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이한 건물에서 벌어지는 범죄, 본격 미스터리의 정수 - 기울어진 저택의 범죄

기울어진 저택 ‘유빙관’에 모인 사람들. 그리고 두 건의 살인사건. 범인은 저택에 머무는 사람 중에 있다. 경찰은 수사에 전혀 감을 잡지 못한다. 점성술사 겸 탐정인 미타라이 기요시 등장. 오랜 복수를 실행하려는 자의 치밀한 범죄 구성. 광기에 맞서는 탐정의 활약.

특이한 건물에서 벌어지는 범죄, 본격 미스터리의 정수 - 기울어진 저택의 범죄  


기울어진 저택의 범죄 / 시마다 소지 / 한희선 / 시공사 
斜め屋敷の犯罪 / Souji Shimada,しまだ そうじ, 島田 蔣司

기울어진 저택의 범죄 / 시마다 소지 / 한희선 / 시공사

기울어진 저택의 범죄 / 시마다 소지 / 한희선 / 시공사 


1. 대부호, 기묘한 저택을 짓다.


대부호 하마모토 고자부로는 홋카이도 북단 외진 곳에 '유빙관'이라는 대저택을 지었다. 저택은 건물과 탑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그 고장 사람들은 이 저택을 ‘기울어진 저택’이라 부른다. 하마모토는 유빙관을 지을 때 일부러 약간 기울여 지었다. 밖에서 보면 거의 알 수 없을 정도의 경사각이지만, 안에서는 묘한 느낌에 당황한다. 저택은 남북 방향으로 기울어져 있다. 동쪽, 서쪽의 벽은 일반 집과 다름없지만, 남쪽, 북쪽의 벽이 문제다. 경사로 인해 물건을 놓으면 천천히 굴러가고 몸이 기우뚱해진다. 며칠 머물면 몸이 약간 이상해진다. 저택의 주인 하마모토는 어떤 이유로 저택을 지었을까. 저택에 초대된 사람들이 저택 안에서 당황하는 것을 지켜보며 즐기는 장난기 있는 기인인가.

이 서양식 저택은 ‘유빙관’이라는 멋을 부린 이름이 붙어 있는데, 지하 1층, 지상 3층의 서양식 저택과 그 동쪽에 인접한 피사의 사탑을 본뜬 탑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이 탑이 피사의 사탑과 다른 점은 제일 위층에 하마모토 고자부로의 방이 있는 것 외에 아래에는 일체 방도 없고 계단도 없습니다. 즉, 아래층에 입구가 없습니다. 지상에서 직접 이 탑에 들어가 올라가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그러면 어떻게 하마모토가 자기 방에 돌아가는가 하면, 안채, 즉 저택에서 쇠사슬을 당겨 도개교식 계단을 걸쳐서 답의 방으로 돌아갑니다. 그리고 탑 쪽에서 다시 쇠사슬로 다리를 올려둔다는 겁니다. 참 별난 짓이지요! - 109p. 


기울어진 저택. 유빙관 구조
기울어진 저택. 유빙관 구조



2. 크리스마스 파티에 대저택으로 초대받은 사람들, 그리고 일어난 연쇄살인


1983년 겨울, 하마모토는 크리스마스 파티에 거래처 관계자들을 초대한다. 저택에는 딸과 입주직원이 있었고, 거래처 관계자 다섯 명과 지인 두 명이 초대되었다. 사람들 사이에서 묘한 신경전이 보였다. 하마모토의 막내딸 에이코의 결혼 상대가 될 수 있다는 구사카 슌(26)과 도가이 마사키(24). 에이코(23)와 기쿠오카 에이키치의 비서 겸 애인 아이쿠라 구미(22). 

간단히 파티를 마치고 각자 정해진 방으로 돌아간다. 그날 밤, 아이쿠라 구미는 이상한 일을 경험한다. 

희미하게 이상한 소리가 났다. 놀랄 정도로 가깝게 느껴졌다. 천장 뒤쪽인 것 같았다. 까칠까칠한 판자를 손톱으로 긁는 듯한 듣기 싫은 소리였다. 구미는 침대 안에서 일순 몸이 딱딱하게 굳어 귀를 기울였다. 그러나 그뿐이었다. 소리는 끊어졌다. ~ 다시 또 소리가 났다! 마치 거대한 게가 외벽에 붙어서 한 걸음 한 걸음 3층 창문까지 올라오는 듯하다고 생각하니, 비명을 참는 것이 고작이었다. 다시 소리가 났다. 딱딱한 물건끼리 부딪치는 듯한, 소리는 몇 번쯤 연속해서 났다. 돌연 금속이 맞부딪히는 소리가 났다. - 63p. 

“누군가가, 어떤 남자가 저 창에서 들여다봤어요!”
“들여다봤다고? 여기 3층이야!”
“어떤 사람이었어? 얼굴 봤어?”
“그래요. 남자였어. 아주 기분 나쁜 얼굴. 보통 얼굴이 아니었어. 눈이 미쳤어. 피부가 까맣고, 볼에 멍 같은, 화상 같은 자국이 있어요. 수염 났고.” - 66p. 

다음 날 아침 식사시간, 기쿠오카 에이키치의 운전수 우에다 가즈야가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사람들은 그를 찾으러 가는 길에 건물 밖에서 하마모토의 골동품 인형이 눈 위에 흩어져 있는 것을 발견한다. 머리는 없고 손발이 흩어져 있었다. 뭔가 불길한 예감이 든다. 

