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분 스탠딩 건강법 - 앉아 있는 습관이 당신을 죽인다

‘이코노미 클래스 증후군’은 비행기의 좁은 좌석에서 장시간 움직이지 않고 있을 때 혈류 장애가 생기고, 이 때문에 심부정맥 혈전증이 일어는 것을 말한다. 우리는 일상에서 이러한 위험에 노출되어있다. 예방하기 위해서는 앉아 있는 시간을 줄이고, 자주 움직여야 한다. 

5분 스탠딩 건강법 - 앉아 있는 습관이 당신을 죽인다


5분 스탠딩 건강법 / 오카 고이치로 / 이유라 / 북라이프


      'Sitting is Killing you' (앉아 있는 습관이 당신을 죽인다.) 


혈관 안에서 피가 흐르지 못하고 혈전이 생겨 정맥이 막히는 질환을 '색전증', 또는 '혈전증'이라 한다. 원인은 크게 세 가지다. 

1) 피가 제대로 흐르지 못하고 머무르는 경우. 오랫동안 움직이지 못하고 누워 있거나, 혹 같은 것이 정맥을 눌러서 발생한다. 

2) 피가 쉽게 굳어 버리는 경우. 적혈구가 많아서 피의 점도가 높아서 생길 수도 있고, 피를 굳지 않게 하는 물질이 부족해서 생길 수도 있다. 

3) 혈관 벽에 상처가 생겨서 이를 중심으로 피떡이 만들어지는 경우.

‘이코노미 클래스 증후군’은 비행기의 좁은 좌석에서 장시간 움직이지 않고 있을 때 혈류 장애가 생기고, 이 때문에 심부정맥 혈전증이 일어는 것을 말한다. 위의 1)에 해당한다. 이것은 비행기뿐 아니라 자동차, 버스를 이용할 때도 마찬가지다. 어떤 장소든 장시간 앉아 있으면 이코노미 클래스 증후군의 위험이 있다. 회사에서 일을 할 때, 집에서 TV를 볼 때처럼, 평범한 일상생활 속에서도 발생할 수 있다. 특히 장기간 이런 생활습관에 노출되면 심장질환, 혈관질환, 비만, 당뇨, 대사증후군, 암 등에 걸릴 수 있다. 

이러한 위험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앉아 있는 시간을 줄이고, 자주 움직여야 한다. 작업 중 30분에 한번 씩, 1시간에 한번 씩 일어나서 간단히 몸을 움직이거나 중강도, 고강도의 운동을 잠깐씩 하는 것만으로도 이코노미 클래스 증후군을 예방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의 생활은 의자에 앉아서 오랜 시간을 보내게 되어 있다. 좌식생활로 바뀐 이후, TV와 컴퓨터 등의 기기가 보급된 이후로 우리는 생각보다 오래 앉아 있게 되었다. 집에서건 직장에서건 모든 활동이 앉아서 하는 일이다. 너무 편리해진 생활이 우리의 건강을 해친다. 

저자는 좌식 생활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해 오고 있다. 결론은 오래 앉아 있으면 건강수명이 줄어든다는 것이다. 다양한 자료를 인용하여 그것을 증명한다. 자주 아픈 건 오래 앉아 있기 때문이다. '오래 앉아 있어야 한다면 자주 일어나라.' 최근에는 서서 일하는 책상도 등장했다. 많은 회사들이 오래 앉아 일하는 것의 위험을 인지한 것이다. 자주 움직일 수 있도록 업무 동선을 관리하기도 한다. 한마디로 업무 스타일을 바꾸는 것이다. 

저자는 실생활에서 할 수 있는 간단한 운동을 소개한다. 직장에서, 책상 앞에서 할 수 있는 간단한 동작들은 혈류 장애를 효과적으로 줄일 수 있다. 무엇보다도 자주 일어서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좋다. 일어나지 못하면 앉은 자세에서 다리와 발을 움직이는 것으로도 어느 정도 효과를 볼 수 있다. 오래 앉아 있는 습관에서 자주 일어나는 습관으로. 가만히 있는 자세보다는 몸을 자주 움직이는 것으로. 그러기 위해서는 업무스타일도 바꿔야 하고 생활스타일도 바꿔야 한다. 무의식적으로 몸을 일으키는 습관을 들이면 더 할 나위 없이 좋다. 일단 몸을 일으키면 많든 적든 몸을 움직이게 되어 있다. 작은 습관, 작은 행동이 많은 것을 바꿀 수 있다. 건강만큼 중요한 것이 뭐가 있겠는가.     

 "일어서서 일하면 생산성이 높아질 뿐 아니라 직원 간 소통도 훨씬 좋아진다. 이미 세계 각국에서 서서 일하는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다." - NHK [클로즈업 현대] 

이 책을 읽은 후에, 나는 도서관에서 책을 읽을 때 자리에 앉아서 읽다가 서서 읽기를 반복한다. 앉아 있는 것은 편하고 서 있는 것은 귀찮지만, 앉았다 일어나기를 반복하는 사이에 독서효율도 높아지고 정신도 맑아지는 것 같다.

30분에 한 번 일어나면 통증이 사라진다.


