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구의 역사는 곧 인간 문명의 역사라고 말해도 그리 심한 과장이 아니다. ~
생각하기 위해, 창조하기 위해 우리는 뭔가를 적어두어야 하고 생각을 체계화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문구가 필요하다. - 347p.
문구의 모험 - 문구의 역사는 곧 인간 문명의 역사
문구의 모험 / 제임스 워드 / 김병화 / 어크로스
Adventures in Stationery / James Ward
가끔 문구점에 들를 때가 있다. 내가 생각하는 문구는 전통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다. 필기구와 노트만 해도 쉽게 선택할 수 없을 정도로 그 종류가 다양하다.
그것들을 하나씩 둘러보다 보면 소유하고 싶은 욕망이 생긴다. 문구는
사용하기도 하지만 기호품으로의 역할도 한다. 문구점에 가면 마음이
편안해지고 행복감을 느낀다. 문구류에 둘러쌓인 것은 곧
풍요로움이다.
오랜 기간 노트와 필기구를 비롯한 전통적인 문구가 책상 위에 놓여있었다.
지금은 컴퓨터와 휴대폰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지만, 여전히 문구는 우리
주변에 있다. 특별한 것을 제외하고 문구는 값비싼 것이 아니었다. 값싸고 작은
물건(노트, 연필, 볼펜, 지우개, 풀, 포스트잇 등등)으로 우리는 학창시절을
보내고 직장생활을 한다. 그리고 언제 어디에서건 손에 잡을 수 있는 곳에
문구를 비치해둔다.
문구가 상업적으로 대량 보급되던 때, 새로운 제품을 개발하기 위해 노력했던
수많은 개발자의 이야기. 기업의 개발 전략, 판매 전략, 그리고 하나의
기호품으로 문구를 사용하던 사람들의 이야기가 이 책에 담겨 있다. 문구에
대한 시시콜콜한 것부터 중요한 역사의 한 축이 될 만한 이야기까지 재미있는
내용이 많다. 세상은 가끔 이 작가처럼 편집증이라 할 만큼 뭔가에 집중하는
사람이 필요하다. 그래야 이런 결과물을 접할 수 있다. 저자가 문구에 집착하고
자료를 모으며 책을 쓴 이유는 다음과 같다.
아무렇지 않게 사용하는 물건들 뒤에 있는 사람들. 브랜드 뒤에 있는 그들의
이름, 그들의 삶, 그들의 역사. 그들은 누구였을까? 그들의 이야기는 무엇일까?
나는 그것을 알아내고 싶었다. - 37p.
저자는 온갖 종류의 문구에 대해서 역사와 발전, 응용에 대해서 많은 사실을
들려준다. 너무 작고, 흔해서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던 부분이었다. 필요에
의해서 만들어지는 물건이지만 아이디어 하나를 내놓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생각과 시행착오가 있었는지. 그 치열한 과정을 볼 수 있다. 문구의 발전을
들여다보면 인간의 역사와 맞물려 있음을 알 수 있다.
종이 위에 뭔가를 쓰는 것은 인간의 창의성을 발현하는 훌륭한 행위다. 문구는
그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아무리 IT기기가 발달하고 업무 환경이 변하더라도
문구의 역할은 축소되지 않을 것이고, 새로운 기능과 형태의 문구가 등장할
것이다. 문구는 사라지지 않고 오래 남을 것이다. 아날로그 문구와 디지털
기기는 역할이 다르고 태생이 다르기 때문이다. 저자는 그러한 확신을 책의
뒷부분에 남긴다. 감히 말하건대, 인류의 문명은 문구의 도움으로 - 특히
종이와 연필 - 이만큼 이루어졌다. 앞으로의 미래도 문구에게 부탁한다.
문명이 처음 밝아올 때부터 존재했던 문구는 인터넷 따위의 엉성한 신출내기가
싸움을 걸고 자신을 죽이게 내버려두지 않을 것이다. 게다가 터널에 갑자기
들어가더라도 펜은 작동이 중단되지 않는다. 연필로 쓸 때는 배터리가 닳아
충전기를 빌릴 일이 없다. 몰스킨 공책에 글을 쓸 때는 내용을 미처 저장해두기도
전에 오작동의 경고가 뜨거나 프로그램이 다운되는 사태가 일어날까봐 걱정할
필요가 없다. 펜은 죽지 않는다. 펜이여, 영원하라. - 353p.
문구는 형태를 바꿔가며 오래도록 남을 것이다.
같이 읽어볼 책 :
1. 나의 문구 여행기 / 문경연 / 뜨인돌
2. 연필 / 헨리 페트로스키 / 홍성림 / 서해문집
(가장 작고 사소한 도구지만 가장 넓은 세계를 만들어낸)
3. 그래, 나는 연필이다 / 박지현 / CABOOKS
(영원을 꿈꾸는 연필의 재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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