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멸 위기에 처한 지방도시를 살리기 위한 귀촌 프로젝트. 담당 공무원은
열성적으로 일을 하지만, 뜻밖의 사건들로 이주자가 떠나가면서 프로젝트는
실패한다. 그런데 실상은 다른 내막이 있었다. 지역 재생을 바라보는 지역
공무원과 이주민, 외부의 시각과 현실적인 문제를 생각한다. 사람이 떠나간
자리에 다시 사람을 불러 모으는 일은 고려해야 할 변수가 너무
많다.
인구소멸지역 재생을 위한 ‘I턴 프로젝트’, 현실적인 문제에 직면하다. - I의 비극 / 요네자와 호노부
I의 비극 / 요네자와 호노부 / 문승준 / 내친구의서재
AI NO HIGEKI / Yonezawa Honobu
목제 배를 보존하기 위해 썩은 목재를 교체한다. 노를 바꾸고, 돛대를 바꾸고,
배 밑바닥까지 뜯어내 바꾼다. 그렇게 오랜 시간이 흘러 이윽고 모든 부품이
교체되었을 때, 그것은 원래 배와 같은 것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
15p.
전국적으로 지방 소멸이 진행되고 있다. 일본도 마찬가지다. 작가 요네자와
호노부는 지역 재생 프로그램인 ‘I턴 프로젝트’를 소재로 지방 소멸 문제를
환기하고 지방자치단체의 정책과 노력을 보여준다. 인구 소멸과 지역 재생의
현실적인 문제와 속내를 미스터리로 접근한다.
9년 전, 인구 소멸이 극심한 네 개의 지방자치단체가 합병해 인구 6만 명이
넘는 난하카마 시가 되었다. 그중 한 지역인 미노이시는 6년 전에 유령 마을이
되었다. 주민들 모두 떠나서 아무도 살지 않는 것이다. 난하카마 시는 부서를
하나 만들어서 지역 재생 프로젝트를 시작한다. 담당 직원은 3명이다. 주인공
만간지 구니카즈, 신입 간잔 유카, 과장 니시노 히데쓰구.
이 마을은 6년 전에 유령 마을이 되었다. 농지는 다소 남아 있고, 땅 주인
몇몇이 시내에 살면서 가끔 농작물을 관리하러 오긴 하지만, 주민은 없다. 무너진
헛간, 갈라진 아스팔트, 버려진 수레, 메마른 저수지. 이 마을은 죽었다. 그리고
지금 이곳, 난하카마 시 미노이시를 재생시키려는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다. -
16p.
이 부서의 담당 업무는 유령 마을이 된 미노이시에 새로운 주민을 모집하는
것이다. 외지인의 신규 전입, 이른바 'I턴'을 지원하고 추진하는 것이다.
홍보를 마치고 이주자 면접을 본 후에 12세대를 선정했다. 빈집의 주인과
협의해서 집수리를 끝내고 비용과 관리 문제를 결정지었다. 이주자들은 각자의
사정으로 한 두 세대씩 이주해 오기로 했다.
프로젝트는 원만히 진행되는 것 같았으나 뜻하지 않은 문제가 여기저기서
터져나오기 시작했다. 이웃집과의 불화, 방화, 낡은 집의 위험, 편의시설
부족으로 인한 불편함, 지역 정착을 위한 경제 활동의 어려움, 이주자 모임에서
고의로 독버섯을 음식에 넣는 사건 등. 시골살이에서 이주자들이 견뎌야 할
현실적인 문제들이 발생하고, 이를 견뎌내지 못한 이주자들이 하나둘 지역을
떠나게 된다.
그런데 그것은 정말로 우연이었을까?
“그래. 나와 잔잔 군은 어떻게 하면 이주자들이 기분 좋게 미노이시에서
나가줄지 매일 궁리했거든. 자네도 알고 있을 거야. 마을을 유지하려면 돈이
들어. 넓으면 넓을수록 더 많이 들지. 인구가 같다면 마을은 좋을수록 좋아.
난하카마 시에는 미노이시를 유지할 만한 예산이 없어.” - 391p.
“정말 운이 좋았다고 봐야지. 일단 이사 온 시민들을 나가게 하려면 보통
10년이나 20년은 걸리는 법이야. 물론 이주자를 선택할 때 바로 나가줄 것 같은
사람을 선택하기는 했네. 돈에 여유가 있어서 다시 시작할 수 있다든가, 이사
횟수가 많아서 이사에 대한 심리적 장벽이 낮다든가, 산촌 생활에 장밋빛 꿈을
꾸고 있다든가 말이지. 그래도 1년도 안 돼 정리가 될 줄은 몰랐어.” -
405p.
소멸 위기의 지역은 어떻게든 외부인을 끌어들이려 애쓴다. 인구 증가만이
소멸 위기를 극복하는 길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게 만만치 않다.
소수의 인원이 거주하더라도 기본적인 비용과 행정력이 필요하다. 시민이 한
사람이라도 살고 있다면 인프라를 정비하고, 쓰레기를 수집하고, 도로를 고쳐서
거주자가 살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비용문제를 인식한 시장과 관계 공무원들은 이주민들이 스스로 떠나기를
바라며 술수를 쓴다.그 일을 신입 간잔 유카와 과장 니시노 히데쓰구가
비밀리에 맡는다. 한 부서에서 프로젝트를 성공시키기 위해 애쓰는 사람과 막는
사람이 각자의 일을 하는 것이다. 우연인 듯 벌어진 일련의 사건들을 만간지
구니카즈는 뒤늦게 알아챈다. 이미 프로젝트는 실패로 끝났고, 시의 결정과
태도에 만간지 구니카즈는 허탈함을 느낀다. 소멸 위기의 지역을 살리는 것은
열정만 가지고 될 일이 아니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더 큰 문제들이 있었다.
지방 소멸과 그 해법에 대한 근본적인 고찰이 필요하다. 소설은 재미있지만,
현실은 막막하다. 좋은 아이디어로 무력감을 해소해야 한다.
* U, J, I턴은 교통 운전 용어인데, 인구이동 연구 분야에서 차용해서 쓰고
있다.
* U턴은 오던 길로 돌아가는 것처럼 말 그대로 지역 출생자가 진학이나 취업
때문에 도시로 일정 기간 떠났다가 다시 고향으로 돌아오는 것을
의미한다.
* J턴은 말하자면 U라는 글자를 세로로 반을 자르면 보이는 J자처럼 지역
출생자가 도시로 떠났다가 자기 출생지가 아닌 출생지 인근이나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는 것을 의미한다.
* I턴은 귀촌처럼 제2의 거주지를 찾는 외지인(주로 대도시 거주자)이다. 아무
연고 없는 외지인이 지역으로 이동하는 경우를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