각도 못 하니까.”
고드름 살인


인구소멸지역 재생을 위한 ‘I턴 프로젝트’, 현실적인 문제에 직면하다. - I의 비극 / 요네자와 호노부

소멸 위기에 처한 지방도시를 살리기 위한 귀촌 프로젝트. 담당 공무원은 열성적으로 일을 하지만, 뜻밖의 사건들로 이주자가 떠나가면서 프로젝트는 실패한다. 그런데 실상은 다른 내막이 있었다. 지역 재생을 바라보는 지역 공무원과 이주민, 외부의 시각과 현실적인 문제를 생각한다. 사람이 떠나간 자리에 다시 사람을 불러 모으는 일은 고려해야 할 변수가 너무 많다. 

인구소멸지역 재생을 위한 ‘I턴 프로젝트’, 현실적인 문제에 직면하다. - I의 비극 / 요네자와 호노부 


I의 비극 / 요네자와 호노부 / 문승준 / 내친구의서재
AI NO HIGEKI / Yonezawa Honobu

I의 비극 / 요네자와 호노부 / 문승준 / 내친구의서재


목제 배를 보존하기 위해 썩은 목재를 교체한다. 노를 바꾸고, 돛대를 바꾸고, 배 밑바닥까지 뜯어내 바꾼다. 그렇게 오랜 시간이 흘러 이윽고 모든 부품이 교체되었을 때, 그것은 원래 배와 같은 것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 15p. 

전국적으로 지방 소멸이 진행되고 있다. 일본도 마찬가지다. 작가 요네자와 호노부는 지역 재생 프로그램인 ‘I턴 프로젝트’를 소재로 지방 소멸 문제를 환기하고 지방자치단체의 정책과 노력을 보여준다. 인구 소멸과 지역 재생의 현실적인 문제와 속내를 미스터리로 접근한다.
 
9년 전, 인구 소멸이 극심한 네 개의 지방자치단체가 합병해 인구 6만 명이 넘는 난하카마 시가 되었다. 그중 한 지역인 미노이시는 6년 전에 유령 마을이 되었다. 주민들 모두 떠나서 아무도 살지 않는 것이다. 난하카마 시는 부서를 하나 만들어서 지역 재생 프로젝트를 시작한다. 담당 직원은 3명이다. 주인공 만간지 구니카즈, 신입 간잔 유카, 과장 니시노 히데쓰구. 

이 마을은 6년 전에 유령 마을이 되었다. 농지는 다소 남아 있고, 땅 주인 몇몇이 시내에 살면서 가끔 농작물을 관리하러 오긴 하지만, 주민은 없다. 무너진 헛간, 갈라진 아스팔트, 버려진 수레, 메마른 저수지. 이 마을은 죽었다. 그리고 지금 이곳, 난하카마 시 미노이시를 재생시키려는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다. - 16p. 

이 부서의 담당 업무는 유령 마을이 된 미노이시에 새로운 주민을 모집하는 것이다. 외지인의 신규 전입, 이른바 'I턴'을 지원하고 추진하는 것이다. 홍보를 마치고 이주자 면접을 본 후에 12세대를 선정했다. 빈집의 주인과 협의해서 집수리를 끝내고 비용과 관리 문제를 결정지었다. 이주자들은 각자의 사정으로 한 두 세대씩 이주해 오기로 했다. 

프로젝트는 원만히 진행되는 것 같았으나 뜻하지 않은 문제가 여기저기서 터져나오기 시작했다. 이웃집과의 불화, 방화, 낡은 집의 위험, 편의시설 부족으로 인한 불편함, 지역 정착을 위한 경제 활동의 어려움, 이주자 모임에서 고의로 독버섯을 음식에 넣는 사건 등. 시골살이에서 이주자들이 견뎌야 할 현실적인 문제들이 발생하고, 이를 견뎌내지 못한 이주자들이 하나둘 지역을 떠나게 된다. 

그런데 그것은 정말로 우연이었을까?

“그래. 나와 잔잔 군은 어떻게 하면 이주자들이 기분 좋게 미노이시에서 나가줄지 매일 궁리했거든. 자네도 알고 있을 거야. 마을을 유지하려면 돈이 들어. 넓으면 넓을수록 더 많이 들지. 인구가 같다면 마을은 좋을수록 좋아. 난하카마 시에는 미노이시를 유지할 만한 예산이 없어.” - 391p.

“정말 운이 좋았다고 봐야지. 일단 이사 온 시민들을 나가게 하려면 보통 10년이나 20년은 걸리는 법이야. 물론 이주자를 선택할 때 바로 나가줄 것 같은 사람을 선택하기는 했네. 돈에 여유가 있어서 다시 시작할 수 있다든가, 이사 횟수가 많아서 이사에 대한 심리적 장벽이 낮다든가, 산촌 생활에 장밋빛 꿈을 꾸고 있다든가 말이지. 그래도 1년도 안 돼 정리가 될 줄은 몰랐어.” - 405p.

소멸 위기의 지역은 어떻게든 외부인을 끌어들이려 애쓴다. 인구 증가만이 소멸 위기를 극복하는 길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게 만만치 않다. 소수의 인원이 거주하더라도 기본적인 비용과 행정력이 필요하다. 시민이 한 사람이라도 살고 있다면 인프라를 정비하고, 쓰레기를 수집하고, 도로를 고쳐서 거주자가 살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비용문제를 인식한 시장과 관계 공무원들은 이주민들이 스스로 떠나기를 바라며 술수를 쓴다.그 일을 신입 간잔 유카와 과장 니시노 히데쓰구가 비밀리에 맡는다. 한 부서에서 프로젝트를 성공시키기 위해 애쓰는 사람과 막는 사람이 각자의 일을 하는 것이다. 우연인 듯 벌어진 일련의 사건들을 만간지 구니카즈는 뒤늦게 알아챈다. 이미 프로젝트는 실패로 끝났고, 시의 결정과 태도에 만간지 구니카즈는 허탈함을 느낀다. 소멸 위기의 지역을 살리는 것은 열정만 가지고 될 일이 아니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더 큰 문제들이 있었다. 지방 소멸과 그 해법에 대한 근본적인 고찰이 필요하다. 소설은 재미있지만, 현실은 막막하다. 좋은 아이디어로 무력감을 해소해야 한다. 


