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라카미 하루키와 함께한 2023년, 그리고 자판기 커피

무라카미 하루키와 함께한 2023년, 그리고 자판기 커피


다이어리를 들춰보니, 2023년의 첫 소비는 1월 2일 도서관 자판기의 커피 300원이었다. 그리고 마지막 소비도 12월 31일 커피 300원이었다. 자판기는 공공도서관에 있는 기계인데 오래된 기계고, 지폐와 동전만 먹는다. 그래서 지폐나 동전을 가지고 다녔다. 나는 가끔 봉지 커피를 사두고 정수기 물에 타 마시기도 했다. 

자판기는 가끔 고장이 났다. 고장이 잦자 사람들 불평불만이 이어졌다. 기계가 10년은 훨씬 넘었으니 새로 바꾸라는 것이다. 카드도 됐으면 좋겠다는 의견도 보탰다. 도서관 직원은 난처하다. 자판기는 도서관 직원 입장에서 어찌할 수 없는 일이었다. 

해가 바뀌어 2024년이 되었다. 그리고 드디어 자판기가 고장 났다. 오래된 기계이니 고장 난 것이 뜻밖의 일은 아니다. 그런데 수리하려고 보니 부품이 없단다. 어쨌거나 새 기계로 바꿔야 한다. 

한 해의 처음과 마지막을 떠올려보다가 읽은 책을 찾아봤다. 

처음 읽은 책은 무라카미 하루키의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였다. 그다음 책은 [1973년의 핀볼]이었다. 2023년에 나는 하루키의 책을 초기 작품부터 읽기로 마음먹었다. 초기 3부작을 거쳐, 그다음 4부작(‘양을 쫓는 모험’ 중복), 태엽 감는 새 등을 순서대로 읽었다. 마지막에 읽은 책은 [1Q84-3]였다. 

2023년은 하루키와 함께한 한 해였다. 모두 도서관에서 빌려 읽은 책들이다. 도서관에 가서, 책을 읽으면서 자판기 커피를 마셨다. 그리고 자판기는 이제 곧 새것으로 교체된다. 2024년은 새로운 일이 생길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도서관 자판기 두 대

도서관 자판기 두 대


고장난 커피 자판기

고장난 커피 자판기

- 2024.01.22.



문구의 모험 - 문구의 역사는 곧 인간 문명의 역사

문구의 역사는 곧 인간 문명의 역사라고 말해도 그리 심한 과장이 아니다. ~ 생각하기 위해, 창조하기 위해 우리는 뭔가를 적어두어야 하고 생각을 체계화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문구가 필요하다. - 347p.

문구의 모험 - 문구의 역사는 곧 인간 문명의 역사


문구의 모험 / 제임스 워드 / 김병화 / 어크로스
Adventures in Stationery / James Ward 

문구의 모험 / 제임스 워드 / 김병화 / 어크로스


가끔 문구점에 들를 때가 있다. 내가 생각하는 문구는 전통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다. 필기구와 노트만 해도 쉽게 선택할 수 없을 정도로 그 종류가 다양하다. 그것들을 하나씩 둘러보다 보면 소유하고 싶은 욕망이 생긴다. 문구는 사용하기도 하지만 기호품으로의 역할도 한다. 문구점에 가면 마음이 편안해지고 행복감을 느낀다. 문구류에 둘러쌓인 것은 곧 풍요로움이다. 

오랜 기간 노트와 필기구를 비롯한 전통적인 문구가 책상 위에 놓여있었다. 지금은 컴퓨터와 휴대폰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지만, 여전히 문구는 우리 주변에 있다. 특별한 것을 제외하고 문구는 값비싼 것이 아니었다. 값싸고 작은 물건(노트, 연필, 볼펜, 지우개, 풀, 포스트잇 등등)으로 우리는 학창시절을 보내고 직장생활을 한다. 그리고 언제 어디에서건 손에 잡을 수 있는 곳에 문구를 비치해둔다. 

문구가 상업적으로 대량 보급되던 때, 새로운 제품을 개발하기 위해 노력했던 수많은 개발자의 이야기. 기업의 개발 전략, 판매 전략, 그리고 하나의 기호품으로 문구를 사용하던 사람들의 이야기가 이 책에 담겨 있다. 문구에 대한 시시콜콜한 것부터 중요한 역사의 한 축이 될 만한 이야기까지 재미있는 내용이 많다. 세상은 가끔 이 작가처럼 편집증이라 할 만큼 뭔가에 집중하는 사람이 필요하다. 그래야 이런 결과물을 접할 수 있다. 저자가 문구에 집착하고 자료를 모으며 책을 쓴 이유는 다음과 같다.

