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모스, 단풍, 감. 모든 계절이 다 아름답다. 내년을 기약하며.
어느 계절을 좋아하느냐는 질문은 어렵고 아쉽다. 이 계절을 고르면 다른
계절이 생각나기 때문이다. 봄엔 봄이 좋고, 여름엔 여름이, 가을엔 가을이, 또
겨울엔 겨울이 제일 좋은 계절이다. 모든 계절이 다 아름답다. 계절이 돌아왔을
때 그 계절의 멋을 제대로 느끼지 못하고 시간을 보낸다면 그것만큼 안타까운
일이 또 있겠는가.
이번 가을에 내게 있었던 특별한 일이 무엇이 있었나, 하고 돌아보면 아쉽게도
별일이 없었다. 크고 작은 사건, 사고가 없으면 다행이다. 그래도 기억에 남을
뭔가가 있었으면 좋겠는데 딱히 떠오르는 게 없다. 그게 제일 아쉽다. 인생의
어느 한 계절이 그냥 사라진 것 같기 때문이다.
생각을 바꿔보니, 가을에 물든 단풍과 가을꽃을 보았으니 전혀 무의미한
시간은 아니었다. 이번 가을은 작년 가을과 다르고 내년 가을과 다를 것이다.
같은 풍경을 보고 작년과 올해가 다름을 느낀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내년의
단풍과 코스모스와 감나무의 감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행복이 별거인가.
다음을 기약할 수 있으면 그것이 행복이지. 내년에도 나는 코스모스 군락지에서
사진을 찍을 것이고, 감나무의 감을 보며 배불러 할 것이고, 단풍과 낙엽을
보며 겨울을 맞이할 것이다.
2024.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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