I의 비극 / 요네자와 호노부 / 문승준 / 내친구의서재 2
I의 비극 - I턴 프로젝트 - 유령 마을 - 다시, 비극


* U, J, I턴은 교통 운전 용어인데, 인구이동 연구 분야에서 차용해서 쓰고 있다. 
* U턴은 오던 길로 돌아가는 것처럼 말 그대로 지역 출생자가 진학이나 취업 때문에 도시로 일정 기간 떠났다가 다시 고향으로 돌아오는 것을 의미한다. 
* J턴은 말하자면 U라는 글자를 세로로 반을 자르면 보이는 J자처럼 지역 출생자가 도시로 떠났다가 자기 출생지가 아닌 출생지 인근이나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는 것을 의미한다. 
* I턴은 귀촌처럼 제2의 거주지를 찾는 외지인(주로 대도시 거주자)이다. 아무 연고 없는 외지인이 지역으로 이동하는 경우를 말한다.



얼마 전에 읽은 책 3권. 떠남과 만남, 미소 짓는 사람, 자살하는 대한민국

떠남과 만남(구본형), 미소 짓는 사람(누쿠이 도쿠로), 자살하는 대한민국(김현성)

얼마 전에 읽은 책 3권. 떠남과 만남, 미소 짓는 사람, 자살하는 대한민국


얼마 전에 읽은 책 3권. 분야도 다르고, 출간 연도도 다른 책인데, 우연찮게 연이어 읽게 되었다. 이번 조합이 좋아서 책을 재미있게 읽었고, 많은 위안과 도움이 되었다.


1. 떠남과 만남 

떠남과 만남 (변화를 꿈꾸는 영혼의 게으른 남도여행)
구본형 / 생각의나무 (2000) 
떠남과 만남 [ 개정판 ] / 구본형 저 / 윤광준 사진 / 을유문화사 (2008)

IMF 이후, 격변기의 한국사회에 '변화'라는 화두로 대중에게 나아갈 길을 제시한' 변화경영 전문가' 구본형. 1999년 [익숙한 것과의 결별]을 시작으로 암울하고 정체된 한국사회에 개혁과 변화의 바람을 불러일으켰다. 그의 네 번째 저서 [떠남과 만남]은 남도기행 여행서이지만, 자기를 돌아보는 시간을 갖게 한다. 마음속 감성을 꺼내고, 사회에 다시 나설 용기를 준다.


2. 미소 짓는 사람

미소 짓는 사람 / 누쿠이 도쿠로 / 김은모 / 엘릭시르 (2013)

일류 대학을 졸업하고 대형 은행에 근무하는 엘리트 회사원 '니토 도시미'. 자상하고 냉철하며 업무 능력도 뛰어나기 때문에 젊은 여직원들에게 인기가 많다. 그런 니토가 아내와 딸을 살해했다. 단지 ‘책을 놓을 공간이 없다’는 이유 하나로. 

주변 사람들은 입을 모아 '니토는 좋은 사람'이라고 하지만, 그와 정반대로 냉혹한 면이 있다는 사실도 밝혀진다. 저자는 용의자 니토의 본성을 추적하며 '책을 놓을 공간이 없다'는 의미와 니토 본연의 모습을 파헤친다. 아무도 사람을 온전히 이해할 수 없다. 내가 받아들이고 싶은 것만 받아들이고, 보고 싶은 것만 보려 한다. 세상엔 가려진 진실이 너무 많다.


3. 자살하는 대한민국

자살하는 대한민국 (우리가 선택한 파국과 소멸의 사회경제학)
김현성 / 사이드웨이 (2024)

사멸의 길을 걷고 있는 대한민국. 그 원인을 분석한다. 우리는 대한민국 공동체의 급격한 쇠락과 해체를 목도하는 중이다. 사람들은 결혼하지 않고, 출산하지 않으며, 지방은 소멸하고, 기형적인 고물가와 양극화된 사회체제 속에서 엄청난 경쟁 압력에 시달리고 있다. 모든 문제의 출발점은 '돈'이다. 돈을 쫒기 위해 교육에 몰입하고, 수도권으로 모여들고, 돈때문에 결혼과 출산을 망설인다. 돈 때문에 정당한 과정보다는 한탕주의에 빠진다. 모든 문제들이 서로 연관되어 있음을 알고, 그에 따른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암울하지만 해결책을 함께 모색하기를 바란다.


떠남과 만남, 미소 짓는 사람, 자살하는 대한민국

자살하는 대한민국, 미소 짓는 사람, 떠남과 만남


내 취향이 보이는 작은 수집 그리고 발견하는 행복 - 작은 수집, 스몰컬렉팅

작은 것을 모으다 보면, 자신의 취향은 선명해지고, 감각은 성장한다. 놓치기 쉬운 작은 아름다움이 보인다. 작은 행복을 꾸준히 쌓아가는 것이 잘 살아가는 길이다. 나의 기록을, 나의 시선을 알리는 것은 한 번쯤 도전해 볼 만한 일이다. 

내 취향이 보이는 작은 수집 그리고 발견하는 행복 - 작은 수집, 스몰컬렉팅


작은 수집, 스몰컬렉팅 / 영민 / 휴머니스트
자기만의 방 시리즈

작은 수집, 스몰컬렉팅 / 영민 / 휴머니스트



일기를 한창 쓰던 때가 있었다. 훗날 그 일기를 꺼내 다시 읽어보면 나름의 재미가 있다. 성장소설이 따로 없다. 수집품을 꺼내보는 재미도 마찬가지다. 물건 하나에 얽힌 이야기, 수집할 당시의 상황, 정리할 때의 느낌이 고스란히 살아 있다. 수집의 매력은 그런 것이다. 특히 작은 수집, 사소한 물건의 수집은 그 매력이 독특하다. 

저자는 여행지의 차표, 입장권, 가게의 영수증 등을 모으고 정리해서, 독립출판으로 책을 출간하기도 했다. 이렇게 작은 것을 모으다 보면, 자신의 취향은 선명해지고, 감각은 성장한다. 놓치기 쉬운 작은 아름다움이 보인다. 작은 행복을 꾸준히 쌓아가는 것이 잘 살아가는 길이다.