책의 내용

제1장. 당신이 자주 아픈 건 오래 앉아 있기 때문이다
제2장. 당신이 앉아 있는 시간은 생각보다 길다
제3장. 앉아 있는 습관을 바꾸는 초간단 스탠딩 운동법
제4장. 일어서서 움직이는 만큼 당신의 삶이 바뀐다
제5장. 체력도 필요 없는 세상에서 가장 간편한 운동법
제6장. 무의식중에도 실천하게 되는 마법의 습관

월어, 로맨스 소설의 7일, 배를 엮다 / 미우라 시온 – 참신한 작가의 신선한 작품들

월어, 로맨스 소설의 7일, 배를 엮다 / 미우라 시온 – 참신한 작가의 신선한 작품들


미우라 시온의 작품 중에서 [월어(月魚)]를 처음 읽었다. 서정성이 강한 작품이고, 전형적인 일본인의 모습(전통을 지켜나가는 것, 장인정신 등)을 볼 수 있는 작품이어서 좋았다. 작가의 나이와 글쓰기 경력에 맞지 않게, 소설 나름대로 깊이도 있었다. 어느 작가의 작품을 처음 접한다는 것은 독자에게나 그 작가에게나 참 중요하다. 처음 읽은 작품이 수준작이었고 깊은 인상을 받았다면, 그의 작품을 두 번째로 읽게 될 때는 그만큼 기대를 하게 된다. 대부분 작가는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로맨스 소설을 자기 멋대로 번역하는 대책 없는 번역가. 

[로맨스 소설의 7일]은 [월어]에서 작가의 글 솜씨를 확인 한 후에 두 번째로 읽은 그의 작품이다. 소설의 주인공은 로맨스 소설을 번역하는 사람이다. 주인공 아카리는 번역 작업을 하는 도중에 결말이 뻔해 보이는 소설에 지루해하면서 자신도 모르게 원작을 고치게 된다. 직접적인 원인은 6년간 동거를 해오던 남자친구가 사전 예고도 없이, 대책도 없이 회사에 사직서를 낸 것이다. 그리고 주변 인물들도 사소한 일로 아카리에게 스트레스를 준다. 아카리는 이런 것에 화풀이를 하듯, 번역 중인 작품의 인물들에게 원작에는 없는 사건을 만들고 소설의 내용을 바꾼다. 점점 원작과 멀어지는 번역물을 보면서 주인공은 안절부절 못한다. 결국, 현실의 문제들이 어느 정도 정리될 무렵 번역의 문제도 정리가 된다. 

이 작품은 [월어]와 비슷한 수준의 서정성과 무게감을 제공하지는 않는다. 그렇다고 가볍기만 한 소설이라는 말은 아니다. 가볍게 써 나가지만 작은 재미들이 얽혀있어서 지루하지 않다. 일본의 작품들(소설, 영화, 연극, 드라마 등)을 보면 조연에게도 중요한 임무를 부여한다. 비중으로 따져보면 얼만 안 되는 조연이지만, 조연들은 작품을 구성하고 이끌어 가는데 일부분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일본 작품에는 그런 면이 있어서, 가벼워 보이는 작품들도 안정감이 있고 탄탄해 보인다. 이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들도 모두 소설을 이끌어 가는 사건 속에서 자신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이 소설 또한 미우라 시온의 여러 작품들과 함께 그의 작품 세계를 구성하는 중요한 조연으로 역할을 충실히 할 것이다. 

미우라 시온은 서점에서 일한 경력이 있다. 그 경험을 바탕으로 글 쓰는 일, 책 만드는 일과 관련한 에피소드가 그의 작품에 많이 등장한다. 그래서 사람이 무슨 일을 하는지, 무슨 생각을 하는지가 중요하다. 그것은 나의 생활을 지배하고 자신의 미래를 만드는 바탕이 되기 때문이다. 그의 작품들을 보면 서정성이 강하고, 심리와 상황 묘사를 자세히 한다. 정갈한 맛이 있다. ‘평범한 작가’ 같지만, 다른 작가들과 차별화된 글쓰기를 추구한다. 



미우라 시온의 작품 중에서 추천하고 싶은 작품이 하나 있다. [배를 엮다]는 출판사에서 사전 만드는 일에 관한 소설이다. 오랜 기간 대사전을 만드는 과정을 보여 준다. 젊은 신입 직원은 중년이 되고, 처음에 같이 일했던 사람 중에는 고인이 된 사람도 있다. 사전이 다 만들어졌을 때의 감동이 소설에 잘 묘사되어 있다. 사전은 단어를 담고 있고, 단어는 글과 말의 기본이 된다. 기본을 담은 사전을 만들기 위한 사람들의 노력이 숭고하다. 이 소설은 영화로도 제작되었다. 영화 제목은 [행복한 사전]이다. 책이든 영화든 한번 보기 바란다. 그리고 작가 미우라 시온의 작품도 찾아서 읽어보시라 권한다. 

월어 / 배를 엮다 / 로맨스 소설의 7일 / 미우라 시온, Shion Miura 
영화 [행복한 사전]

반 박자 느려도 좋은 포르투갈 - 권호영의 포르투갈 여행기. 포르투갈의 매력 속으로.