아무렇지 않게 사용하는 물건들 뒤에 있는 사람들. 브랜드 뒤에 있는 그들의 이름, 그들의 삶, 그들의 역사. 그들은 누구였을까? 그들의 이야기는 무엇일까? 나는 그것을 알아내고 싶었다. - 37p.

저자는 온갖 종류의 문구에 대해서 역사와 발전, 응용에 대해서 많은 사실을 들려준다. 너무 작고, 흔해서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던 부분이었다. 필요에 의해서 만들어지는 물건이지만 아이디어 하나를 내놓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생각과 시행착오가 있었는지. 그 치열한 과정을 볼 수 있다. 문구의 발전을 들여다보면 인간의 역사와 맞물려 있음을 알 수 있다.

종이 위에 뭔가를 쓰는 것은 인간의 창의성을 발현하는 훌륭한 행위다. 문구는 그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아무리 IT기기가 발달하고 업무 환경이 변하더라도 문구의 역할은 축소되지 않을 것이고, 새로운 기능과 형태의 문구가 등장할 것이다. 문구는 사라지지 않고 오래 남을 것이다. 아날로그 문구와 디지털 기기는 역할이 다르고 태생이 다르기 때문이다. 저자는 그러한 확신을 책의 뒷부분에 남긴다. 감히 말하건대, 인류의 문명은 문구의 도움으로 - 특히 종이와 연필 - 이만큼 이루어졌다. 앞으로의 미래도 문구에게 부탁한다.

문명이 처음 밝아올 때부터 존재했던 문구는 인터넷 따위의 엉성한 신출내기가 싸움을 걸고 자신을 죽이게 내버려두지 않을 것이다. 게다가 터널에 갑자기 들어가더라도 펜은 작동이 중단되지 않는다. 연필로 쓸 때는 배터리가 닳아 충전기를 빌릴 일이 없다. 몰스킨 공책에 글을 쓸 때는 내용을 미처 저장해두기도 전에 오작동의 경고가 뜨거나 프로그램이 다운되는 사태가 일어날까봐 걱정할 필요가 없다. 펜은 죽지 않는다. 펜이여, 영원하라. - 353p. 

문구는 형태를 바꿔가며 오래도록 남을 것이다.


같이 읽어볼 책 :
1. 나의 문구 여행기 / 문경연 / 뜨인돌
2. 연필 / 헨리 페트로스키 / 홍성림 / 서해문집 
(가장 작고 사소한 도구지만 가장 넓은 세계를 만들어낸)
3. 그래, 나는 연필이다 / 박지현 / CABOOKS 
(영원을 꿈꾸는 연필의 재발견)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 – 개인정보 유출에 따른 심각한 범죄. 그 공포와 심각성.

스마트폰은 단순한 통신기기를 넘어서 일상의 모든 편의를 담당하고 있는 도구이다. 뿐만 아니라 회사 업무, 금융과 라이프 다방면에 걸쳐 우리가 의존하는 기기다. 당연히 자신의 중요한 정보가 담겨 있다. 자신의 분신과도 같은 스마트폰을 분실한다면? 그리고 개인정보가 범죄에 악용된다면? 이 소설은 이런 설정으로 시작한다. 개인정보 유출과 그에 따른 범죄는 상상을 초월한다.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 – 개인정보 유출에 따른 심각한 범죄. 그 공포와 심각성.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
시가 아키라, Akira Shiga / 김성미 / 북플라자 (2017년)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 시가 아키라, Akira Shiga / 김성미 / 북플라자 (2017년)



이 소설은 3명의 시점에서 서술된다. 우연히 스마트폰을 주운 A, 스마트폰 주인의 여자친구이자 범인의 타깃이 된 여자 B, 연쇄 살인범을 뒤쫓는 형사 C.