수집에 앞서 제일 먼저 고민하는 것은 ‘무엇을 모을 것인가’이다. 아직 정하지 않았다면 일단 아무거나 모으기 시작하라.

아직 주제 정하기가 너무 어렵게 느껴지나요? 그럼 ‘주제 없음’으로 일단 무작정 시작하는 것도 좋은 출발이에요. 배치하고 붙이며 스몰컬렉팅북을 만들어가는 중에, 혹은 다 끝내고 뒤돌아봤을 때에서야 주제를 발견할 수도 있어요. 그래도 괜찮아요. 고민하기보다는 아무튼 시작해볼까요. 시작이 반이라잖아요. - 155p. 

작고 쓸모없는 물건이라도 내가 의미를 부여하면 나만의 소중한 물건이 된다. 내가 모은 것들은 고스란히 ‘나’를 표현한다. 나도 몰랐던 내 모습을 수집품으로 알 수 있다. 내가 하고 싶은 일, 내가 좋아하는 일을 수집으로 알 수 있다. 이렇게 아름다운 것들을 계속 수집해서 붙여나갔더니, 일상의 기록이 되었고 책이 되었다. 

저자는 자신의 수집품과 그 기록을 책으로 보여주면서, ‘스몰컬렉팅’을 소개한다. 책에는 저자가 스몰컬렉팅을 시작한 이야기와 스몰컬렉팅이 불러온 기분 좋은 변화를 들려준다. 그리고 구체적인 기록 방법과 정리 아이디어를 보여준다. 작은 수집은 나만의 작은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감각을 키우고, 일상을 기록할 힘을 키울 수 있다. 

예전에 우표를 수집했다. 나이 들고 수집이 멈추면서, 그중 일부는 잃어버리고, 관리소홀로 상태가 나빠졌다. 수집하는 수고와 관리하는 수고, 관심을 놓는 순간 그동안의 수집은 허무하게 무너진다. 수집 컬렉션을 만들고, 저자처럼 책으로 엮으면 수집의 재미와 가치가 더 커질 것이다. 좋아하는 것은 발견하는 즐거움, 모으는 즐거움은 나만의 창작품으로 이어진다. 

독립출판 이야기도 책 후반부에 나온다. 책으로 만드는 방법은 많다. 일단 모으고 정리해서 좋은 컨텐츠를 만든다. 그 과정을 즐기면, 눈에 보이는 창작물은 그다음의 일이다. 

더 많은 이들에게 나의 기록을, 나의 시선을 알리는 것은 한 번쯤 도전해 볼 만한 일입니다. 관심이 생겼다면 독립서점을 방문해 다른 사람들은 어떤 재미있는 책들을 만들었는지 살펴보세요. 그것 또한 스몰컬렉팅의 작은 시작이 될 거예요. - 207p. 


작은 수집, 스몰컬렉팅 / 영민 / 휴머니스트




금붕어 룰렛 – 코인 사기, 코인 다단계 범죄 소설. 욕망과 유혹에 넘어가지 말 것.

코인 사기 피해자가 복수를 실행한다. 일확천금을 위해 모여든 사람들, 그들의 욕망을 이용한 사기꾼들. 평범한 피해자의 마지막 발버둥.

금붕어 룰렛 – 코인 사기, 코인 다단계 범죄 소설. 욕망과 유혹에 넘어가지 말 것.


금붕어 룰렛 / 오윤희 / 팩토리나인

금붕어 룰렛 / 오윤희 / 팩토리나인



이 소설은 최근에 큰 사회문제로 대두된 코인 사기, 코인 다단계 범죄를 다룬다. 코인 관련 범죄는 코인의 종류만 다르지 그 수법은 비슷하다. 근래의 이슈를 소재로 택한 저자의 안목이 궁금해서 저자의 이력을 찾아보니, 저자는 20년 경력의 신문기자였다. 소설에서 다루는 내용이 사실에 기반을 두고, 구성이 치밀한 것은 기자 경력이 한몫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의 이슈를 다룬 것도 사회고발 성격이며 이 또한 기자의 일이다. 우리 사회 구석구석에 자리 잡은 부조리와 범죄를 기록하고 대중에게 알리며, 독자(대중)의 경각심을 환기시킨다. 시대의 문제를 재빠르게 작품으로 만드는 것이 소설가에겐 필요하다. 

SBS [그것이 알고 싶다] 충격 범죄 실화의 장편소설화

수백억대의 재력가가 도심 한복판에서 끔찍한 시체로 발견된다. 피해자는 살아생전 자산증식으로 막대한 부를 거머쥐었지만, 동시에 원한 관계 또한 차고 넘쳐났던 에버그린 투자회사의 대표 정상구. 형사는 부인과 면담하며 정상구의 실체를 파악하며 용의자를 찾아 나선다. 정상구의 투자회사는 코인 다단계 회사였다. 투자 수익을 미끼로 먹잇감을 모으고, 코인 사기로 돈을 번다. 수많은 피해자가 곧 정상구를 살해한 용의자가 될 수 있다. 

돈이 많다는 건 축복보다 오히려 저주에 가까웠다. 대부분의 살인사건은 돈, 혹은 치정에 의해 일어난다. 그것도 대개는 주변에 있는, 아주 가까운 사람에 의해서. - 19p.

다섯 명의 용의자가 차례로 등장한다. 수사하는 과정에서, 유력한 용의자가 모텔 욕조에서 형체도 없이 살해되면서 수사는 대혼란을 맞는다. 그리고 몇 달 뒤, 국과수 감식결과 ‘DNA 불일치’. 살해 방법은 매우 충격적이다. 

욕조엔 한 사람이,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사람으로 추정되는’ 물체가 들어 있었다. 피부 전체가 녹아서 흘러내리다시피 한 얼굴은 이미 형체를 가늠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 195p.

대표적인 사회문제로 사이비 종교와 다단계 사기를 들 수 있다. 인간의 나약함, 탐욕을 건드리면 누구라도 이런 유혹에 빠질 수 있다. 그에 따른 문제는 개인과 가정의 문제를 넘어 사회문제로 확장된다. 피해자들은 삶의 막다른 곳에서 삶을 포기하거나, 또다른 악마가 되기도 한다. 모든 것을 잃으면 오로지 하나만 보인다. 바로 ‘복수’ 평범한 사람들이 악에 받쳐 저지른 복수는 끔찍한 사회의 비극이다. 

