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주(方舟) – 누구도 믿을 수 없다. 무엇도 예측할 수 없다. 모두 당했다.

지하 건물에 10명이 고립되고 3명이 살해된다. 7명 중 한 명이 범인이다. 범인을 희생시켜 나머지 6명이 건물을 탈출해야 한다. 범인은 누구인가. 범인은 자신을 희생할 것인가. 그리고 충격적인 반전. 범인만 살아남는다?

방주(方舟) – 누구도 믿을 수 없다. 무엇도 예측할 수 없다. 모두 당했다. 


방주(方舟) / 유키 하루오 / 김은모 / 블루홀6 
方舟 / 夕木 春央, Haruo Yuki

방주(方舟) / 유키 하루오 / 김은모 / 블루홀6



작가 유키 하루오를 눈여겨봐야겠다. 1993년생인 저자는 올해 30살이고 [방주] 이전에 두 작품을 선보였다. [방주]의 추리와 반전이 대단하다. 이 책의 번역가 김은모는 '10년간 많은 본격 미스터리 소설을 번역해 왔지만 마지막에 이렇게까지 소름이 돋는 작품은 없었다'고 극찬을 했다. 번역가의 인사치레가 아니라 정말 반전이 대단하다. 일본작가 아리스가와 아리스는 '이 충격은 평생 간다'고 했다. 이러한 평은 소설을 다 읽고 나면 납득할 수 있다. 당분간 이런 반전은 나오지 않을 듯싶다.

이 소설은 클로즈드서클(closed circle)물이다. 추리소설에서 ‘클로즈드서클’은 외부와 단절된, 고립된 장소를 뜻한다. 외딴 섬, 눈 속에 갇힌 산장, 비행기, 배, 입구가 막힌 건물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제목 ‘방주’는 성경에 나오는 배인데, 적절한 제목이다. 이렇듯 고립된 장소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다룬 추리소설이 클로즈드서클물이다. 어느 정도 설정이 필요한 부분이다. 전통적인 추리소설의 한 분야가 되겠다. 

등산동호회 친구 6명과 멤버의 사촌은 친구의 별장에 놀러왔다가 특이한 건물이 있다는 얘기를 듣고 찾아가기로 한다. 지하 10미터 아래 3층 구조로 지어진 건물은 흡사 배 모양을 닮았다. 그리고 산에서 길을 잃은 한 가족 3명이 찾아든다. 늦은 시간이라 10명은 건물에서 머물고 다음날 떠나기로 하는데, 간밤에 지진이 일어나 건물의 입구가 큰 바위에 막힌다. 이 바위는 외부인의 침입을 막기 위해서 이전 건물 사용자들이 만들어둔 것이다. 출구는 지하 3층의 반대편에 있는데 물에 잠겨있다. 10명은 건물에 고립된 것이다.

이 건물을 소개한 ‘유야’가 살해당한다. 이곳에 갇힌 사고의 출발은 ‘유야’였다. 건물 이야기만 하지 않았어도 멤버들이 이곳에 올 일은 없었을 것이다. 9명은 사고의 책임을 유야에게 돌리고 있었다. 그러니 누군가 앙심을 품고 살해했을 것이다. 누가 범인인지 모른다.

건물을 빠져나가기 위해서는 입구를 막고 있는 바위를 치워야 한다. 바위를 입구 아래로 떨어뜨릴 방법이 있지만, 누군가 바위 아래 갇혀야 한다. 즉, 9명 중 한 명이 희생해서 나머지 8명을 살려야 한다. 누가 그 일을 할 것인가. 

산속에 묻힌 이 화물선 같은 지하 건축물에서 탈출하려면 아홉 명 중 누군가 한 명을 희생시켜야 하니까. 우리는 희생양을 선택해야 한다. 아니면 모두 죽는다. 어떻게 선택할까? 아홉 명 중 죽어도 되는 사람은, 죽어야 할 사람은 누구인가? 그건 그를 죽인 범인밖에 없다. 범인을 제외한 모두가 그렇게 생각할 것이다. - 9p.

연이어 두 명이 더 살해된다. 7명 중 한 명이 3명을 살해한 범인이다. 왜 살인을 했는지, 누가 살인을 했는지 아무도 모른다. 다만, 누군가 한 명이 남아서 바위를 치워야 한다면 살인범이 그 일을 해야 한다고 나머지 6명은 생각한다. 범인을 찾고, 그 범인을 설득해 희생을 강요해야 한다.


누가 남을 것인가. 누구를 남길 것인가.

갇힌 사람들은 도덕과 정의를 생각한다. 3명을 죽인 살인범은 밖에 나가면 법의 심판을 받을 것이다. 희생을 강요하는 자신들. 살인범이 이곳에 갇히면 얼마 안 가 그도 죽을 것이다. 자신들은 6분의 1의 살인은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물은 점점 차올라 버틸 시간이 얼마 없다. 7일의 남은 시간 동안 살인범을 찾아 희생을 강요하거나 또다른 탈출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리고 상황이 급박해 지면서 내부 혼란이 찾아온다. 누구도 믿을 수 없는 상황에서 의심과 불안은 점점 커진다.

결국 남은 멤버들은 추리를 통해 범인을 찾아낸다. 그리고 범인은 저항 없이 바위를 치우고 자신이 남겠다고 한다. 그다음이 ‘충격적인 반전’이다. 뒷부분 10여 쪽에 6명을 감쪽같이 속이고 독자도 속이는 범인의 동기와 방법이 나온다. 

이 소설의 재미요소는 1)갇힌 공간에서 일어나는 연쇄 살인, 2)범인을 찾기 위한 추리, 3)서로를 의심하는 심리전, 4)살인범을 죽음으로 몰아야 하는 도덕과 정의의 문제, 그리고 5)멤버 6명과 독자를 충격에 빠뜨리는 대반전이다. 앞에서 이야기한 ‘소름이 돋는 작품’, '이 충격은 평생 간다'는 말이 무엇인지 책장을 덮으면 비로소 알 수 있다. 작가의 다른 작품, 다음 작품도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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