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 / 히가시노 게이고 - 과연 우리가 다른 친구들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추리에는 잘못이 없다. 몇 번이나 시행착오를 거듭하고, 다 완성된 추리도 꼼꼼하게 점검했다. 그 결과, 어떻게도 부정할 수 없는 스토리가 서서히 모습을 드러냈다. 그것은 가가 스스로도 정말 믿고 싶지 않은 내용이었지만, 이제는 믿지 않을 도리가 없는 상황에 이르고 말았다. - 373p.

졸업 / 히가시노 게이고 - 과연 우리가 다른 친구들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졸업 / 히가시노 게이고 / 양윤옥 / 현대문학  
Keigo Higashino, 東野圭吾

히가시노 게이고가 만들어낸 인물 중 가장 유명한 사람은 형사 가가 교이치로다. 작가는 10편의 작품에 가가 형사를 등장시켰다. [졸업]은 1985년에 데뷔한 작가의 1986년 작품이다. 작가의 두 번째 작품이며, 아직 형사가 되기 전의 가가 교이치로가 처음 등장한다. 대학교 졸업을 앞둔, 풋풋한 청년의 가가 교이치로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졸업을 앞둔 7명의 친구들은 분주히 졸업 후의 일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동창 중 두 명이 살해당하고, 한 명은 자살한다. 연이은 친구의 죽음은 충격적이다. 친구가 죽는 시간, 그 장소에 친구들이 같이 있었기 때문에 범인은 그들 중 하나다. 처음 살해되는 친구는 밀실 트릭과 물리 현상을 이용한 살해다. 두 번째 친구는 일본 다도의 예법 중 하나인 '설월화 의식'의 트릭을 이용한다. 작가는 의식의 과정을 그림으로 설명한다.

친구를 의심해야 하는 입장이 불편하지만, 그리고 친구가 범인임을 증명해내는 것이 불편하지만, 가가는 진실을 찾아가는 일에 최선을 다한다. 가가는 밀실과 물리 트릭, 그리고 설월화 트릭을 풀면서 범인을 찾아낸다. 

     사토코는 설월화에 참가한 다른 네 친구의 얼굴을 머릿속에 떠올렸다. 모두 다 지금까지 서로 돕고 서로 마음을 나눠왔던 친구들이다. 하지만 가가는 지금까지 있었던 일이나 쌓아온 정 같은 건 모두 없던 일로 하자는 것이었다. - 238p.

이 소설에는 검도, 테니스, 다도의 동아리 활동 이야기가 나온다. 우리나라와는 달리 일본은 학교에서 동아리 활동이 활성화되었다. 일본 소설에는 학교 동아리가 한 축을 이루는 경우가 많다. 이것은 일본 사회의 특징이기도 하다. 동아리 활동은 각 분야에 대해 깊이 이해는 물론이고, 그 분야의 전문가들이 등장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가가 시리즈의 시작이기 때문에 대학 졸업 후 가가의 진로가 어떻게 바뀌는지, 가가와 연인 사토코의 관계의 이야기가 잠깐 나온다. 이후 시리즈에서 가가의 성향을 보여주는 실마리가 되겠다.

졸업의 의미에 대해서도 생각해볼 만하다. 졸업은 또 다른 시작을 의미한다. 대학생 신분의 틀을 깨고 사회로 나가는 길목에서. 등장인물들은 진로와 교우관계 등 여러 면에서 재정비를 하게 된다. 살다 보면 어떤 매듭을 지어야 할 때가 종종 생긴다.


과연 우리가 다른 친구들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사토코는 조금 전 자신이 생각했던 것을 새삼 확인했다. 우리의 마음을 무겁게 하는 원인은 바로 이것이다. 자살인가 타살인가. 방금 도도가 말한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타살일 경우 자신들 중의 누군가가 범인이라는 이야기가 된다. 그런 일은 절대로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나미카는 자살했다는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다. 하지만 나미카가 자살 같은 것을 할 친구인가. 그 점에 대해서라면 여기 있는 우리 모두가 다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타살일 리도 없고, 나미카가 자살했다는 것도 말이 안 된다. 그런 패러독스가 모두의 마음을 무겁게 짓누르는 것이었다. - 223p.

과연 우리가 다른 친구들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실은 아무것도 알지 못하는 거 아닌가?

나미카는 자살일지도 모르지. 아니. 지금으로서는 그럴 가능성이 더 크다고 해야 할거야. 하지만 우리는 그 동기에 대해 아무런 단서도 없어. 누구보다 친한 친구라고 생각했는데 실제로는 나미카에 대해 아무것도 알지 못했어. 쇼코 때도 마찬가지야. 그런 우리가 이를테면 도도나 하나에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다고 할 수 있을까. 내가 사토코를 불러낸 건 함께 진실을 찾고 싶었기 때문이야. 사토코만은 믿을 수 있어. 그리고 또 한가지, 내가 사미카에 대해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게 있어. 나미카는 결코 스스로 죽음을 선택할 사람이 아니라는 것-, 그것만은 확실해. - 23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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