A는 우연히 스마트폰을 줍는다. 그리고 B의 전화를 받는다. B는 스마트폰 주인(도미타)의 여자친구 ‘아사미’다. A는 전화기를 돌려주기로 하고 여자를 만나기로 하는데, 스마트폰에서 다양한 개인정보와 B의 은밀한 사진을 접한다. A는 B를 어떤 식으로든 이용하려 마음먹는다. 알아낸 정보로 가상의 SNS계정을 만들고 B에게 접근한다. 

B는 남자친구와 연락이 되지 않는다. 어렵게 전화가 연결되지만, 모르는 남자가 전화를 받는다. 남자친구는 스마트폰을 잃어버렸고, 그것을 주운 남자가 스마트폰을 전해주겠다며 만나자 한다. 그런데 스마트폰만 돌려받고 남자는 만나지 못했다. 그리고 이때부터 이상한 일들이 일어난다. 그동안 연락이 없었던 동창, 옛 회사 동료들로부터 SNS 승인요청을 받고 그들과 메시지를 주고받는다.

형사 C는 시체가 발견되었다는 연락을 받고 현장으로 향한다. 신원파악이 늦어지고, 인근에서 다른 시체가 연이어 발견된다. 같은 지역에서 여러 구의 시체가 발견된다는 것은 연쇄살인범의 소행이라는 의미다. 피해자의 신원을 파악하면서 그들의 연결고리를 찾는다. 그런데 범인은 생각보다 철저하다. 흔적을 찾을 수 없다. 신원파악도 쉽지 않다. 피해자 정보를 확인하고 가족을 찾아가지만, 가족은 계속 연락을 하고 있다며 살해당했다는 사실을 부인한다. 살해당한 시점은 1년이 넘었지만, 가족과는 불과 한 달 전에도 문자로 연락을 했다는 것이다. 

A는 컴퓨터와 정보통신 기술을 이용해서 ‘도미타’와 ‘아사미’의 정보를 알아내고 가짜 SNS를 이용해서 둘을 떨어뜨려 놓는다. SNS에서 가상의 인물을 만들어내서 둘을 믿지 못하게 하고, 아사미를 고립시킨다. 기술도 대단하지만, 범죄가 치밀하다. 조금씩 조금씩 아사미를 옥죄어 간다.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는 아사미는 이미 A에게 납치가 된 상태다. A는 그동안 아사미에게 접근했던 SNS 인물이었다. 

남자친구 도미타와 형사 C의 도움으로 아사미는 풀려나고 범인 A는 잡힌다. A가 바로 연쇄 살인마였다. 연쇄 살인마의 행적이 소름 끼친다. 치밀하게 범행을 저지르고,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게 피해자의 거주지에서 숨어지냈다. 범인은 늘 우리 주변에 있다. 그것이 제일 무서운 것이다.

스마트폰에는 주민등록번호, 계좌번호, 각종 사이트의 비밀번호 등 다양한 개인정보가 담겨 있다. 사진과 통화 기록, 앱 사용으로 사생활을 엿볼 수도 있다. 이러한 정보가 남의 손에 들어가고, 그 정보를 악용한다면 그 피해는 이루 말할 수 없다. 손에 들고 다니며 편하게 사용하는 스마트폰이지만 보안에 더욱 신경써야 한다. 이 소설은 그 경각심을 충분히 일깨워준다. 늘 사용하는 것을 사용할 수 없을 때의 불편함, 안심했던 대상으로 위협을 받을 때의 공포, 범죄에 노출되고 속수무책일 때의 패닉. 이 소설은 그런 상황을 현실적으로 보여준다. 개인정보 보호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상기한다. 


넷플릭스 드라마화
배우 임시완과 천우희 주연의 드라마로 2023년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에 공개되었다. 소설과는 또다른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범인의 정체를 알 수 없는 가운데 숨통을 조여오는 압박감이 압권인 서스펜스 스릴러 드라마다.

작가의 후속작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 : 붙잡힌 살인귀
시가 아키라 / 김진환 / 아르누보 (2019년)

최강의 배당연금 투자 - 고배당 우량주 선정, 수량 늘리고, 오래 보유.

흔들리지 않는 투자, 안정적인 투자를 위해서 배당 투자에 집중하자. 배당 수익률, 배당 성장률, 복리의 마법을 알면 월급독립과 경제적 자유를 얻을 수 있다.

최강의 배당연금 투자 - 고배당 우량주 선정, 수량 늘리고, 오래 보유.