여행은 경험하는 만큼 알게 되고, 아는 만큼 즐기고 사랑하게 된다. 저자 권호영은 그것을 몸소 보여준다. 계획대로 착착 진행되는 여행도 좋지만, 돌발변수 또한 여행의 일부이고, 재미를 더해준다. 전작 [대체 조지아에 뭐가 있는데요?]를 재미있게 읽었던 터라 이번 책도 부담 없이 집어 들었다. 


반 박자 느려도 좋은 포르투갈 - 권호영의 포르투갈 여행기. 포르투갈의 매력 속으로.


반 박자 느려도 좋은 포르투갈 / 권호영 / 푸른향기 

포르투갈은 왼쪽으로는 대서양에 접해있고 오른쪽으로는 스페인과 닿아있다. 포르투갈은 과거 해양 강국이며 유럽 강국이었다. 2002년 월드컵에서 유럽의 축구 강국이라는 인식이 생겼다. 내가 생각하는 포르투갈은 단편적인 것뿐이었다. 그중 몇 가지를 들어보면, 소설 [리스본행 야간열차]와 '빵의 어원‘이 있다. 

포르투갈이 마음 한가운데로 이사 왔다. [리스본행 야간열차]에서 그레고리우스가 간절했듯, 포르투갈어로 건네는 인사를 직접 듣고 싶은 순간이었다. 돌바닥을 직접 걸어봐야겠다는 심산이었다. 덜컹거리는 노란 트램을 타고 바람을 맞는 시원함에 눈을 감아버렸다. 벽돌색 바람이 머릿결을 흩트려 놓겠지만, 포르투에서 시작해 이 동네 저 동네 기웃거리며 포르투갈을 내달려야만 괜찮은 방학이겠다. 그렇게 시작한 그 여름의 사소한 포르투갈 이야기. - 6p. 

여행은 경험하는 만큼 알게 되고, 아는 만큼 즐기고 사랑하게 된다. 저자 권호영은 그것을 몸소 보여준다. 계획대로 착착 진행되는 여행도 좋지만, 돌발변수 또한 여행의 일부이고, 재미를 더해준다. 전작 [대체 조지아에 뭐가 있는데요?]을 재미있게 읽었던 터라 이번 책도 부담 없이 집어 들었다. 저자는 출발부터 여권을 빠뜨려서 고생하고, 계획된 방문지는 문을 닫기 일쑤다. 그래도 어긋나면 어긋나는 대로 늦으면 늦은 대로 포르투갈을 즐긴다. 인구 1천만 명의 나라에 매년 2천만 명의 여행자들이 찾는다는 포르투갈의 매력은 무엇일까.

Porto / Coimbra / Costa Nova / Aveiro / Obidos / Palmela / Lisbon / Sintra / Albufeira / Sagres / Lagos

포르투갈 열한 곳의 도시를 여행하며 유명 관광지는 물론 도시 구석구석을 걷고 포르투갈인의 생활을 엿본다. 저자는 되도록 현지어를 사용하려 애쓰고, 걷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한다. 그곳을 제대로 느끼기 위해서는 지역민처럼 움직여야 한다. 관광객의 움직임은 바쁘고 지역민은 여유롭게 움직인다. 여유로울수록 더 많은 것을 보고 느낄 수 있다. 온전히 그곳의 매력을 느낄 수 있다. 


포르투갈. 도우루 강. 동 루이스 1세 다리

포르투갈. 도우루 강. 동 루이스 1세 다리


포르투를 특별하게 만드는 건 바로 이 도우루 강, 그리고 도우루 강 위에 서 있는 무려 2단짜리 동 루이스 1세 다리이다. 아치 형태의 철제 다리 모양은 어쩐지 에펠탑과도 닮았다. 알고 보니 에펠탑을 설계한 구스타프 에펠의 제자인 테오필 세이리그의 작품이란다. 유럽 최대의 아치 철교인 동 루이스 1세 다리는 1층에서는 자동차와 사람이 다니고, 2층에서는 트램과 사람이 함께 다닐 수 있게 설계되었다. - 63p. 

여행은 부담 없이 떠나서 시간을 즐기면 되지만, 단순히 관광지에서 유명 명소를 구경하고 맛집과 카페를 방문하기만 한다면 기억에 오래 남지는 않을 것이다. 역사와 문화를 접하고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과정이 있다면, 그곳은 단순 여행지를 넘어서 인생에서 기억에 남는 경험과 뜻깊은 장소가 될 것이다. 그래서 여행 서적은 취미코너가 아닌 인문 코너에 있어야 제격이다. 

특히 역사적 배경을 알고 나면, 그들이 먹고 마시고 노래하는 모든 것들이 그냥 이루어진 것이 아님을 알게 되고, 이전에 알던 것과는 다른, 새로운 포르투갈로 다가올 것이다. 에그 타르트가 만들어질 수밖에 없었던 역사적 배경, 색색의 코스타노바에 줄무늬 집들이 늘어 서 있게 된 사연, 포르투갈 와인과 포르투갈 음악 파두에 대한 작가의 체험과 해석은 독자들의 호기심을 채우기에 충분하다. 공부가 별거인가, 이렇게 보고 듣는 게 공부다. 하나의 경험으로 또다른 관심이 생기고 관련 자료를 찾아보는 게 공부다. 포르투갈 여행기를 읽고 관련 역사와 문화, 음식과 건축물에 관한 인문학적 곁가지를 많이 만들어갈수록 알찬 시간이 될 것이다. 

