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의 부동산을 미끼로 돈을 가로채는 이들은 역할이 분담되어있다. 그들의
팀플레이는 정말 대단하다. 이렇게 치밀하게 준비하는 범죄자들을 개인이
상대하기는 어렵다. 사기를 당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도쿄 사기꾼들 - 치밀한 준비와 조직력으로 부동산 사기를 일으키는 집단. 그들의 우두머리 지면사
도쿄 사기꾼들 / 신조 고 / 이규원 / 북스피어
地面師 / Ko Shinjo
작가 신조 고는 소년 시절 폭행과 마약 등의 범죄를 저지르고 감옥까지 갔다
왔다. 그 후 대학에 진학하고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작가는 사회의 어두운
부분을 주로 다루는데, 그의 작품은 모두 악당이 주인공이다. 악당을
주인공으로 내세우는 이런 문학 장르를 피카레스크 소설이라 한다. 영화로
보자면 [도둑들]에 해당하겠다.
피카레스크 소설 : 주인공을 포함한 주요 등장인물들을 도덕적 결함을 갖춘
악인으로 설정하여 이야기를 끌어가는 문학 장르.
[도쿄 사기꾼들]은 작가 신조 고가 부동산 사기꾼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쓴
소설이다. 자신의 과거 경험이 녹아들어 있다. 타인의 부동산을 미끼로 돈을
가로채는 이들은 역할이 분담되어있다. 그들의 팀플레이는 정말 대단하다.
이렇게 치밀하게 준비하는 범죄자들을 개인이 상대하기는 어렵다. 사기를 당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정보를 수집하고 타깃을 물색하는 도면사
소유자를 사칭할 배우를 고르고 교육시키는 수배사
서류와 인감을 만드는 위조범과 돈을 세탁하는 전문가
그리고 이들을 지휘하여 최종 계획을 수립하는 지면사.
원제목은 [지면사들]이다. ‘지면사’는 일본에서 통용되는 단어인데 국내에는
생소한 단어라서 제목을 [도쿄 사기꾼들]이라고 바꿨다. 작가는 치밀한 사기
수법을 자료조사를 통하여 생생하게 보여준다. 이 작품의 핵심이라 하겠다. 이
작품은 2024년 넷플릭스에서 드라마로 방영될 예정이다.
주인공 다쿠미는 불의의 사고로 가족을 읽는다. 모든 것을 포기하고 될 대로
되라는 식으로 살아가던 다쿠미에게 거물급 지면사 해리슨이 나타난다.
해리슨은 각종 부동산 거래 법령, 자치체 조례, 형사소송법 조문과 판례를 술술
암송할 정도로 박식하다. 해리슨은 다쿠미의 재능을 알아보고 지면사가 갖춰야
할 기술을 가르쳐주며 자신의 조직에 합류시킨다. 해리슨을 중심으로 도면사,
수배사, 위조범 등이 팀을 이뤄 대형 부동산 사기를 일으킨다.
위험한 일, 불법적인 일을 하는 조직은 언제든 와해될 수 있다. 조직을
떠나려는 자, 배신하는 자가 생기면 해리슨은 자신의 방식으로 이를 처리한다.
다쿠미는 해리슨과 자신이 악연으로 엮여 있음을 알고 경찰에 자수한다.
오래전부터 해리슨을 잡으려 고생했던 경찰 다쓰는 은퇴를 앞두고 대형 부동산
사기사건에 투입되고, 다쿠미를 자수시킨다. 범죄자들 일부는 죽고, 잡히고,
다쿠미는 자수한다. 총괄 해리슨은 다른 곳에서 또다른 사기를 준비하는 것으로
소설은 끝난다.
우리나라의 전세사기와 각종 부동산 사기를 보면 소설과 다르지 않다. 치밀한
준비, 법령의 허술한 곳을 파고든다. 그런 노력을 사기에 쓰는 것이 이해가 안
된다. 소설의 마지막처럼 사기꾼은 완전소멸되지 않고, 다른 곳에서 제2의
사기를 준비하고 있다. 피해자는 계속 만들어지니 안타까울 뿐이다.
작가는 부동산 사기를 비롯해서 사회의 어두운 부분을 탁월하게 그려낸 소설을
써 왔다. 각종 사기와 폭력으로 약자의 돈을 뺏는다. 일본의 사회문제를 직접
다루고 있으니 ‘사회파 미스테리’작가라 볼 수 있다. 이런 암울한 이야기가
사회 전반에 퍼져있고 피해자가 끊이지 않더라도, 이들의 범죄는 언젠가
발각되고, 법의 심판을 받을 것이라는 ‘작은 희망’을 놓지 않는다. 그게
‘사회정의’니까.
작가의 다른 작품 :
사회초년생을 착취하는 부동산 블랙기업을 다룬 [협소저택]
다단계 판매에 빠져드는 젊은이들을 다룬 [뉴 카르마]
사회에서 이탈하고 마약을 팔아 연명하는 청년을 주인공으로 한
[살라레오]
인용 :
“그러고 보니 저쪽에서는 요즘 난리가 난 것 같더군요. 지면사 때문에.”
“뭡니까, 그 지면사라는 건.”
“뉴스 못 보셨습니까. 부동산 전문 사기꾼입니다. 난리도 아닌가 봐요, 요즘.
그 세키요하우스도 백 억인지 몇 억인지를 지면사에게 털렸다고 하던데요.”
“백 억이라면 당연히 난리도 아니겠지요. 세키요하우스가 그렇게 엉성한
회사였나?”
- 365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