최강의 배당연금 투자 / 배당연금술사 / 헤리티지북스 
(잠든 사이 돈이 불어나는 평생 복리의 마법)

최강의 배당연금 투자 / 배당연금술사 / 헤리티지북스



기본적인 주식 투자는 배당 투자

주식을 처음 접한 것은 중학교 사회시간이었다. 경제 부분에서 주식회사의 개념과 주식 투자를 공부했다. 기업의 주식을 사서 오래 보유하고 있으면 배당을 받을 수 있는데, 투자의 한 방법이라는 것이다. ‘주식 투자 = 장기 배당 투자’라는 인식이 잡혔다. 그런데 사회생활 하면서 투자를 하게 되니 대부분의 주식 투자는 ‘시세차익’이었다. 배당은 수익이 적고 오래 걸리는 반면, 시세차익으로는 단기 수익을 얻을 수 있었다. 

투자한다고 모두 수익을 내는 것은 아니다. 종목 선정과 매수, 매도 타이밍을 잡는 것이 어렵다. 최근에는 서적과 유튜브, 블로그 등 주식 정보를 다양한 곳에서 얻을 수 있지만, 정보를 안다고 투자에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모든 투자가 다 어렵다. 그러다 보니 안정적이고, 확실한 투자를 갈망하게 되는데, 주식에 있어서는 기본에 충실한 방법이 제일이다. 바로 ‘장기 배당 투자’다.

주식배당을 연금처럼. 배당연금

배당연금이란 기업의 배당금을 통해 연금과 같은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만드는 것을 말한다. 장기투자의 장점이며 궁극적인 목표라 할 수 있다. 단기 투자는 매수와 매도 타이밍을 고민해야 하고 종목을 매번 새로 분석해야 하지만, 배당 투자는 장기투자이므로 그런 수고가 필요 없다. 일시적인 주가 하락에 일희일비하지 않으니 스트레스가 거의 없다. 

저자는 미국 주식 시장의 자료를 이용하여 배당 투자가 왜 안정적인지, 얼마나 수익을 얻을 수 있는지 수익률 현황을 시뮬레이션해서 보여준다. 미국의 주식 시장은 적립식이든 거치식이든, 경제가 호황일 때든 불황일 때든, 오랜 기간 보유한 고배당 주식의 성과가 성공적임을 보여준다. 투자, 재테크의 목적은 노후 대책이다. 은퇴한 노년에도 경제적으로 궁핍하지 않으려면, 꾸준히 투자수익이 들어와야 한다. 연금처럼 꼬박꼬박 수익을 안겨주는 배당 투자가 적격이다. 

흔들리지 않는 투자를 위한 3개의 축 

이때 고려해야 할 사항은 3가지다. 배당 수익률 / 배당 성장률 / 복리의 마법

배당 수익률 : 주가가 1만 원인데 배당으로 500원을 받았다면 배당 수익률은 5%.
배당 성장률 : 주가가 1만 원이고, 작년에 배당으로 500원을 받았는데, 올해 600원을 받았다면 배당 수익률은 6%. 배당금이 500원에서 600원으로 100원 올랐으니 배당 성장률은 1%, 배당금은 20% 상승.
복리의 마법 : 배당금을 재투자하고, 배당 성장률이 올라가면 시간이 지날수록 원금이 늘어나는 것은 복리로 늘어난다.

배당연금 투자의 원칙은 간단하다. 고배당 우량주를 선정하고, 끊임없이 수량을 늘리고 오래 보유하면 된다. 단기적인 주가 시세에 흔들지 않고, 끈기와 인내만 있으면 성공할 수 있는 투자법이다. 변동성은 시세차익을 얻는 기회이자 위기다.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변동성이 있다. 변동성을 어디까지 견딜 수 있는가, 투자의 기간을 어디까지 기다릴 수 있는가. 자신을 제대로 파악하고 그에 맞는 투자를 하는 사람이 현명한 투자자다. 


주식 투자는 부자처럼. 팔지 않을 종목을 오래 보유하기

우량주 주식을 산다, 오래 보유한다, 수익을 얻는다.