아름다운 도심의 경치, 방문지의 핵심 사진 등 포르투갈의 멋을 잘 보여줄 사진도 풍부하고, 저자의 감성도 풍부하게 담겨 있다. 이곳저곳 기웃거리는 여행자의 모습이 부럽다. 훗날 포르투갈 여행을 가게 된다면 모두 이 책 덕분이리라. 


반 박자 느려도 좋은 포르투갈 / 권호영 / 푸른향기

반 박자 느려도 좋은 포르투갈 / 권호영 / 푸른향기 



알록달록한 색깔이 가득한 그곳. 유럽 조지아. 가볼만한 여행지로 떠오르다. - Georgia 대체 조지아에 뭐가 있는데요?

다양한 매력을 지닌 조지아를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이 책에 깔끔히 정리된 문단이 있다.

 스위스 사람들이 산을 감상하러 오고,
 프랑스 사람들이 와인 마시러 오고,
 이탈리아 사람들이 음식을 맛보러 오고,
 스페인 사람들이 춤을 보러 오는 곳, 조지아

알록달록한 색깔이 가득한 그곳. 유럽 조지아. 가볼만한 여행지로 떠오르다. - Georgia 대체 조지아에 뭐가 있는데요? 

 
Georgia 대체 조지아에 뭐가 있는데요? / 권호영 / 푸른향기

내가 알고 있는 조지아는 미국의 한 주(state)와 커피뿐이었다. 미국의 조지아에서 커피가 나는 줄 알았는데, 미국 조지아에서는 커피가 나지 않는다. 커피 조지아는 일본 음료 회사의 브랜드로 조지아하고는 전혀 관계없는 곳이란다. 유럽에 ‘조지아’라는 이름의 나라가 있는지 생각지도 못했다. 흑해와 터키, 러시아에 인접한 조지아는 최근에 여행지로 많은 인기를 얻고 있다. 조지아는 교통이 편한 곳도 아니고 대도시가 밀집한 나라도 아니다. 치안도 나쁘다. 편리한 여행과 거리가 멀지만, 조지아가 보여주는 자연의 광활함과 올드시티의 분위기, 저렴한 물가가 매력적인 곳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제일 먼저 내 눈길을 끈 것은 첫 글에 나오는 이 사진이었다. 사진인지 그림인지 모를, 알록달록 원색의 채소와 과일 매대. 아마도 시장의 한 가게였을 것이다. 사진을 보고 책의 뒷이야기는 궁금하지 않았다. 사진 한 장으로 충분했다. 조지아가 어떤 곳일지 순간 와닿았다. 여행은 이런 맛이 있는 것 아닐까. 마음을 사로잡는 하나의 무엇. 조지아는 사진 한 장으로 다가왔다.


조지아 책 첫부분에 나오는 사진. 그림 같다.

조지아 책 첫부분에 나오는 사진. 그림 같다. 


다양한 매력을 지닌 조지아를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이 책에 깔끔히 정리된 문단이 있다.

 스위스 사람들이 산을 감상하러 오고,
 프랑스 사람들이 와인 마시러 오고,
 이탈리아 사람들이 음식을 맛보러 오고,
 스페인 사람들이 춤을 보러 오는 곳, 조지아

유럽의 여러 나라가 지닌 매력을 골고루 가지고 있는 조지아는 아름다운 자연은 물론 유서 깊은 역사와 문화도 사람들의 눈길을 잡는다. 대도시, 유명관광지 위주의 여행에서 자연으로 들어가는 여행, 불편함을 감수하는 여행, 비주류의 멋을 향하는 여행이 인기를 끌고 있다.

‘유럽의 동남아’라 불리지만 국내에는 조지아에 대한 여행기나 정보가 많지 않다. 여행블로거 권호영의 이 책에는 조지아의 매력이 가득하다. 여행지에 관한 기본 정보는 물론이고, 조지아에서 주의해야 할 것들, 택시 타고 숙소 예약하는 등의 노하우를 잘 알려준다. 꼭 가야 할 곳, 그곳에서 봐야 할 것, 먹어야 할 것들을 정리해서 알려준다. 본인의 여행 감상도 빼놓지 않는다.

     매일 매일 뾰족한 설산을 바라보며 등하교를 하고, 카페 문을 열고, 빵을 만드는 이들의 마음은 파란색이거나 하얀색일 것만 같다. 그들의 얼굴은 마알간 해를 닮아 점점 둥그렇게 변할지도 모른다. - 183p.

간간이 적어놓은 조지아의 역사도 마음에 와닿는다. 평탄하지 않은 역사와 시련을 이겨낸 사람들의 이야기. 여행과 역사와 사람을 잘 연결해놓았다. 이 책은 조지아의 유명 여행지인 카즈베기(Kszbegi), 트빌리시(Tbilisi), 시그나기(Sighnagi), 그리고 메스티아(Mestia), 네 곳을 소개하고 있다. 여행을 앞둔 사람들에게는 좋은 정보를 주고, 조지아에 대한 동경을 심어준다. 이미 다녀온 사람들이라면 추억이 떠오를 것이다. 지금 우리는 여행이 반금지된 상태에 있지만, 조만간 여건이 나아지면 조지아를 향할 사람들이 많아질 것이다.

