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도가와 란포의 아케치 고고로 사건수첩 시리즈
에도가와 란포 / 도서출판b
Rampo Edogawa
1. 에도가와 란포의 아케치 고고로 사건수첩 시리즈
1) D자카 살인사건 2) 난쟁이 3) 거미남 4) 엽기의 말로 5) 마술사 6)
황금가면 7) 흡혈귀 8) 인간표범 9) 대금괴 10) 괴인이십면상 11) 소년탐정단
12) 검은 도마뱀 13) 요괴박사 14) 암흑성 15) 악마의 문장 16) 지옥의
어릿광대
2. D자카 살인사건 - 에도가와 란포의 단편집. 아케치 고고로 등장.
일본 애니메이션 ‘소년탐정 김전일’에는 김전일의 라이벌인 아케치 형사가
나온다. ‘아케치’라는 이름을 그냥 붙였을 리는 없고, 그 유래가 궁금했는데
에도가와 란포의 소설 속 명탐정 ‘아케치 고고로’를 보고서 알았다.
에도가와 란포(1894~1965)는 일본 추리소설의 아버지로 칭송받는 인물이다.
본명은 ‘히라이 타로’다. ‘에도가와 란포’는 추리소설의 창시자로 불리는
미국의 소설가 ‘에드거 앨런 포’에서 착안한 필명이다. 추리소설에는 명탐정이
따라오기 마련이다. 탐정의 활약으로 소설이 인기를 얻는다. 에도가와 란포는
초기 작품에서 명탐정 ‘아케치 고고로’를 등장시켰다. 아케치는 한 두 작품에
등장시킬 생각이었는데 반응이 좋아서 그의 작품 다수에서 등장한다.
국내에 소개된 일본의 소설 중 추리, 탐정 분야가 큰 인기를 끌고 있지만,
일본의 초기 추리소설을 접할 기회는 별로 없다. 도서출판 b에서 에도가와
란포의 작품들 중에 아케치 고고로가 등장하는 작품들을 16권짜리 시리즈로
기획하였고, 2019년 12월 기준 두 권이 발행되었다. 에도가와 란포에 대한
입문으로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1권에는 [D자카 살인사건], [유령], [흑수단], [심리시험], [천장 위의
산책자] 다섯 편이 실려 있다. 거의 70, 80년 전의 작품이지만 요즘에 읽어도
트릭과 추리가 대단하다. 물론 요즘의 작품처럼 대작은 아니고 짧은 단편
위주다. (아케치 고고로 사건수첩 1, D자카 살인사건)
1권에 실린 다섯 편 중 [천장 위의 산책자]는 범죄에 흥미를 느끼는 광적인
인물이 등장한다. 소설 속에서는 범죄애호증이라고 하는데 요즘 말로 치면
‘싸이코패스’ 쯤 되겠다. 유희로서의 범죄를 저지르는 것, 작가는 그 당시에
이런 발상을 했다.
하지만 그런 사부로라도 역시 법적으로 죄인이 되는 것만은
아무리 생각해도 싫었습니다. 그는 부모나 형체, 친척, 지인들이 느낄 비탄과
모욕을 무시하면서까지 쾌락에 몰입할 용기는 없었습니다. 책을 보니 아무리
교묘한 범죄라도 반드시 어딘가는 어긋나서 그것이 범죄 발각의 단서가
되었습니다.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평생 경찰의 눈을 피해서 사는 것도
불가능해 보였습니다. 그는 오직 그것이 두려웠습니다. 그의 불행은 세상만사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면서 하필이면 ‘범죄’에 이루 말할 수 없는 매력을 느낀다는
것이었습니다. 또한 그보다 더 큰 불행은 범죄가 발각되는 것이 두려워 그런
‘범죄’를 저지르지 못한다는 것이었지요. - 158p. [천장 위의 산책자] 중.
작가는 괴기와 엽기, 에로티시즘, 환상성, 초자연성, 잔학성 등 매우 폭넓은
작품 활동을 했다. 다양한 소재를 다루면서 추리소설을 넘어 문학의 틀을
일구었다. ‘일본 추리소설의 아버지’라는 평이 괜한 소리가 아니다. 에도가와
란포로부터 시작한 일본의 추리소설은 오랜 기간 성장을 해서 지금에 이르렀다.
현재 일본에서 활동하는 추리소설 작가들은 모두 에도가와 란포의 영향을 받은
것이다.
[작가의 말]에는 에도가와 란포가 그의 작품들을 투고하고 단행본으로
발행하면서 썼던 작품 해설이 담겨있다. 여러 곳에 썼던 작가의 말을 한데
모아서 적어놓으니 하나의 기록이 되는 것 같기도 하고, 시간이 흐르면서
작가의 생각이 어떻게 바뀌었는지도 알 수 있다. 지금 읽는 과거의 추리소설은
신선함이 있다. 대가의 작품과 생각을 접할 수 있는 기회다.
