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야부사 소방단 - 산골 마을에서 벌어지는 연쇄 방화사건. 그 배후를 파헤치는 미스터리 작가의 활약
하야부사 소방단 / 이케이도 준 / 천선필 / 소미미디어
ハヤブサ消防團 / Jun Ikeido, いけいど じゅん, 池井戶 潤
[하야부사 소방단]은 작가 이케이도 준의 2023년 최신작이다. 드라마로
제작되어 2023년 7월 일본에서 방영하고, 국내에도 8월부터 케이블TV에서
방영하고 있다. 드라마를 보면서 책을 읽게 되었는데, 책을 다 읽은 지금,
드라마는 중반부를 넘어섰다. 내용도 내용이지만 드라마 속에서 보이는
자연경관이 멋지다. 소설 속에서 묘사되는 풍경도 마찬가지다. 드라마와 소설,
두 배의 재미를 느낀다.
하늘 가득 뜬 별이 조용히, 소리도 없이 움직이고 있다.
아무리 바라봐도 질리지 않는 밤하늘이다. 도쿄에서는 이렇게까지 맑은 하늘을 볼
수가 없다. 별들은 밝은 하늘의 상자에 박힌 채, 마치 생명이 깃든 것처럼
반짝이고 있다. 나무들을 흔들고, 이른 봄의 싸늘한 바람이 목덜미를
쓰다듬는데도 불구하고 미마 다로는 2층 베란다에서 하늘을 계속 올려다보고
있었다. - 9p.
미스터리 작가 미마 다로는 도쿄 생활을 접고 아버지의 고향 하야부사로
이사를 한다. 시골엔 사람이 적어서 대부분의 일을 마을 주민들이 모여
해결해야 한다. 하야부사 소방단은 그런 일을 하는 자치회다. 화재 예방, 진압,
야간 순찰, 경비 등의 일을 한다. 우여곡절 끝에 다로는 소방단에 가입한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마을에 화재가 일어난다. 다로는 이 화재가 처음이
아니라 연쇄 방화사건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서로서로 잘 아는 작은 마을이기에 누군가를 의심하는 일은 쉽지 않지만,
방화범이라 지목되는 사람이 있다. 어디서 출발했는지 몇몇 의혹이 히로노부를
범인으로 내몰았다. 얼마후 히로노부는 실종되고, 계곡에서 죽은 채 발견된다.
마을 주민은 히로노부가 연쇄 방화범이고, 수사가 진행되니까 자살했다고
추측한다. 그런데 또 방화사건이 일어난다.
집이 불탄 게 아니에요. 인생의 일부가 불탄
거라고요. - 256
그동안 일어났던 방화사건에 대해서 의심을 품은 다로는 화재가 난 집의
공통점을 찾기 시작한다. 그리고 태양광 발전 업체가 연관되었음을 알게 된다.
업체가 마을에서 영업을 시작한 이후 방화사건이 일어났고, 화재가 난 집이
소유한 땅을 그 업체가 매입한 사실을 알아낸다. 기업이 영업 행위에 방해가 된
집에 일부러 불을 냈다는 의혹이 일고 다로가 찾은 증거들도 그 사실을
뒷받침했다. 또다른 공통점은 불탄 집 모두 마을에 있는 절에 고액의 시주를
했다는 것이다.
마을에는 2년 전에 이주한 영상 크리에이터 다치키 아야가 있다. 아야는 마을
살리기 프로젝트의 하나로 마을을 배경으로 하는 드라마를 찍자는 아이디어를
낸다. 그리고 극본을 다로에게 의뢰한다. 다로는 극본을 쓰고, 아야는 드라마를
찍으면서 둘은 가까워진다. 방화 연쇄사건을 파헤치는 과정에서 업체의 배후에
과거 일본을 떠들썩하게 했던 신흥종교집단이 있음을 알아낸다. 그리고
충격적인 사실은, 다치키 아야가 그 종교 집단의 신자이며 핵심 직책을 맡고
있었다는 것이다.
이쯤 되니 다로는 상황이 복잡해졌다. 종교집단은 범죄행위로 공중분해가
되었지만, 아직 신자들이 남아있었고, 그들은 조직을 재건한다. 그들의 성지를
하야부사에 만들기 위해 땅을 사는 과정에서 방화사건을 일으킨다. 여기까지
정리가 된다. 그럼 아야는 어디까지 관여하고 있는 것인가. 제일 가까이에 있는
사람, 가장 믿어야 하는 사람을 의심해야 한다. 누구도 믿을 수 없다.
다로는 ‘왜 하야부사인가?’라는 의문을 갖는다. 그리고 주변의 도움을 받아
오래전부터 이어져 온 한 가문의 흥망성쇠를 알아낸다. 집안의 몰락으로 인한
상처, 한, 의무, 염원, 이런 것들이 복합적으로 얽혀 하야부사에 파도를 일으킨
것이다.
인생에는 때로 신의 안배라는 생각이 드는 우연이
찾아오는 법이다. - 671p.
마지막에 살인과 방화를 일으킨 범인을 잡는다. 다로 혼자가 아니라 하야부사
소방단의 힘으로. 하야부사는 우리 하야부사 분단이 지켜야 한다(632p).
다로가 처음 하야부사에 와서 소방단에 들어갔을 때 소방단 사람이 했던
말이다. 자신이 사는 마을을 지키는 것은 마을 사람들이다. 마을을 발전시키는
것도 마찬가지다.
[하야부사 소방단]은 재미도 있지만, 농촌이 처한 현실을 보여 주기도 한다.
논과 밭, 산에 무분별하게 들어선 태양광 패널. 그로 인한 환경 파괴와 경관
훼손. 땅을 판 주민과 이익을 얻은 기업. 인구가 줄어들어서 기반 시설 유지가
어려운 지역의 문제 등을 보여 준다. 그리고 아름다운 자연, 주민의 연대,
애향심도 소설에서 볼 수 있다.
등장인물의 대화에서 볼 수 있는 코믹, 방화범을 찾는 추리, 다로와 아야의
로맨스, 산골 마을에서의 일상이 잘 어우러진 재미난 소설이다. 700여 쪽의
분량이지만 절대 지루하지 않다. 이야기에 빠져들어 몰입해 읽을 수 있다.
하야부사 소방단 = 코믹 + 추리 + 로맨스 + 전원
소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