     많이 걷고 많이 보는 것만이 정답은 아닐 것이다. 한 곳에 가만히 앉아 불어오는 바람을 온전히 느끼는 하루도, 맛있는 것을 찾아다니며 맛보는 하루도, 미술관에 콕 박혀 보내는 하루도, 책을 읽거나 그림을 그리거나 사진을 찍는 하루도, 전부 소중하다. 알록달록한 색깔이 가득한 그곳에서는 특히 그랬다. - 222p.


조지아(Georgia) - 대체 조지아에 뭐가 있는데요? 

흑해를 끼고 아시아와 유럽의 중간 위치에 있는 조지아는 끊임없이 주변 강대국들의 침입을 받았다. 역사적으로 가장 혼란스러운 나라 중 하나로 손꼽힐 정도라고 하니, 지금의 조지아가 독립하여 본연의 전통과 언어를 고수하고 있다는 건 자랑스러운 일이라 할 수 있겠다. - 86p.

시그나기(Sighnaghi)가 사랑의 도시로 불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구전으로 전해오는 이야기라 조금씩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겠지만 조지아 친구 바로가 직접 말해준 전설은 이러하다.

옛날 옛적 그림 그리는 일을 업으로 삼는 프랑스인이 조지아의 작은 마을 시그나기에 살고 있었다. 어느 날, 그는 조지아에 놀러온 이웃 나라 러시아 여인에게 한눈에 반하고 만다. 그녀의 마음을 얻고 싶었던 프랑스 화가는 자신의 재산을 탈탈 털어 그녀에게 바칠 장미꽃 백만 송이를 준비했는데. 과연 그녀는 그의 사랑을 받아주었을까?

이루지 못한 그의 사랑을 담아낸 도시, 시그나기. ‘백만 송이 장미’라는 노래를 만든 러시아, 그리고 우리나라 역시 그 노래를 리메이크했으니. 이야기를 들려준 조지아 친구 바초와 러시아 친구 사샤와 다냐, 그리고 한국인인 나와 제이는 ”우리들이 이렇게 만난 건 운명인 거야.“를 외쳤다. - 137p.


조지아 지도

조지아 지도



졸업 / 히가시노 게이고 - 과연 우리가 다른 친구들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추리에는 잘못이 없다. 몇 번이나 시행착오를 거듭하고, 다 완성된 추리도 꼼꼼하게 점검했다. 그 결과, 어떻게도 부정할 수 없는 스토리가 서서히 모습을 드러냈다. 그것은 가가 스스로도 정말 믿고 싶지 않은 내용이었지만, 이제는 믿지 않을 도리가 없는 상황에 이르고 말았다. - 373p.

졸업 / 히가시노 게이고 - 과연 우리가 다른 친구들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졸업 / 히가시노 게이고 / 양윤옥 / 현대문학  
Keigo Higashino, 東野圭吾

히가시노 게이고가 만들어낸 인물 중 가장 유명한 사람은 형사 가가 교이치로다. 작가는 10편의 작품에 가가 형사를 등장시켰다. [졸업]은 1985년에 데뷔한 작가의 1986년 작품이다. 작가의 두 번째 작품이며, 아직 형사가 되기 전의 가가 교이치로가 처음 등장한다. 대학교 졸업을 앞둔, 풋풋한 청년의 가가 교이치로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졸업을 앞둔 7명의 친구들은 분주히 졸업 후의 일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동창 중 두 명이 살해당하고, 한 명은 자살한다. 연이은 친구의 죽음은 충격적이다. 친구가 죽는 시간, 그 장소에 친구들이 같이 있었기 때문에 범인은 그들 중 하나다. 처음 살해되는 친구는 밀실 트릭과 물리 현상을 이용한 살해다. 두 번째 친구는 일본 다도의 예법 중 하나인 '설월화 의식'의 트릭을 이용한다. 작가는 의식의 과정을 그림으로 설명한다.

친구를 의심해야 하는 입장이 불편하지만, 그리고 친구가 범인임을 증명해내는 것이 불편하지만, 가가는 진실을 찾아가는 일에 최선을 다한다. 가가는 밀실과 물리 트릭, 그리고 설월화 트릭을 풀면서 범인을 찾아낸다. 

     사토코는 설월화에 참가한 다른 네 친구의 얼굴을 머릿속에 떠올렸다. 모두 다 지금까지 서로 돕고 서로 마음을 나눠왔던 친구들이다. 하지만 가가는 지금까지 있었던 일이나 쌓아온 정 같은 건 모두 없던 일로 하자는 것이었다. - 238p.