‘열등감으로 자신의 목을 조르는 시한폭탄 건물주’, 
‘피와 살을 깎아 헌신했지만 결과는 거죽뿐인 명퇴자’, 
‘배신의 화신으로 거듭난 빈껍데기 신데렐라’, 
‘벼랑 끝에 내몰린 납빛 얼굴의 공시생’ 

작가는 코인 광풍에 빠져드는 인간 본연의 욕망을 묘사한다. 이를 이용하는 치밀한 사기꾼의 범죄를 현실감 있게 전개한다. 그리고 피해자의 통렬한 복수를 보여준다. 피해자의 마지막 발버둥이다. 소설의 독창성과 문학성 그리고 작품성이 준수하다. ‘코인’과 ‘염산’이라는 파격적 소재. 반전 또한 허를 찌른다. 

유혹에 넘어가지 않는 현명함, 욕망에 의연한 삶의 자세가 필요하다.

“새빨간 거짓말보다는 진실이 한 방울쯤 섞여 있을 때 사람들은 더 잘 속아 넘어가는 법이거든.” - 35p.



웰컴 투 더 언더그라운드 - 나를 찾기 위해 언더그라운드를 벗어나다.

현실 세계에서 일이 뜻대로 되지 않아 바닥(언더그라운드)으로 떨어졌을 때, 고난을 극복하고 다시 현실(행복)로 돌아오는 여정이다. 웰컴 투 더 언더그라운드, 굿바이 언더그라운드.

웰컴 투 더 언더그라운드 - 나를 찾기 위해 언더그라운드를 벗어나다. 


웰컴 투 더 언더그라운드 / 서진 / 한겨레출판사
2007년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웰컴 투 더 언더그라운드 / 서진 / 한겨레출판사


이 책은 2007년도 한겨레문학상 수상작이다. 수상 당시에 이 책을 읽었는데, 한겨레문학상의 명성에 걸맞은 책이라 생각했다. 이야기의 구성방식이 독특했고, 재미도 있고 생각할 거리도 안겨주었다. 십수 년이 지나 이 책의 개정판이 나왔다. 예전 책이 개정판으로 재출간된다는 것은 책의 내용과 가치가 재평가된다는 얘기다. 한 번의 수상과 출간으로 머물지 않고 재출간으로 독자들 곁에 남는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일이다. 반갑고 고마운 일이다.

소설은 3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현실 세계에서 일이 뜻대로 되지 않아 바닥(언더그라운드)으로 떨어졌을 때, 고난을 극복하고 다시 현실(행복)로 돌아오는 여정이다. 현실과 상상(언더그라운드)의 조합이 뛰어나다. 이야기 전개 방식도 특이하다. 내용 중에 시간을 옮겨가는 과정은 테이프 플레이어의 버튼 방식을 이용한다. 과거로 돌아가기도 하고(되감기), 시간을 빨리 돌리기도 한다(빨리감기).


1부 : 나는 누구인가. 나를 찾아 지하철을 벗어나다.

(미국의 지하철) 나는 지하철이 움직이는 소리에 깨어난다. 그런데 내가 누구인지, 어디에서 어디로 가는 길이었는지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한다. 지갑 속 신용카드에 내 이름인 듯한 ‘김하진’이라는 이름이 있고, 지갑 속에는 아내와 아들로 보이는 여자와 남자아이의 사진이 있을 뿐이다. 나는 지하철역 밖으로 나가려고 하지만 항상 밖으로 나가려는 순간 정신을 잃고, 깨어보면 몸의 군데군데가 상처가 난 채 지하철을 타고 있다. 하진은 지하철을 벗어나는 게 너무 두렵다. 

하진은 자신의 기억과 가족을 찾으려고 지하철에서 폴카 음악을 연주하는 앤디에게 도움을 청한다. 앤디는 한인타운에 사람을 찾는다는 전단지를 붙이고, 하진은 ‘남편(하진)은 사고로 죽었다’는 아내의 전화를 받는다. 지하철 밖에만 나가면 쓰러진다는 하진의 말을 믿지 못하는 앤디와 함께 하진은 다시 지하철 밖으로 나간다.


2부 : 미국 이민, 역경을 포기하지 않는다. 그런데 이게 정말 행복한 일일까.

(앞으로 되감기) 인터넷 사업으로 성공한 K 선배의 추천으로 하진과 하진의 아내 미라는 미국으로 이민을 떠난다. 미국에서 K 선배의 인터넷 회사는 망하고, 하진은 한국으로 돌아가는 대신 미국에서 새로운 삶을 꾸려가기로 한다. 프로그래머였던 하진은 목수 일을 하게 되고 변호사 공부를 해오던 미라는 결국 변호사가 된다. 아들 민규는 약간의 자폐증을 가진 아이로 커나간다. 힘들어도 작은 행복을 누리며 살고 있었다. 

하진은 우연히 아내를 지하철에서 마주친다. 한 번도 지하철에서 아는 누군가를 만난 적 없던 하진은 호기심에 아내를 미행하는데, 아내는 변호사가 아니라 한인타운의 안마시술소에서 일하고 있었다. 하진은 미행 사실을 아내에게 들키고, 아내는 하진에게 모든 것을 고백한다. 하진은 집을 고치는 공사를 하다가 실수로 기둥을 찍게 되고 집이 무너져 내린다.


3부 : 웰컴 투 더 언더그라운드, 굿바이 언더그라운드

(언더그라운드) 공사 중 사고를 당해 눈을 떠보니 그는 ‘언더그라운드’에 와 있었다. 언더그라운드에는 지상에서 피신한 다양한 사람들이 살고 있었다. 다친 하진을 보살펴준 것은 에이프릴. 전직 의사인 폴은 약물을 이용해 사람들을 조종하며, 언더그라운드에 새로운 세상을 만들려고 한다. 폴은 하진이 더 이상 지상으로 가지 못하게 지하철 밖으로 나가면 쓰러지는 약을 주고, 언드그라운드에서 집 짓는 공사를 맡긴다. 