3. 난쟁이 - 에도가와 란포의 중편, ‘난쟁이’와 ‘누구(何者)’
두 번째 시리즈 [난쟁이]에는 ‘난쟁이’와 ‘누구(何者)’ 두 편의 중편이 실려
있다. 두 작품은 여러 가지 면에서 대조적이다. 우선 두 작품 모두 신문에
연재가 되었다. ‘난쟁이’는 신문사의 연재 일정에 공백이 생겨서 그것을 메우기
위해서 급하게 섭외가 된 것이고, ‘누구’는 시간 여유가 있었던 작품이다.
‘난쟁이’는 시간이 글쓰기에 촉박했던 탓에 아이디어를 내고 글 쓰느라
고생했지만, ‘누구’는 이야기가 술술 풀려 애먹지 않고 썼다. 그래서인지
저자는 ‘난쟁이’를 쓴 이후에 본인 작품이라고 하기엔 너무 창피하다는 표현을
써가며 아쉬움을 표현했다. 반면 ‘누구’는 정통추리기법을 도입하는 등
추리소설로서 완성도가 높았다고 스스로 평했다. 하지만 저자의 뜻과는 반대로
대중은 ‘난쟁이’에 열광하고, ‘누구’에 대해서는 정통추리소설의 흐름을
따라가는 무난한 작품이라고, 심하게 말하면 너무 정통이라 ‘시시한
작품’이라고 평했다. ‘난쟁이’는 영화로도 세 번이나 만들어진다. ‘누구’는
이후에 에도가와 란포의 여러 수작 중 손에 꼽히는 작품이라고 대중과 평론가들
사이에서 인정받는다.
[난쟁이]는 요즘에도 엽기적이라 할 수 있는 사건이 나온다.
고바야시 몬조는 어느 날 밤 아사쿠사 공원에서 한
난쟁이를 목격한다. 그런데 그가 품에서 떨어뜨린 꾸러미에는 푸르스름하게 변한
사람의 팔이 들어 있었는데...
그 무렵 어느 사업가의 딸이 실종되고, 어느 백화점에서는 사람 팔 한쪽이
발견된다. 아케치 고고로는 일련의 사건들이 하나로 연결되었다고 판단하고
조사를 시작한다. 출생의 비밀, 실종, 살인, 시체 훼손, 유기 등 요즘에 나올
법한 강력범죄에 그 수법도 엽기적이다. 읽는 내내 소름이 돋을 정도로 오싹한
부분도 있어서 집중하며 읽게 된다. 아케치는 사람들을 탐문하고 증거를
분석한다. 그리고 진술과 증거 사이의 부조화를 찾아내 범인을 밝혀낸다.
음악가가 불협화음에 민감한 것처럼 탐정은 사실의
부조화에 민감할 필요가 있는지도 모릅니다. 종종 사소한 부조화의 발견이 추리의
출발점이 되기 때문이죠. - 167p.
후반부에 범인이 밝혀지는 과정에서 요즘 시대의 기준과는 다른 결말처리가
나온다. 아마도 저자는 이 부분이 마음에 걸렸을 것이다. 그래서 ‘창피하고
민망한 작품’이라고 했는지도 모른다. 소설의 결말에 대해서는 독자의 판단에
맡겨야겠지만, 개인적으로는 ‘반대’의 입장이다.
‘누구’는 밀실사건을 다룬다. 사건현장(방)으로 범인이 들어오고 나간 흔적은
있는데 건물 밖으로 빠져나간 흔적은 없다. 시작점과 도착점이 우물이다.
범인은 어디로 사라졌는가. 탐정은 증거와 진술을 토대로 사건을 추리하며
반전에 반전을 거쳐 범인을 찾아낸다. 불필요한 요소 없이 논리적인 추리를
바탕으로 수수께기를 풀어나간다. ‘에도가와 란포 본격추리의 결정판’이라는
말이 그냥 나온 소리가 아니다. 현대 추리소설 작가들이 사용하는 방법들의
초기 버전 혹은 모델이 되겠다. 여기에서도 결론 부분에 마지막 반전이
기다리고 있다.
‘범인은 당신입니다.’
1권에서 단편의 아기자기한 맛을 접했다면, 2권에서는 중편의 치밀함과 규모를
접할 수 있다. 더 복잡한 인간관계, 사건의 배경, 추리기법 등이 요즘 소설에
견주어도 대단하다. 좋은 독서 경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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