주식 투자는 부자처럼. 팔지 않을 종목을 오래 보유하기 


지중해 부자처럼 주식 투자하라 / 박종기 / 알에이치코리아(RHK) 
(5000억 자산가 지중해 부자의 투자 시크릿)

지중해 부자처럼 주식 투자하라 / 박종기 / 알에이치코리아(RHK)



“부자들이 주식을 사는 이유는 사고팔면서 수익을 내기보다 꾸준히 배당받기 위해서 사는 거야. 그래서 대부분 배당률이 높은 우량한 회사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지. 배당을 잘 주니까 팔 이유가 없어. 요즘처럼 주가가 많이 떨어졌을 때 주식을 더 사들여서 배당을 더 받거나 그런 주식을 자식에게 증여하지. 주식을 통해 배당도 받고 세금도 아끼고 여기에 주가가 다시 올라가면 자산도 늘어나니 얼마나 좋은가, 이만한 재테크가 없는 것이지.” 

주식투자는 부자처럼 해야 한다. 자금이 적다고 오로지 사고팔면서 수익을 내려 하지 말고, 부자처럼 팔지 않을 종목을 계속 사들이면서 배당을 받고 자산도 늘려가야 한다. 이러한 부자의 투자 방식은 주식뿐만 아니라 부동산이나 사업에서도 일반인들과 차이가 난다. 

우리나라에서 땅 부자가 늘어났다는 얘기는 들어봤어도 주식 부자가 늘었다는 얘기는 거의 듣질 못했다. 주식은 언제든지 사고팔 수 있기 때문에 특성상 부자가 생기기 어렵다. 하지만, 땅은 사거나 팔고 싶어도 쉽게 그럴 수 없기 때문에 오랫동안 보유하는 특성이 있다 보니 땅값이 올라 부자가 되는 경우가 많다. 

국내에 주식 부자로 대표되는 기업 총수들이 주식을 사고팔면서 부자가 된 것은 아니다. 본인의 회사다 보니 죽을 때까지 주식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주식의 가치가 올라가 부자가 된 것이다. 주식을 사고팔면서 수익을 내려 하지 말고, 평생 동안 보유하면서 주식 자산을 증식시키는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 - 153p.  


피아노조율, 범종 제작, 건축 설계. 각 분야의 최고 경지에 오른 장인의 이야기

한 분야에서 최고의 경지에 오른 자는 도인과 같다. 장인정신을 생각하게 하는 책  

피아노조율, 범종 제작, 건축 설계. 각 분야의 최고 경지에 오른 장인의 이야기



1. 양과 강철의 숲 / 미야시타 나츠 / 이소담 / 예담 

양과 강철의 숲 / 미야시타 나츠 / 이소담 / 예담


피아노 소리에 매료된 한 청년이 피아노조율의 대가를 만나면서 이상적인 소리를 만들기 위해 한 걸음씩 성장해 나가는 이야기. 완전한 조율이란 조율사의 능력만으로, 우수한 조율 기계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피아노를 연주하는 사람에 맞추어 조율하고, 연주자의 연주로 진정한 조율은 마무리 된다. 다양한 특성의 조율사들이 있지만 결국 그들이 추구하는 것은 사람의 마음을 울리는 좋은 피아노 소리를 만드는 것. 양, 철, 나무는 피아노를 만드는 재료.
 


2. 불의 기억 / 전민식 / 은행나무 

불의 기억 / 전민식 / 은행나무


평생 종 만드는 일을 해 온 두 남자. 좋은 쇠와 구리에서 좋은 소리가 나온다는 한위, 좋은 소리는 종의 형태에서 나오는데 형태를 만드는 흙이 중요하다는 규철. 둘은 좋은 종소리를 만들기 위해서 평생 대립하며 평행선을 달린다. 좋은 재료와 흙, 뛰어난 기량을 지닌 장인 그리고 종을 만드는 자연환경과 만드는 이의 간절하고 순수한 마음이 더해져야 좋은 종이 만들어진다. 종의 완성은 오랜 세월에 걸쳐 진행된다. 종은 칠 때마다 조금씩 소리가 다듬어지기 때문이다. 한 분야에서 어느 경지에 오른다는 것은 인간으로서 최고의 완성이 아닐까. 시간과 노력이 더해져 쌓이는 실력과 그에 걸맞은 철학. 요즘 그런 구도적 삶에 마음이 간다. 공든 탑은 쉬 무너지지 않으니까.