하진은 아들의 생일날 언더그라운드를 탈출한다. 아들과의 약속 장소인 코니아일랜드에 도착한 그는 아들을 만나게 되고 경찰에 쫓기며 예전에 아들과 함께 구경한 서커스 공연장에 들어간다. 그곳에서는 가장 행복했던 곳으로 관객을 이동을 시켜주는 해피니스 트랜스포터 마술이 펼쳐지고 있었다. 하진은 그 마술에 참여하게 되고, 그가 가장 행복했던 곳으로 사라진다.

하진과 아들이 가장 행복했던 곳은 어디일까? 가장 행복했던 시간은 언제일까?

제목에서 보듯이 '웰컴 투 더 언더그라운드'는 '언더그라운드에 온 것을 환영한다'는 뜻인데, 실상은 언더그라운드를 벗어나 현실에서 행복을 찾아가는 내용이다. 가상의 공간 언더그라운드는 지하철을 기반으로 한 지하세계를 말하지만, 그것이 뜻하는 것은 위험사회, 하층사회, 희망이 없는 부조리한 사회, 소수 약자들의 사회 등 소위 '마이너리티'를 말한다.

이 책의 등장인물은 양지의 세계에서 밀려난 사람들, 평범한 삶에서 뒤쳐진 사람들, 마이너리티에 머물고 있는 사람들의 삶을 대변해준다. 그 세계에서 살아가는 방법, 살아남는 방법, 탈출하는 방법에 관해서 생각하게 된다. 그 시작은 '자아찾기'일 것이다. 작품 속에서 언더그라운드에 머물고 있는 사람들이 현명하게 탈출하기를 기대한다.

저자의 독특한 서술방식도 이 책의 품격을 높이는데 한몫한다. 카세트의 플레이버튼, 되감기, 빨리감기, 멈춤 등의 기능을 적절히 사용한다. 처음엔 낯설지만 읽을수록 빠져든다. 기승전결을 모두 끝내지 않고 '그래서 나중에 어떻게 되었는가' 하고 독자가 궁금증을 갖게 하는 마무리 방식도 좋다. 글을 쓰는데 참고했던 자료 목록까지 실어주어 한층 격을 높였다.


인용 :

당신이 잊어버리지 말아야 할 것이 하나 있다. 잠시, 라고 생각할 때 시간은 멈춰주지 않는다. 그 잠시 동안 한 사람의 인생이 뒤바뀔 만한 일이 생길 수도 있다. 당신에게 필요한 것은 현실을 직시하는 용기일 뿐이다. 변화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당신은 아래로 밀려 내려간다. 인생은 오르막길이다. 막연한 미래를 기대하며 잠시 다른 일을 하기엔 인생은 너무 짧다. 하지만 당신은 변화하지 않는다. 당신은 잠깐 미래에 대해서 생각하기를 그만둔다. 그런 사이 시간은 순식간에 지나가 버리고 당신에겐 더 이상 기회가 오지 않는다. 버스는 떠났다. 기차도 택시도 오토바이도 모두 떠났다. 인생에 시간표 따위는 없다. 인생은 오르막길이다. 멈추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미끄러지며 내려간다. - 50p. ~ 51p.

당신이 하는 일은 당신이 하고 싶었던 일이 아니다. 당신이 아는 것이란 고작 거대한 톱니바퀴의 찌든 때에 불과하다. 당신은 찌든 때에 관해선 도사다. 언제 어떤 식으로 닦아야 하는지, 잘 먹는 세제가 무엇인지 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고 자부한다. 당신이 지킬 수 있는 모든 것은 찌든 때에 불과하다. 그런데 그걸 아는지 모르겠다. 맑고 화창한 어느 날, 당신은 쥐도 새도 모르게 회사에서 잘려나갈 수 있다는 것을. 당신의 상사도 그랬고, 당신의 친구도 그랬고, 당신의 부하도 그럴 것이다. - 217p. ~ 218p.

당신은 중독자다. 하루에 자판기 커피 다섯 잔. 무슨 맛인지도 모르고 마셔댄다. 장에 싸구려 지방이 쌓이고 위는 헐기 시작한다. 궁금하지 않은 인터넷 뉴스를 짬이 날 때마다 클릭한다. 댓글을 읽는 것도 잊지 않는다. 누가 썼는지 궁금한 치사한 댓글일수록 당신은 열광한다. 3초마다 바뀌는 케이블 티브이의 채널. 특별히 보고 싶은 영화를 생각해두지 않았는데도 채널을 바꾼다. 뭔가 나오기를 기다라며 손가락으로, 때로는 발가락으로 버튼을 눌러댄다. 당신은 중독자다. 당신이 그것들에 의지하는 동안 당신의 인생은 서서히 내리막길을 내려가고 있다. 그러나 당신은 인정하지 못한다. 결코 인정하지 못한다. - 240p. ~ 241p.



도쿄 사기꾼들 - 치밀한 준비와 조직력으로 부동산 사기를 일으키는 집단. 그들의 우두머리 지면사

타인의 부동산을 미끼로 돈을 가로채는 이들은 역할이 분담되어있다. 그들의 팀플레이는 정말 대단하다. 이렇게 치밀하게 준비하는 범죄자들을 개인이 상대하기는 어렵다. 사기를 당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도쿄 사기꾼들 - 치밀한 준비와 조직력으로 부동산 사기를 일으키는 집단. 그들의 우두머리 지면사


도쿄 사기꾼들 / 신조 고 / 이규원 / 북스피어
地面師 / Ko Shinjo 

도쿄 사기꾼들 / 신조 고 / 이규원 / 북스피어


작가 신조 고는 소년 시절 폭행과 마약 등의 범죄를 저지르고 감옥까지 갔다 왔다. 그 후 대학에 진학하고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작가는 사회의 어두운 부분을 주로 다루는데, 그의 작품은 모두 악당이 주인공이다. 악당을 주인공으로 내세우는 이런 문학 장르를 피카레스크 소설이라 한다. 영화로 보자면 [도둑들]에 해당하겠다.

피카레스크 소설 : 주인공을 포함한 주요 등장인물들을 도덕적 결함을 갖춘 악인으로 설정하여 이야기를 끌어가는 문학 장르.

