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안개 잦은 곳에 산다.
내가 사는 곳엔 금강이 지나간다. 강, 호수가 있는 지역은 안개가 자주, 짙게
낀다. 새벽 운전을 하려는데 안개가 자욱하면 정말 난감하다.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다는 표현을 실감한다. 눈앞 5미터도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
그래도 안개 풍경은 볼만하다. 이런 멋에 푹 파지면 헤어나질 못한다.
소설 속에서 짙은 안개 속을 걸어 신선이 사는 곳으로 들어가는 장면이 종종
묘사된다. 안개가 짙게 낀 날 새벽이면 나는 내가 사는 곳이 신선이 사는 곳인
상상을 한다. 그리고 나는 신선이라 생각하며 잠시 시간을 보낸다. 김승옥의
[무진기행], 이외수의 [벽오금학도]를 읽으며 그런 생각을 많이 했다.
지금 사는 곳을 떠나 다른 곳으로 이사 간다면, 몇 가지 지역 선정 기준을
두고 있다. 가까운 곳에 산이 있으면 좋겠고, 멀지 않은 곳에 바다가 있으면
좋겠고, 집 근처에 걸어서 갈 수 있는 곳에 강이 있으면 좋겠다. 그런 곳이
흔하냐고? 지금 내가 사는 곳이 그렇다. 그래서 쉬 이곳을 떠나지 못하는
것이고, 새로운 곳을 찾지 못하는 이유다.
- 2024.03.20.
안전 안내 문자
안개 낀 집앞 풍경 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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