우에다의 방에서 문을 두드리고 소리쳐도 우에다는 반응이 없다. 문을 부수고 들어간 방안에서 우에다는 죽은 채 발견되었다. 손님들이 본 것은 무서운 광경이었다. 

쓰러진 우에다 가즈야의 심장 바로 위로 등산용 칼의 손잡이만 보이고, 그 주위의 잠옷에는 이미 거무스름해진 피가 말라가고 있었다. 우에다는 침대 위에 있지 않고 침대 발치의 리놀륨 바닥에 반듯이 누워 있었다. 그의 오른쪽 손목에는 하얀 끈이 묶여 있고 그 끝은 어쩐 일인지 금속제 침대에 이어져 있었다. 따라서 오른손은 허공에 떠 있었다. 침대의 위치는 그대로였고 움직인 흔적은 없었다. 더 기묘한 것은 발이었다. 마치 춤추는 듯이 허리를 비틀고 양다리를 거의 직각으로 오른쪽을 향해 치켜 올리고 있었다. 허리 주변의 바닥에 손가락으로 피를 찍어 그린 것 같은 지름 5센티미터 크기의 검붉고 둥근 점이 있었다. 가슴에 꽃힌 등산용 칼의 손잡이에 1미터 정도의 하얀 실이 달려 있었다. - 77p. 

이것은 밀실 살인이다.


3. 경찰이 풀지 못한 사건, 탐정이 해결하다.


살인사건으로 경찰이 출동하자 유빙관은 금세 요란스러운 분위기가 되었다. 손님들은 어제 저녁 식사를 하고, 겨우 이틀째다. 경찰 수사가 마무리 되기까지 유빙관을 떠나지 못한다. 경찰은 저택에 있는 사람들을 개별적으로 수사한다. 정황과 알리바이를 조사해도 누가, 어떤 방법을 범행을 저질렀는지 도무지 감을 잡을 수 없다. 

또 하나의 살인사건이 발생했다. 거래처 사장 기쿠오카 에이키치가 오전 11시가 되어도 보이지 않자 그를 깨우러 갔다. 불러도 대답이 없자, 전날과 똑같은 장면이 떠올라 이상함을 느끼고 문을 부쉈다. 문이 열리고 안을 들여다보니, 소파와 테이블이 쓰러져 있었고 그 건너편에 기쿠오카 에이키치의 거대한 몸이 파자마 차림으로 누워 있었다. 등의 오른쪽에 칼이 꽂혀 있었다. 칼은 우에다 살해 때와 같은 종류의 등산칼이었고, 하얀 실에 묶여 있었다. 

수사에 어려움이 있자, 도쿄에 도움을 청한다. 그리고 도쿄에서는 탐정 미타라이 기요시를 보낸다. 미타라이가 점술가 겸 탐정이라는 말에 홋카이도 경찰은 말문이 막힌다. 탐정이 합류했는데도 또 하나의 사건이 일어난다.

“이 집에 뭔가 얼토당토않은 마물이라도 살고 있나? 아니, 이 집 자체가 마물이야, 마치 집이 의지를 가지고 살인을 하고 있다고밖에 볼 수 없잖아! 이번에는 구사카를 죽였어. 절대로 인간의 짓이 아니야. 할 수 있는 녀석이 있다면 이 집뿐이다.”
“그렇지 않으면 뭔가 엄청난 장치가 있는 게 아닐까. 예를 들어 기계장치로 방이 들려 올라간다든지, 칼이 튀어나온다든지, 빙글 회전한다든지.”
“만일 그렇다면 범인은 손님이 아니라, 초대한 쪽이라는 말인데.”
- 309p.

복수를 위해 오랜 기간 준비를 해온 범인. 괴짜 탐정은 수사를 통해 오래전 사건, 원한, 복수의 시나리오를 밝혀낸다. 저택의 구조와 의미가 사건의 핵심이다. 사건의 전모를 밝힌 탐정의 활약이 범상치 않다. 

기울어진 저택, 뒷면

기울어진 저택, 뒷면


4. 특이한 저택이 추리소설에 등장


작가 시마다 소지는 1948년 히로시마 출생이다. 1980년 [점성술의 매직]으로 26회 에도가와 란포 상 최종심까지 올랐으나 낙선한다. 다음 해 [점성술 살인사건]으로 제목을 바꾼 후 출간하고 인기를 얻는다. 점성술사 탐정 미타라이 기요시 시리즈, 열혈 형사 요시키 다케시 시리즈가 유명하다. 

작가는 100여 권이 넘는 단행본을 출간하고, 다양한 스타일을 선보여 일본 미스터리의 거장으로 인정받는다. 그의 영향을 받은 후배 작가들이 많다. 그의 작품 스타일과 아이디어는 여러 작품에 영향을 주었다. 특이한 저택과 고립 상황은 본격 미스터리의 단골 설정이 되었고, 팬들은 그런 설정의 미스터리에 폭발적인 성원을 보낸다. 


특이한 저택 : 기울어진 저택, 좌우대칭의 건물, 특이한 구조의 집, 방 배치 등
고립 상황 : 무인도, 고립된 산장, 자연재해로 고립된 상황, 사고로 출구 및 동선 제한. 

스포 : 
“사람 하나 죽이려고 일부러 집을 지었다고는 생각도 못 하니까.”
고드름 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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