[도쿄 사기꾼들]은 작가 신조 고가 부동산 사기꾼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쓴 소설이다. 자신의 과거 경험이 녹아들어 있다. 타인의 부동산을 미끼로 돈을 가로채는 이들은 역할이 분담되어있다. 그들의 팀플레이는 정말 대단하다. 이렇게 치밀하게 준비하는 범죄자들을 개인이 상대하기는 어렵다. 사기를 당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정보를 수집하고 타깃을 물색하는 도면사
소유자를 사칭할 배우를 고르고 교육시키는 수배사
서류와 인감을 만드는 위조범과 돈을 세탁하는 전문가
그리고 이들을 지휘하여 최종 계획을 수립하는 지면사.

원제목은 [지면사들]이다. ‘지면사’는 일본에서 통용되는 단어인데 국내에는 생소한 단어라서 제목을 [도쿄 사기꾼들]이라고 바꿨다. 작가는 치밀한 사기 수법을 자료조사를 통하여 생생하게 보여준다. 이 작품의 핵심이라 하겠다. 이 작품은 2024년 넷플릭스에서 드라마로 방영될 예정이다.

주인공 다쿠미는 불의의 사고로 가족을 읽는다. 모든 것을 포기하고 될 대로 되라는 식으로 살아가던 다쿠미에게 거물급 지면사 해리슨이 나타난다. 해리슨은 각종 부동산 거래 법령, 자치체 조례, 형사소송법 조문과 판례를 술술 암송할 정도로 박식하다. 해리슨은 다쿠미의 재능을 알아보고 지면사가 갖춰야 할 기술을 가르쳐주며 자신의 조직에 합류시킨다. 해리슨을 중심으로 도면사, 수배사, 위조범 등이 팀을 이뤄 대형 부동산 사기를 일으킨다. 

위험한 일, 불법적인 일을 하는 조직은 언제든 와해될 수 있다. 조직을 떠나려는 자, 배신하는 자가 생기면 해리슨은 자신의 방식으로 이를 처리한다. 다쿠미는 해리슨과 자신이 악연으로 엮여 있음을 알고 경찰에 자수한다. 오래전부터 해리슨을 잡으려 고생했던 경찰 다쓰는 은퇴를 앞두고 대형 부동산 사기사건에 투입되고, 다쿠미를 자수시킨다. 범죄자들 일부는 죽고, 잡히고, 다쿠미는 자수한다. 총괄 해리슨은 다른 곳에서 또다른 사기를 준비하는 것으로 소설은 끝난다.

우리나라의 전세사기와 각종 부동산 사기를 보면 소설과 다르지 않다. 치밀한 준비, 법령의 허술한 곳을 파고든다. 그런 노력을 사기에 쓰는 것이 이해가 안 된다. 소설의 마지막처럼 사기꾼은 완전소멸되지 않고, 다른 곳에서 제2의 사기를 준비하고 있다. 피해자는 계속 만들어지니 안타까울 뿐이다. 

작가는 부동산 사기를 비롯해서 사회의 어두운 부분을 탁월하게 그려낸 소설을 써 왔다. 각종 사기와 폭력으로 약자의 돈을 뺏는다. 일본의 사회문제를 직접 다루고 있으니 ‘사회파 미스테리’작가라 볼 수 있다. 이런 암울한 이야기가 사회 전반에 퍼져있고 피해자가 끊이지 않더라도, 이들의 범죄는 언젠가 발각되고, 법의 심판을 받을 것이라는 ‘작은 희망’을 놓지 않는다. 그게 ‘사회정의’니까.


작가의 다른 작품 :
사회초년생을 착취하는 부동산 블랙기업을 다룬 [협소저택]
다단계 판매에 빠져드는 젊은이들을 다룬 [뉴 카르마] 
사회에서 이탈하고 마약을 팔아 연명하는 청년을 주인공으로 한 [살라레오] 


인용 :

“그러고 보니 저쪽에서는 요즘 난리가 난 것 같더군요. 지면사 때문에.”

“뭡니까, 그 지면사라는 건.”

“뉴스 못 보셨습니까. 부동산 전문 사기꾼입니다. 난리도 아닌가 봐요, 요즘. 그 세키요하우스도 백 억인지 몇 억인지를 지면사에게 털렸다고 하던데요.”

“백 억이라면 당연히 난리도 아니겠지요. 세키요하우스가 그렇게 엉성한 회사였나?”

- 365p.



취향을 설계하는 곳, 츠타야, TSUTAYA - 고객을 향한 디테일, 고객의 입장에서 생각하기

츠타야 서점의 성공은 우선 기획의 성공이었다. 좋은 기획이란 무엇인가. 기획의 본질은 고객가치, 수익성, 사원의 성장, 사회 공헌, 이 네 가지 요소를 결합시킨 것이다(173p). 

취향을 설계하는 곳, 츠타야, TSUTAYA - 고객을 향한 디테일, 고객의 입장에서 생각하기


취향을 설계하는 곳, 츠타야, TSUTAYA / 마스다 무네아키 / 장은주 / 위즈덤하우스
Masuda Muneaki 

취향을 설계하는 곳, 츠타야, TSUTAYA / 마스다 무네아키

[취향을 설계하는 곳, 츠타야]는 일본 컬처 컨비니언스 클럽(CCC) 최고경영자인 마스다 무네아키(Masuda Muneaki)가 사내 블로그에 10년간 기록한 경영일기를 선별하여 모은 것이다. CCC의 설립, 츠타야 서점의 초창기 일화, CEO의 경영 철학 등을 에세이 형식으로 게재하였다. 때로는 일기처럼 인간적인 면이 보이고, 가벼운 경영서처럼 보이기도 하는데, 딱딱한 경영서적보다 많은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다. 책의 부제 ‘혁신의 아이콘 마스다 무네아키. 34년간의 비즈니스 인사이트’처럼 마스다 무네아키의 성공 비결이 담겨있다. ‘CEO와의 대화’같은 분위기다. 

츠타야(TSUTAYA) 서점에 관한 이야기를 다른 책에서도 본 적이 있다. 서점을 다룬 인문서적, 일본 여행 중에 서점에 들른 이야기를 쓴 여행서적, 경영의 한 예로 다룬 경영서적. 한 번도 안 간 사람은 있지만, 한 번만 간 사람은 없다는 곳. 인터넷 서점이 등장하면서 기존의 오프라인 서점은 모두 경영이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여전히 서점은 건재하다. 서점이 어려운 것이 아니라 컨셉의 빈약함이 문제였을 것이다. 츠타야 서점은 경영과 마케팅, 고객대응 등 배울 것이 많다. 