3. 여름은 오래 그곳에 남아 / 마쓰이에 마사시 / 김춘미 / 비채 

여름은 오래 그곳에 남아 / 마쓰이에 마사시 / 김춘미 / 비채


노건축가와 그를 경외하며 따르는 청년건축학도의 이야기. 건축은 집을 짓는 것이 아닌, 그 안에서 사는 사람들의 삶을 설계하는 것. 그래서 건축의 완성은 집의 완성이 아닌, 그 집에서 사람이 살아가면서 천천히 마무리 하는 것. 긴 시간이 걸리는 건축, 건축을 예술의 경지로 끌어올리는 사람들의 이야기. 작가를 처음 알게 해준 책이다. 다른 작품들도 깊이가 있어서 좋다.



어젯밤 카레, 내일의 빵 – 죽은 자를 기억하는 것과 떠나보내는 것

인생은 만나고 헤어지고 떠나보내는 일이다. 오래전 아픔은 아물고, 삶은 또 그렇게 이어진다.

어젯밤 카레, 내일의 빵 – 죽은 자를 기억하는 것과 떠나보내는 것


어젯밤 카레, 내일의 빵 / 기자라 이즈미 / 이수미 / 은행나무 
Yobe No Curry, Ashita No Pan / Kizara Izumi 

어젯밤 카레, 내일의 빵 / 기자라 이즈미



책이 나온 무렵인지 시간이 좀 지난 때였는지, 이 책의 리뷰를 어디에선가 봤다. 기억에 남는 것은 ‘올해 읽은 책 중 기억에 오래 남을 책’이라는 글귀였다. 리뷰어가 흔히 쓰는 표현일 수 있겠지만, 리뷰와 함께 무척 와닿았다. 자주 가는 공공도서관 서가에서 이 책을 봤다. 손에 집어 들기까지 오랜 시간이 흘렀다. 읽은 후의 간단한 감상은 ‘좋은 책을 놓치지 않았다.’였다.

이 소설의 중심엔 ‘가즈키(남편, 아들)’가 있다. 그런데 실제 등장하는 장면은 많지 않다. 가즈키는 결혼하고 몇 년 후 병으로 세상을 떠난다. 그리고 7년이 지나는 동안 그의 아내 데쓰코와 가즈키의 아버지 덴타로(데쓰코의 시아버지, 시부)는 같은 집에서 산다. 데쓰코는 만나는 사람(이와이)이 있다. 이와이는 데쓰코와 결혼하기를 원하지만 데쓰코는 결혼에 그다지 관심이 없다.

이 소설은 가즈키라는 끈으로 연결된 데쓰코와 시부의 살아가는 이야기다. 그리고 가즈키, 데쓰코와 관계있는 사람들이 가즈키를 생각하는 이야기다. 연작소설인데 이번 이야기의 등장인물이 다음 이야기에 나오기도 한다. 잘 읽어보면 등장인물이 겹치는 부분에서 아기자기한 재미가 있다.

이웃에 승무원으로 일하는 여자(다카라)가 어느 날 갑자기 웃을 수 없게 되어서 직장을 그만둔다. 다카라는 가즈키의 어릴 적 친구였고, 가즈키가 병원에 입원했을 때 다카라는 문병을 온다. 시간이 흘러 가즈키가 세상을 떠났다는 얘기를 가족에게 듣는다. 그리고 다카라는 시부와의 만남으로 마음속 짐을 떨쳐버리고, 다시 웃을 수 있게 된다. 

시부에게 등산을 권유하는 데쓰코는 등산 가이드를 소개한다. 시부와 등산녀는 함께 산행을 하는데, 등산녀의 모습에서 오래전 세상을 떠난 아내 유코의 모습을 떠올린다. 아들을 안고 있던 유코의 모습이다. 시부는 마음이 울컥한다. 아내에게 못해 준 것이 너무 많아서 후회스러울 뿐이다.

며느리 데쓰코에게 만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시부도 안다. 하지만 쉽게 허락하지 못한다. 여러 에피소드를 거치고 드디어 시부, 데쓰코, 이와이가 자주 만나게 되었다. 시부와 이와이의 거리감도 줄이고, 새로운 가정을 꾸릴 두 사람을 위해 준비를 하는 것이다. 