이 소설에는 검도, 테니스, 다도의 동아리 활동 이야기가 나온다. 우리나라와는 달리 일본은 학교에서 동아리 활동이 활성화되었다. 일본 소설에는 학교 동아리가 한 축을 이루는 경우가 많다. 이것은 일본 사회의 특징이기도 하다. 동아리 활동은 각 분야에 대해 깊이 이해는 물론이고, 그 분야의 전문가들이 등장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가가 시리즈의 시작이기 때문에 대학 졸업 후 가가의 진로가 어떻게 바뀌는지, 가가와 연인 사토코의 관계의 이야기가 잠깐 나온다. 이후 시리즈에서 가가의 성향을 보여주는 실마리가 되겠다.

졸업의 의미에 대해서도 생각해볼 만하다. 졸업은 또 다른 시작을 의미한다. 대학생 신분의 틀을 깨고 사회로 나가는 길목에서. 등장인물들은 진로와 교우관계 등 여러 면에서 재정비를 하게 된다. 살다 보면 어떤 매듭을 지어야 할 때가 종종 생긴다.


과연 우리가 다른 친구들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사토코는 조금 전 자신이 생각했던 것을 새삼 확인했다. 우리의 마음을 무겁게 하는 원인은 바로 이것이다. 자살인가 타살인가. 방금 도도가 말한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타살일 경우 자신들 중의 누군가가 범인이라는 이야기가 된다. 그런 일은 절대로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나미카는 자살했다는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다. 하지만 나미카가 자살 같은 것을 할 친구인가. 그 점에 대해서라면 여기 있는 우리 모두가 다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타살일 리도 없고, 나미카가 자살했다는 것도 말이 안 된다. 그런 패러독스가 모두의 마음을 무겁게 짓누르는 것이었다. - 223p.

과연 우리가 다른 친구들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실은 아무것도 알지 못하는 거 아닌가?

나미카는 자살일지도 모르지. 아니. 지금으로서는 그럴 가능성이 더 크다고 해야 할거야. 하지만 우리는 그 동기에 대해 아무런 단서도 없어. 누구보다 친한 친구라고 생각했는데 실제로는 나미카에 대해 아무것도 알지 못했어. 쇼코 때도 마찬가지야. 그런 우리가 이를테면 도도나 하나에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다고 할 수 있을까. 내가 사토코를 불러낸 건 함께 진실을 찾고 싶었기 때문이야. 사토코만은 믿을 수 있어. 그리고 또 한가지, 내가 사미카에 대해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게 있어. 나미카는 결코 스스로 죽음을 선택할 사람이 아니라는 것-, 그것만은 확실해. - 237p.



금요일엔 시골집으로 퇴근합니다. - 도시와 시골에서 사계절을 보내다. 5도 2촌의 라이프스타일

평범한 직장인이 시골집을 구했다. 소박하고 아름답고 여유로운 사계절 시골 생활. 자연과 더불어 5도 2촌. 가끔은 생활환경을 바꿔볼 만하다. 

금요일엔 시골집으로 퇴근합니다. - 도시와 시골에서 사계절을 보내다. 5도 2촌의 라이프스타일 


금요일엔 시골집으로 퇴근합니다 / 김미리 / 휴머니스트

금요일엔 시골집으로 퇴근합니다 / 김미리 / 휴머니스트


도시 생활에 찌들고, 직장 생활에 치여 몸과 마음이 황폐해질 때, 마음은 시골을 향한다. 평범한 도시 직장인이 시골집을 마련하고 5도 2촌을 시작한다. 이 책은 직장인의 탈직장, 도시인의 탈도시 이야기다. 시골로 이주하는 것은 아니고 주중에는 도시에서 직장에 다니고 주말에는 시골집에 가서 농사짓고 생활하는 것이다. 

시골집을 구하는 것은 만만치 않은 일이다. 내가 원하는 조건과 매물의 조건이 딱 들어맞기가 쉽지 않다. 쓸만하면 비싸고, 괜찮다 싶으면 너무 멀다. 그래서 처음에 생각했던 조건에서 많이 물러나 집을 구한다. 적당한 타협이 필요하다. 처음에 세워둔 조건은 ‘서울에서 1시간 이내, 주변에 이웃이 없을 것, 적당한 가격’이었다. 하지만 조금씩 조건의 문턱을 낮추다 보니, 서울에서 2시간 거리, 마을 외곽, 이웃집과는 두어 집 거리만큼 떨어진 곳이다. 가격도 처음보다 많아졌다. 그래도 만족한다.

집을 구했으니 이제 살 수 있도록 수리를 해야지. 거의 폐허에 가깝게 방치된 집이라 손 볼 곳이 많았다. 평소 생각해두었던 모습, 집의 형편에 맞게, 건축업자의 조언을 곁들여 집꾸미기 돌입. 그렇게 저자의 ‘수풀집’이 완성되었다. 이 집에서 시골살이에 돌입한다. 작은 텃밭도 가꾸고, 집을 다듬는다. 도시에서 일하는 것과 다르게 시골의 일은 새로운 활력이 되었고, 자연의 변화를 느낄 수 있어서 ‘사람답게 사는 것’ 같았다. 그렇다고 도시 생활을 청산하는 것은 아니었다. 저자는 5도 2촌을 무리 없이 실천한다. 

