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크사이드 – 자식의 명문대 입시와 얽힌 부정과 살인사건. 이를 덮으려는 부모들의 광기
레이크사이드 / 히가시노 게이고 / 민경욱 / 하빌리스
Lakeside / Keigo Higashino
이 책은 일본에서 2002년 출간된 책인데, 2019년 국내에 권일영 번역으로 소개되었다.
출판사, 번역가, 제목이 모두 바뀌었다. 예전의 책을 읽어봤다면 이번 번역과
비교해보는 것도 재미있겠다. 이 소설은 과중한 입시와 청소년, 부모의 문제를
다룬다. 최근에 불거진 학부모 갑질도 입시 문제의 한 부분이라고 볼 수 있다.
부모의 맹목적인 자식 사랑, 욕심과 광기, 인성 부족의 문제다.
동아시아 3국(한중일)의 교육열은 대단하다 못해 광적이다. 그에 따른
사회문제도 심각하다. 입시과열에 의한 사회 혼탁, 경제적 비효율, 입시 비리
등등. 무엇보다도 수험생의 인권을 빼놓을 수 없다. 나미키(남편)는 이런
입시가 아이들에게도 도움이 되는지 의문이 든다. 부모 마음대로 진로를 정해버리는 것이 과연 애들에게 좋은 일일까(20p).
호숫가 별장에 네 부부와 아이들, 그리고 학원 강사가 모인다. 명문대 입시를
위한 합숙 과외를 별장에 모여서 하는 것이다. 나미키는 이 모임이 탐탁지
않지만, 아들을 위해서, 그리고 아내(미나코)의 바람 때문에 참석한다. 그런데
회사의 내연녀(에리코)가 이곳에 도착하고, 나미키가 자리를 비운 사이, 아내가
에리코를 죽이는 일이 벌어진다. 그런데 뭔가 이상하다. 이곳에 있는 사람들은
이 사건을 숨기려 한다.
이번 일이 밝혀지면 아마 우리 사생활도 매스컴에
오르내리게 될 테니까요. 그렇게 되면 그야말로 아이들 입시는 엉망이 되겠죠.
사회적으로 타격을 입는 사람은 나미키 씨만이 아니라는 말입니다. - 81p.
미나코 씨를 살인범으로 만들지 않을 방법은 하나뿐입니다.
사건 그 자체를 없었던 것으로 만드는 겁니다. 구체적으로 이야기하면 그 시체를
처리하는 거죠. 우리 손으로(83p). ~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저희는 마음을
굳혔습니다만(88p).
표면적인 사건은 아내가 내연녀를 죽인 것이다. 그런데 그것을 숨기려는
사람들 또한 이상하다. 살인사건이다. 살인사건을 덮어줄 만큼 그들의 결속력이
강하다. 그들은 왜 살인사건을 덮으려는 것일까? 정말 아내가 에리코를 죽였나?
살인사건보다 더한 뭔가가 있는가? 나미키도 그들의 설득에 넘어가 살인사건을
숨기는 데 동조한다.
댁들이 유난히 사이가 좋다는 것은 알고 있어요. 그러지만
이렇게까지 해야 할 정도는 아닐 텐데요. 살인사건이라 말이에요. 엄청난
범죄라고요. 그런 일이 있으면 경찰에 신고하는 게 당연할 텐데. - 184p.
사건은 급반전을 맞는다. 네 쌍의 부부는 무엇을 숨기려는 것일까? 모든
내막을 알게 된 나미키는 충격받고, 그들을 돕지 않겠다고 한다. 하지만
나미키가 경찰에 신고하는지, 계속 그들과 한 배를 타는지 열린 결말로
남는다.
어쨌든 현재 저로서는 이제 협력할 수 없고 여러분을 도울
생각도 없습니다. 좀 전에도 말했듯이 경찰에 연락할 일만 남았습니다. 물론 제
죄도 추궁을 받겠죠. 하지만 그래도 상관없습니다. 거짓말에 속아 공범자가
되느니 시체유기죄로 처벌받는 쪽을 선택하겠습니다. - 276p.
이 소설은 명문대 입시를 준비하는 아이들과 부모의 광적인 행동을 보여 준다.
과열 입시의 폐해와 그로 인한 사회문제(입시 부정)를 다룬다. 돈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생각. 거기에 부부간의 도덕 문제도 얽혀있다. 자식
문제에 자유로운 부모는 없다. 자식을 위해서 도덕과 법을 무시한다.
부모란 자식 일이라면 모든 걸 다 걸죠. 돈으로 합격시킨다는 게
나쁜 짓인 줄 알면서도 결국은 그쪽으로 가게 됩니다. - 282p.
이 소설은 군더더기가 없다. 스토리 전개와 묘사, 그리고 대사까지. 묘사되는
행동과 에피소드들 모두가 허튼소리 하나 없이 전부 사건의 전개와 밀접한
관련을 갖고 있다. 그래서 책 후반부를 읽으면서 다시 앞부분을 들춰보게 된다.
정말 대사 하나, 장면 묘사 하나가 사건의 단서가 된다. 그래서 책의
번역가(권일영)는 이 소설을 두고 ’콤팩트하다‘고 했다.
당신에게 지금 꾸리고 있는 가정이란 무엇인지, 언제든 버릴 수 있는 것입니까?
- 106p.
2002년 출간된 책인데 입시 문제는 여전히 진행형이고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아이들의 성공도 결국 가정의 토대 위에 이루어져야 한다. 가정이
깨지면 아무 소용도 없다. 가정과 가족의 소중함. 화목한 가정을 꾸리는 것이
자녀가 좋은 대학에 들어가는 것보다 앞선다.