츠타야 서점은 일본 컬처 컨비니언스 클럽(CCC)의 전국 브랜드다. CCC는 대형 서점을 운영하는 회사가 아닌 ‘기획전문’ 회사라고 기업을 소개한다. 그 기획 중 하나가 도서, 음반 및 DVD를 대여 사업이었고, 츠타야 서점을 34년 전 35평의 작은 대여점에서 시작해 현재 일본 내 1,400개 매장을 갖춘 국민 브랜드로 성장시켰다. 츠타야 서점의 성공은 우선 기획의 성공이었다. 좋은 기획이란 무엇인가.      

기획의 본질은 고객가치, 수익성, 사원의 성장, 사회 공헌, 이 네 가지 요소를 결합시킨 것이다. - 173p.      

첫째, ‘고객 가치’가 있어 그 기획이 고객의 지지를 받을 것. 둘째, 돈을 가진 사람이 그 기획을 사고 싶게 만드는 ‘수익성’을 실현할 것. 즉 ‘팔리는 기획’일 것. 셋째, 그 기획의 실현을 통하여 사원이나 관여하고 있는 사람이 성장할 수 있을 것. 즉, 세계 최고의 기획회사가 되기 위한 일일 것. 넷째, 그 기획으로 사회가 좋아질 것. 즉 사회공헌으로서의 일이다. 이 네 가지 조건에 부합해야만 CCC는 일을 할 수 있다. 단순한 돈벌이나, 고객에게 기쁨은 주지만 회사로서는 적자인 사업, 회사는 돈을 벌지만 사원이 피폐해지는 일 같은 것은 해서는 안 된다. 서로 모순되는 네 가지 가치를 실현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 212p. 

또 하나의 성공요인을 찾자면 ‘고객의 입장에서 생각하기’다. 고객을 만족시키는 상품, 서비스를 내놓으면 성공하게 되어 있다. 기획의 연장선에 있는 개념인데, 다른 표현을 하자면 ‘디테일의 승리’라고 해도 되겠다. 고객의 입장에서 필요한 것, 불편한 것들을 세심하게 찾아내서 제안하는 것이다. CCC의 이러한 노력은 감탄을 불러 올 정도다.      

고객이 원하는 것을 콕 집어서 제안하면 계약은 성사된다. 장사에서 그 '답'을 발견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고객의 입장에서 생각하면 된다. 혹은 고객의 기분으로 생각하면 된다. 쉬는 날에도, 비오는 날에도, 찜통더위에도, 아침에도, 점심에도, 저녁에도, 통근하는 고객의 기분을 이해하려고 역에서 매장까지 수차례 걷기도 하고, 무더운 날 야외에 주차했다가 시트가 뜨거워진 것을 보고 그늘이 필요하다는 생각도 했다. 에비스가든 플레이스와 롯본기 힐스에 매장을 만들 때는 그 거리의 생활을 알아야만 거리를 이해할 수 있다는 생각에 기획 담당자는 근처에 살아보기까지 했다. 그렇게 고객의 기분으로 답을 찾고 성실하게 그 답을 실현하면 고객은 찾아오기 마련이다. 누구나 할 수 있는 간단한 일인데 하는 사람은 적다. - 22p. 

마스다 무네아키는 ‘경영의 본질은 실패의 허용’이니 실패를 두려워 말고 부지런히 시도하라고 조언한다. 또 성장하려면 자기 능력에 버거울만한 일을 시도해서 경험을 쌓고 성공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안일함은 혁신과 거리가 멀다. 남들이 걱정하는 기획을 내놓을 혁신성이 필요하다. 사업은 결국 사람이 사람을 상대로 하는 것. 그래서 더더욱 ‘사람’에 주목해야 한다는 것도 언급한다.
  
같은 일을 반복해서는 성장할 수 없다. 회사도 사람과 마찬가지로 나이를 먹으면 성장해야 한다. 성장이란 인간과 사회의 '자연스러운 모습'이다. 성장의 결과는 매출로서 나타난다. 매출은 결과인데 원인을 만들지 않고 단순히 매출만 올리려는 것은 잘못이지만, 결과로서의 매출이나 이익은 커져야만 한다. 이익이 커지는 것은 자유의 확대를 의미한다. - 109p.      

미래는 사람이 만든다는 것과 사람의 본질에서 벗어난 미래는 없다는 것이다. - 200p. 

이 책은 경영에만 머물지 않고 사회 변화, 인간적인 성숙, 일본의 미래, 사업의 미래 등등을 담고 있다. 찬찬히 읽어볼만 하다. 

같은 일을 반복해서는 성장할 수 없다. 츠타야 서점

인용 :

돈벌이가 되는 일이란 

돈벌이란, 돈을 벌고 싶어 하는 사람이 실현하는 것이 아니다. 사회적으로도 의미 있는 고객가치를 기획하여 그것을 적절한 비용으로 실현했을 때만 이익이 남는 법이다. 비즈니스는 다양한 이해관계 위에 성립한다. 

고객은 '가치'라는 관계에서 성립하고 거래처는 '거래 조건'이라는 관계에서 성립하고 사원은 '급여'라는 관계에서 성립하고 주주는 '배당'이라는 관계에서 경제적으로 성립한다. 만일 각각의 관계가 영합하고 있다면 어떻게 될까. 

고객에게 원가 이하로 물건을 싸게 팔고 사원에게 법령 이상의 높은 급여를 지급하고 말도 안 되는 거래 조건으로 사입하고 주주가 기뻐할 과감한 배당을 한다면 회사는 눈 깜빡할 새 도산한다. 

따라서 비싸도 고객이 원하는 고객가치를 기획하여, 사원이 급여 이상으로 일하고 싶어하는 회사나 일을 만들거나, 거래처가 미래의 사업 전개를 기대하여 믿고 납득해주는 조건으로 거래가 생기거나, 적은 배당이라도 투자를 해주는 미래 가치가 있는 회사를 실현했을 때만 회사는 돈을 벌고 사원은 성장하며 거래처 역시 함께 성장할 수 있다. 

'돈 버는 사업' 따윈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다. 돈을 버는 것은 그러한 노력의 결과이지 원인이 아니다. - 49p.