주말 생활만으로도 도시의 부대낌이 완화되었고 생활은 여유가 생겼다. 손이 많이 가는 시골 생활이 제대로 될지 걱정이었지만, 걱정과 다르게 재미있게 잘살고 있다. 시골 텃세도 걱정이었지만 좋은 곳을 골랐는지 별문제 없다. 이곳에서 4계절을 보냈다. 계절에 맞춰 작물을 심고 거두었다. 계절의 변화를 눈으로 보고 몸으로 느끼며, 서울의 직장 생활에서 부족한 것이 무엇이었는지 깨닫는다.

인간은 자연의 변화를 느끼며, 자연과 함께 살아야 한다.

저자는 시골 생활을 하며 시골에 대한 편견도 해소한다. 도시의 삶, 시골의 삶, 자연의 변화, 이웃과의 관계를 통해 자신을 돌아보고 마음도 추스른다. 주거의 변화, 생활터전의 변화는 인생의 변화를 이끈다. 삶의 여유는 물론 생활의 재미, 그리고 일자리의 변화도 생겼다.

이 책은 시골집에서 보낸 소박하지만 아름다운 사계절 일상에 대한 기록이다. 시골살이에 대한 로망이 잘 드러나 있다. 막연한 시골살이를 차근차근 준비하고 현실로 이룬 대견한 모습이다. 지금 도시에서, 직장에서 허우적대고 있다면 용기 내서 돌파구를 찾으라. 실행하는 자가 얻는다. 생활이 정체되고 무기력하다면 사는 모습을 바꿔라.

저자는 시골집을 찾고 고치는 팁과 노하우, 시골집 매매 체크리스트를 친절하게 덧붙였다. 시공과정과 생활하며 자잘하게 수선한 과정까지 담았다. 또 저자가 많이 질문받은 5도 2촌 생활의 Q&A 도 꼼꼼하게 정리해서 수록했다.
 


시골 어르신이 새로운 이웃에게 관심을 갖는 이유
 
이런 이야기도 들었다. 앞집 할머니는 60년 전에 이 마을로 시집온 후, 마을을 한 번도 떠난 적이 없다는 이야기였다. 예순 중반의 어르신은, 젊은 시절 잠시 마을을 떠나 서울살이를 하셨는데 몇 해 만에 다시 돌아오셨다고 했다. 마을 어르신 대부분이 이러했다.

나는 서울에서 지금 살고 있는 동네에 10년 가까이 살았다. 토박이는 아니지만, 한동네에서 오래 살다 보니 눈에 익은 건물과 가게가 많다. 출퇴근길에 매일 지나는 오래된 식당도 그중 하나인데 얼마 전, 그 식당이 헐리고 공사가 진행되고 있었다. 나는 그 식당이 무엇으로 바뀔지 궁금해서 며칠 내내 그곳을 기웃거렸다. 만약 내게 조금의 넉살이 있었다면, “여기 뭐로 바뀌는 거예요?”라고 슬쩍 물어봤을 것이다.

10년을 산 동네의 오래된 가게가 바뀌다니, 길을 지날 때마다 나도 모르게 시선이 간다. 공사가 얼마나 진행됐나 싶어, 돌아가는 길인데도 일부러 그 식당이 있는 길로 간 적도 있다. 그런데 어르신들은 평생 산 마을, 그것도 마을 한가운데 위치한 집에 낯선 이가 든다니 그 신기함과 걱정이 오죽하실까. 내가 마을의 핫이슈가 되고, 우리 집 마당이 핫플이 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그렇지만 이해한다고 해서 낯설고 어색한 관계가 순식간에 편해질 리는 없다. 이 관계에는 다른 게 아니라 ‘시간’이 필요했다. 정겹게 색이 바랜 풍경화 속에 혼자만 새로 그려 넣어진 무언가처럼, 어색한 선명함이 사라질 시간 말이다. 나는 너무 멀지도, 가깝지도 않게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그저 편히 있자고 다짐했다.

내가 이 마을에 들어오고 또 한 가구가 새롭게 마을에 정착했다. 조용하고 별일 없는 마을에 자주 없는 별일인 것이다. 그러지 말아야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나도 자꾸만 그 집 담장을 기웃거리게 된다. - 54p.



방주(方舟) – 누구도 믿을 수 없다. 무엇도 예측할 수 없다. 모두 당했다.

지하 건물에 10명이 고립되고 3명이 살해된다. 7명 중 한 명이 범인이다. 범인을 희생시켜 나머지 6명이 건물을 탈출해야 한다. 범인은 누구인가. 범인은 자신을 희생할 것인가. 그리고 충격적인 반전. 범인만 살아남는다?

방주(方舟) – 누구도 믿을 수 없다. 무엇도 예측할 수 없다. 모두 당했다. 


방주(方舟) / 유키 하루오 / 김은모 / 블루홀6 
方舟 / 夕木 春央, Haruo Yuki

방주(方舟) / 유키 하루오 / 김은모 / 블루홀6



작가 유키 하루오를 눈여겨봐야겠다. 1993년생인 저자는 올해 30살이고 [방주] 이전에 두 작품을 선보였다. [방주]의 추리와 반전이 대단하다. 이 책의 번역가 김은모는 '10년간 많은 본격 미스터리 소설을 번역해 왔지만 마지막에 이렇게까지 소름이 돋는 작품은 없었다'고 극찬을 했다. 번역가의 인사치레가 아니라 정말 반전이 대단하다. 일본작가 아리스가와 아리스는 '이 충격은 평생 간다'고 했다. 이러한 평은 소설을 다 읽고 나면 납득할 수 있다. 당분간 이런 반전은 나오지 않을 듯싶다.

