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머 퀘스트, Summer Quest ] 아빠가 마지막으로 본 바다를 찾아 나선 히로키. 로드무비 & 성장소설

우리 아빠는 바다에서 돌아가셨어. 나는 그것 말고는 아무것도 몰라. 아빠가 마지막으로 본 바다를 나도 보고 싶어. 여름에 떠나는 탐구 여행. 서머 퀘스트(Summer Quest).

[서머 퀘스트, Summer Quest ] 아빠가 마지막으로 본 바다를 찾아 나선 히로키. 로드무비 & 성장소설 


서머 퀘스트 / 기타야마 치히로 / 이소담 / 폭스코너
Summer Quest / Kitayama Chihiro 

서머 퀘스트 / 기타야마 치히로




이 책을 읽다 보면 영화 두 편이 생각난다. 하나는 로브 라이너 감독의 [스탠 바이 미, Stand by me] (1986년)이고 또 하나는 기타노 다케시 감독의 [기쿠지로의 여름, Summer Of Kikujiro] (1999년)이다. 이런 영화를 로드무비 & 성장영화라고 한다. [서머 퀘스트, Summer Quest] 는 로드무비 & 성장소설이라 하면 되겠다. 성장소설이 대부분 잔잔하고 희망적이다. 그리고 읽고 나면 주인공의 한 뼘 성장을 보게 되고, 읽는 사람도 마음이 한층 넉넉해진다. 이 아이가 앞으로 잘 자라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안심이 된다고나 할까. 

히로키의 아빠는 히로키가 어릴 때 바다에서 죽었다. 엄마와 주변 사람들은 아빠의 죽음에 대해서 자세히 말해주지 않는다. 뭔가를 숨기는 것 같기도 한데, 히로키는 단순히 슬픈 일이기 때문에 말하지 않는 것으로 이해한다. 그런데 이모부의 집에서 우연히 즉석 카메라를 발견하고, 그 속의 필름을 인화해서 보게 된 사진에서 의문을 품는다. 

오랫동안 마음속에 그린 바다가 있었다. 파도 소리를 들으며 친한 친구들과 바비큐를 구워 먹다가 흥분해서 “잠깐 조개 좀 캐 올게”라고 말하고 훌쩍 들어가고 싶어지는 그런 바다. 잔잔해 보였던 바다인데, 뭔가 좀 이상하다고 생각했을 때는 이미 늦었다. 갑자기 큰 파도에 휩쓸리거나 깊은 곳으로 빠지는데, 방심했던 몸으로는 어떻게 할 수도 없고 친구들도 장난친다고 여겨 구하러 올 생각을 하지 않는다. 아빠는 그렇게 죽은 거다. 그렇다고 믿으려 했다.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하기 시작한 건 그 사진 때문이었다. 우리 아빠는 자살했다. - 168p. 

친구 아라타의 도움으로 아빠가 죽은 바다, 사진 속 배경이 어디인지 알게 된다. ‘아빠가 마지막으로 본 바다를 나도 보고 싶어(230p).’ 히로키는 그곳에 가보기로 한다. 용돈을 모으고, 일정을 잡는다. 열세 살 아이에게 처음 가보는 장소는 호기심과 두려움을 불러일으킨다. 그 바다, 그 장소에서 무엇을 마주할 것인지 알 수 없다. 낯선 길에서 친절한 어른의 도움으로 무사히 목적지에 도착한다. 처음 겪어보는 일, 그러나 한 번의 경험으로 두려움은 사라지고 뭔가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긴다. 이런 게 성장한다는 것인가. 

집안으로 눈을 돌리는데 문득 방이 좁아진 느낌이었다. 바닥에 대자로 누워 천장을 올려다보았다. 형광등 갓도, 축 늘어진 끈도 똑같다. 당연하다. 며칠이나 집을 비운 게 아니니까. 엄마는 아무것도 모른다. 오늘 내가 어디에 갔는지. 뭘 봤는지. 내가 입을 다물면 전부 지금과 똑같다. 아빠 이야기가 나와도 계속 말하지 못하는 것도 똑같다. 달라진 점은 아빠가 죽은 바다를 내가 본 것뿐이다. - 195p. 

아라타의 집안은 화목하지 않다. 아빠와 엄마의 관계는 불안하고, 누나는 집을 떠나 먼 곳에서 학교를 다닌다. 아라타의 미래는 엄마의 계획대로, 엄마의 욕심대로 끌려갈 것이다. 아라타는 자신의 미래를 찾기 위해서, 누나에게 도움을 얻으려 한다. 누나가 있는 곳까지 먼 거리를 찾아가려 한다. 히로키와 아라타는 서로의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서 계획을 세우고 실행에 옮긴다. 그리고 서로에게 용기를 준다. 히로키는 아빠의 바다로, 아라타는 누나에게 향한다.

“중학교 입시는 그만둘 거야. 사립고등학교에 진학할 수 있는 부속 중학교에 가서 도쿄대에 가는 건 엄마 꿈이니까. 나는 그보다는 지금 할 수 있는 걸 하고 싶어. 중학교에 들어가면 중학교에서만 할 수 있는 거, 고등학교에 들어가면 고등학교에서만 할 수 있는 거, 그런 걸 마음껏 하고 싶어. 그래서 6중에 갈 거야. 너랑 다른 애들이랑 같이.” - 237p. 

아무에게도 묻지 못했고, 듣지 못했던 진실을 찾기 위해 열세 살 소년 히로키. 인생에서 마주한 커다란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누나를 찾는 아라타. 

아빠가 마지막으로 본 바다를 보러 가는 것. 히로키는 그 바다에서 무엇을 보고 무엇을 깨닫고 어떻게 달라질 것인가. 어린 시절 뭔가를 찾아 떠난 여행(모험)은 우정과 용기를 얻고 정신적으로 한 뼘 성장한다. 한여름 풍경 묘사가 정겹고, 열세 살 아이의 시점이 아름답고, 어른의 마음 씀씀이가 고마운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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