     어느새 마당으로 나온 데쓰코가 풀을 뽑는 시부 옆에서 서츠를 팡팡 두드려 빨래 건조대에 널었다. 어두컴컴한 방에서 보니 집 안에 있는 것들은 모두 어둡고 흐릿한 반면, 바깥 풍경은 밝고 강렬했다. 이와이는 행주를 손에 쥔 채, 마당에 있는 두 사람의 모습이 꼭 영화 같다고 생각했다. 데쓰코가 왜 이 집에 계속 머무는지 비로소 알 것 같았다. 시부가 그렇게 고민하는 것도 이 생활을 잃고 싶지 않아서였다. 데쓰코에게 결혼하자고 일방적으로 졸랐던 자신은 참 무신경한 사람이었다. 이 생활에 이와이가 끼어들 틈이 있을까? - 211p. 


아들을 잃은 시부, 남편을 잃은 데쓰코. 7년의 시간 동안 떠난 이를 가슴에 묻어두고 있던 두 사람. 가즈키라는 끈은 시간이 지나면 희미해지고 약해질 것이다. 언제까지 죽은 이를 가슴에 묻고 살아갈 수는 없다. 언젠가 마음속에서 떠나보내야 한다. 어떤 방식으로 마침표를 찍을지 알 수 없다. 


     데쓰코가 시부 쪽을 향해 예의를 갖추고 앉더니 “아버님”하고 불렀다. 아버님이라 불린 게 오랜만이어서인지 시부가 흠칫 놀라며 잠시 겁먹은 표정을 지었지만 곧 각오한 듯 똑바로 안는다. 

“이제 괜찮겠지요? 가즈키를 보내줘도.”

시부가 응, 하고 고개를 끄덕인다.

“이제, 여기 없다고, 그렇게 생각해도, 되겠지요?”

시부가 응 응, 하고 고개를 끄덕인다.

셋 다 아무 말 없이 앉아 있는데, 전구가 미쳤는지 별안간 반짝반짝 점멸했다. 시부가 올려다보며 “가즈키도 그러라고 하네.”라고 말했다. - 221p. 


시부와 시어머니(유코)가 결혼하는 과정까지 나오니 한 집안의 이야기도 되겠다. ‘유코’편을 읽다보면 코끝이 찡해진다. 둘이 만나 결혼을 하고 아들 가즈키를 낳고, 아내를 떠나보내고, 아들을 떠나보낸다. 그리고 며느리 데쓰코를 이 집에서 떠나보내야 한다. 오래전 아픔은 아물고, 삶은 또 그렇게 이어진다.

마지막 장면에 어린 시절 가즈키와 데쓰코가 만나는 장면이 나온다. 제목 ‘어젯밤 카레, 내일의 빵’이 등장한다. 저자는 카레가 과거를, 빵이 미래를 상징한다고 했다. 과거와 미래 사이에 존재하는 매일매일의 일상이 모여 인생을 만든다. 평범하고 사소한 일상이 이어지듯 삶은 계속된다. 

둘의 존재를 모를 때 우연히 마주친 두 사람은 훗날 부부의 연을 맺는다. 인생은 만나고 헤어지고 떠나보내는 일이다. 이 책 정말 좋다. 재미는 물론이고 잔잔한 감동, 행복, 여운이 있다. 내 주변의 모든 인연이 좋은 인연이고 내 삶의 등장인물이다. 그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이 든다. 

(유코 : 가즈키의 엄마, 렌타로 : 가즈키의 아빠, 훗날 데쓰코의 시부)
유코는 마당에서 기다리기로 했다. 아직 눈물이 멈추지 않았으므로, 되도록 이웃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게끔 큰 은행나무 뒤에 몸을 숨긴 채 렌타로가 무사히 돌아오기만을 빌었다. 마당에 웅크리고 앉아 올려다보니 무척 훌륭한 집이라는 게 느껴졌다. 그러나 왠지 가엾다는 생각도 들었다. 돌아가신 어머니가 정성을 다해 손질해온 집이라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어머니는 또 그 시어머니에게 이어받았겠지? 언젠가 이 은행나무도 사라질까? 왠지 무척 쓸쓸해졌다. 내 힘으로 이 집을 지키고 싶어졌다. 여기서라면 살아갈 수 있을 듯한 느낌이 들었다. 엄마는 이 사람과 결혼하면 내가 오래 살지 못한다고 하지만, 그게 과연 손해일까? - 178p. 

Things I love about May: Bee Gees, green oaks, fringe tree, and decent weather.

Things I love about May: Bee Gees, green oaks, fringe tree, and decent weather. First of May by Bee Gees.   I'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