AI 미제 사건 전담반 – 직감을 믿는 형사와 논리적인 AI 수사관의 협력으로 사건을 해결한다.

직감을 믿는 형사와 논리적인 AI 수사관. 두 콤비가 미제 사건을 해결한다! "이 보고서는 21세기 범죄에 대처하기 위해 우리가 무엇을 바꿔야 하는지, 무엇이 가능한지 알려주고 있습니다." 

AI 미제 사건 전담반 – 직감을 믿는 형사와 논리적인 AI 수사관의 협력으로 사건을 해결한다. 


AI 미제 사건 전담반 / 조 캘러헌 / 정은 / 북플라자
In the blink of an eye / Jo Callaghan

AI 미제 사건 전담반 / 조 캘러헌 / 정은 / 북플라자



캣 프랭크 형사는 남편이 세상을 떠나고 한동안 쉬다가 현장에 복귀한다. 경찰청의 상사는 미제 사건을 재수사하는 시범 프로젝트의 책임자로 캣 형사를 임명한다. 이 프로젝트의 특징은 인공지능 AI 기술을 범죄 해결에 시범 적용하는 것이다. 경찰청과 AI 개발자의 의도는 정반대다. 경찰청은 AI에게 형사의 일을 뺏길 수 없다는 입장이다. 아직 AI를 현장에 적용하기에는 시기상조라는 얘기다. 인공지능 개발자 오코네도 교수는 오빠가 경찰의 실수로 억울한 일을 당했다. 그래서 합리적이고 냉철한 AI 기술로 수사를 대체하려 한다. 

캣 형사는 현직 형사 두 명(야망 있는 하산, 내성적인 브라운)을 팀원으로 뽑는다. 자신과 형사 둘, 오코네도 교수(AI 수사관 록)가 프로젝트에 참여한다. 기존의 미제사건에서 수사팀이 착수할 사건을 고르는데, 멤버들의 경험과 개인 성향에 따라 모두 다른 사건을 추천한다. 이에 AI 록은 해결할 확률이 높은 사건 2개를 선정한다. 형사의 직감을 믿는 캣 형사, 데이터를 중시하는 AI 수사관 록. 양쪽은 수사 시작부터 의견충돌을 일으킨다. 협력이 될지, 상승효과가 일어날지 의문이다. 

AI 수사관 록의 능력은 대단하다. 수십 명의 수사관이 며칠에 걸쳐 분석할 내용을 짧은 시간에 끝낸다. 그리고 가장 근접한 해결책을 내놓는다. 하지만 형사의 직감도 무시할 수 없다. 둘은 상대방의 장점을 받아들여 수사를 진행해 나간다. 

록이 제시한 두 건의 사건은 모두 실종사건이다. 그리고 사건 발생 후 며칠의 시간이 지난 후였다. 시간이 더 지체되면 실종자의 생사를 장담할 수 없다. 별개의 사건이었던 두 실종사건은 수사를 거듭할수록 하나의 지점에 모인다. 실종을 가장한 연쇄살인. 두 사건의 공통점은 가족 중에 말기암으로 세상을 떠난 사람이 있다는 것, 실종 당일 누군가를 만나기 위해서 거주지를 나섰다는 것, 그리고 이동경로에 있는 CCTV가 모두 고장났다는 것이다. 누군가 사건을 꾸미고 있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그리고 그 배후에는 의료관계자가 있다. 가장 나약한 사람, 의심받지 않는 사람, 피해자 중 하나가 핵심인물이었다.

실종자는 살아서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고, 수사팀은 다른 실종사건까지 해결한다. 형사이자 피해자의 가족이 될 뻔했던 캣 형사는 이번 일로 가족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깨닫는다. 두 형사도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한 단계 성장한다. 

직감을 믿는 형사와 논리적인 AI 수사관. 두 콤비가 미제 사건을 해결한다!

사건이 마무리되고, 보고서가 상부로 올라간다. 보고서를 읽은 장관은 수사관에게 사건과 보고서에 대한 생각, 경찰의 미래에 대해 이야기 한다. 이 책의 결론과도 같다.


이 보고서를 읽고 내린 결론은, 인공지능이 경찰에게 도움이 되는 기능과 능력을 갖추고 있는 것은 분명하나, 제 생각보다 상황이 복잡하다는 겁니다. 따라서 비용 절감 조치의 일환으로 AI 수사관을 보조적으로 도입하는 것은 분명 시기상조로 보입니다. 

하지만 이 보고서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점은 기술의 발전 속도와, 법과 예산이 쫓아가는 속도 사이의 격차가 점점 커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록이 소셜 미디어 사이트에서 찾아낸 검색 결과를 인간이 찾아내려면 수백 시간이 걸리겠죠. 또한 통신 기록과 같은 개인정보에 접근 허가를 받는 데도 여전히 며칠, 때로는 몇 주가 걸리기도 합니다. 개인정보 침해에 대한 법적 우려는 이해하지만, 그에 대한 견제와 균형의 원칙은 디지털 시대 이전에 만들어졌죠. 범죄자들은 기술을 이용해 자유롭게 활개 치는 반면, 우리가 접속 허가를 받는 데는 긴 시간이 걸립니다. 접속 허가를 받을 때쯤에는 이미 범죄가 저질러졌거나 범인이 도망친 지 오래인 경우가 많습니다.

이 보고서는 21세기 범죄에 대처하기 위해 우리가 무엇을 바꿔야 하는지, 무엇이 가능한지 알려주고 있습니다. AI 능력치뿐만 아니라 아직 여러 곳에서 발휘되는 인간 고유의 능력과 그 가치까지 알게 하죠. - 429p. 


코로나가 한창일 때, 히가시노 게이고는 그의 소설에서 코로나로 인한 사회의 변화된 모습을 자세히 묘사했다. 6개월도 안된 시점에 매우 빠른 작업이었다. 요즘은 AI가 주목받고 있다. 세상의 모든 변화가 AI를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다. AI가 작품에 자주 등장한 것이다. 세상은 신기술을 내놓고, 문학은 그것을 작품에 적용한다. 



Things I love about May: Bee Gees, green oaks, fringe tree, and decent weather.

Things I love about May: Bee Gees, green oaks, fringe tree, and decent weather. First of May by Bee Gees.   I'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