이 소설은 클로즈드서클(closed circle)물이다. 추리소설에서 ‘클로즈드서클’은 외부와 단절된, 고립된 장소를 뜻한다. 외딴 섬, 눈 속에 갇힌 산장, 비행기, 배, 입구가 막힌 건물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제목 ‘방주’는 성경에 나오는 배인데, 적절한 제목이다. 이렇듯 고립된 장소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다룬 추리소설이 클로즈드서클물이다. 어느 정도 설정이 필요한 부분이다. 전통적인 추리소설의 한 분야가 되겠다. 

등산동호회 친구 6명과 멤버의 사촌은 친구의 별장에 놀러왔다가 특이한 건물이 있다는 얘기를 듣고 찾아가기로 한다. 지하 10미터 아래 3층 구조로 지어진 건물은 흡사 배 모양을 닮았다. 그리고 산에서 길을 잃은 한 가족 3명이 찾아든다. 늦은 시간이라 10명은 건물에서 머물고 다음날 떠나기로 하는데, 간밤에 지진이 일어나 건물의 입구가 큰 바위에 막힌다. 이 바위는 외부인의 침입을 막기 위해서 이전 건물 사용자들이 만들어둔 것이다. 출구는 지하 3층의 반대편에 있는데 물에 잠겨있다. 10명은 건물에 고립된 것이다.

이 건물을 소개한 ‘유야’가 살해당한다. 이곳에 갇힌 사고의 출발은 ‘유야’였다. 건물 이야기만 하지 않았어도 멤버들이 이곳에 올 일은 없었을 것이다. 9명은 사고의 책임을 유야에게 돌리고 있었다. 그러니 누군가 앙심을 품고 살해했을 것이다. 누가 범인인지 모른다.

건물을 빠져나가기 위해서는 입구를 막고 있는 바위를 치워야 한다. 바위를 입구 아래로 떨어뜨릴 방법이 있지만, 누군가 바위 아래 갇혀야 한다. 즉, 9명 중 한 명이 희생해서 나머지 8명을 살려야 한다. 누가 그 일을 할 것인가. 

산속에 묻힌 이 화물선 같은 지하 건축물에서 탈출하려면 아홉 명 중 누군가 한 명을 희생시켜야 하니까. 우리는 희생양을 선택해야 한다. 아니면 모두 죽는다. 어떻게 선택할까? 아홉 명 중 죽어도 되는 사람은, 죽어야 할 사람은 누구인가? 그건 그를 죽인 범인밖에 없다. 범인을 제외한 모두가 그렇게 생각할 것이다. - 9p.

연이어 두 명이 더 살해된다. 7명 중 한 명이 3명을 살해한 범인이다. 왜 살인을 했는지, 누가 살인을 했는지 아무도 모른다. 다만, 누군가 한 명이 남아서 바위를 치워야 한다면 살인범이 그 일을 해야 한다고 나머지 6명은 생각한다. 범인을 찾고, 그 범인을 설득해 희생을 강요해야 한다.


누가 남을 것인가. 누구를 남길 것인가.

갇힌 사람들은 도덕과 정의를 생각한다. 3명을 죽인 살인범은 밖에 나가면 법의 심판을 받을 것이다. 희생을 강요하는 자신들. 살인범이 이곳에 갇히면 얼마 안 가 그도 죽을 것이다. 자신들은 6분의 1의 살인은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물은 점점 차올라 버틸 시간이 얼마 없다. 7일의 남은 시간 동안 살인범을 찾아 희생을 강요하거나 또다른 탈출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리고 상황이 급박해 지면서 내부 혼란이 찾아온다. 누구도 믿을 수 없는 상황에서 의심과 불안은 점점 커진다.

결국 남은 멤버들은 추리를 통해 범인을 찾아낸다. 그리고 범인은 저항 없이 바위를 치우고 자신이 남겠다고 한다. 그다음이 ‘충격적인 반전’이다. 뒷부분 10여 쪽에 6명을 감쪽같이 속이고 독자도 속이는 범인의 동기와 방법이 나온다. 

이 소설의 재미요소는 1)갇힌 공간에서 일어나는 연쇄 살인, 2)범인을 찾기 위한 추리, 3)서로를 의심하는 심리전, 4)살인범을 죽음으로 몰아야 하는 도덕과 정의의 문제, 그리고 5)멤버 6명과 독자를 충격에 빠뜨리는 대반전이다. 앞에서 이야기한 ‘소름이 돋는 작품’, '이 충격은 평생 간다'는 말이 무엇인지 책장을 덮으면 비로소 알 수 있다. 작가의 다른 작품, 다음 작품도 기대된다. 

Things I love about May: Bee Gees, green oaks, fringe tree, and decent weather.

Things I love about May: Bee Gees, green oaks, fringe tree, and decent weather. First of May by Bee Gees.   I'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